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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마지막 우승 주역 '노송' 김용수 "투수력은 1994년, 공격력은 올 시즌 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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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마지막 우승 주역 '노송' 김용수 "투수력은 1994년, 공격력은 올 시즌 우위"

입력
2023.11.07 05:5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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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과 현재 투수력 "헤비급과 라이트급 차이"
공격력은 '뛰는 야구' 펼치는 올해 더 뛰어나
마무리 고우석엔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 필요"
"욕심 버리고 담담하게 경기에 임해야" 강조

1994년 LG의 통합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던 김용수 전 중앙대 감독이 10월 18일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친정팀과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네고 있다. 김예원 인턴기자

1994년 LG의 통합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던 김용수 전 중앙대 감독이 10월 18일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서 29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하는 친정팀과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네고 있다. 김예원 인턴기자

1994년 10월 23일은 프로야구 LG 팬들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창단 두 번째 우승까지 1승만 남겨 놓은 가운데 인천 숭의야구장에서 열린 태평양과 한국시리즈 4차전. 3-2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오른 김용수는 태평양 선두타자 김동기에게 안타를 맞았다. 기회를 잡은 태평양은 후속 김용국의 희생번트로 동점 주자를 2루까지 보냈다. 그러나 ‘노송’은 흔들리지 않았다. 염경엽을 범타 처리한 김용수는 김성갑의 투수 앞 땅볼 타구를 잡아내고 두 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리고 글러브 속 공을 1루로 송구한 뒤 마운드로 달려온 포수 김동수를 격하게 끌어안았다. 29년 전 LG 우승에 마침표를 찍었던 김용수 전 중앙대 감독을 지난달 18일 서울 관악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전 감독은 1990년엔 선발투수로, 1994년엔 마무리로 우승을 이끌고 각각 MVP를 차지한 LG의 역사의 레전드다.

“마운드는 1994년 LG가 압도적으로 세지만, 공격은 올해가 더 좋아요.”

김 전 감독은 29년 전과 올 시즌 LG를 비교하며 한국시리즈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을 건넸다. 그는 “당시와 현재 투수력은 헤비급과 라이트급만큼 차이가 난다”고 평가했다. 이상훈(18승 8패) 김태원(16승 5패) 정상흠(15승 8패)이 버틴 선발진과 최고 클로저였던 자신(30세이브)이 버티고 있던 당시와 비교해 케이시 켈리(10승 7패) 임찬규(14승 3패) 최원태(9승 7패) 고우석(15세이브) 등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공격력에서만큼은 올 시즌 LG를 더 높게 봤다. 올드팬들에겐 다소 의외일 수 있는 평가다. 29년 전 LG는 1~3번에 배치된 ‘신인 트리오(유지현 김재현 서용빈)’가 ‘신바람 야구’ 돌풍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김 전 감독은 올 시즌 LG가 보여준 ‘뛰는 야구’의 가치를 더 우위에 뒀다. 그는 “최근 미국프로야구를 봤는데 신시내티가 계속 뛰면서 안타 없이 득점을 하더라”라며 “29년 전 LG는 도루가 적었지만 지금 선수들은 많이 뛰고 있다. 특히 단기전에서는 나가면 무조건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의 94년 팀 도루는 4위, 올 시즌은 압도적인 차이로 1위에 올랐다. 그는 “9번, 1번, 2번에 발 빠른 타자를 배치하면 작전이 무궁무진해진다”며 “주자들이 휘저어야 상대 내야수들이 우왕좌왕하고, 그래야 실책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타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 때문에 그는 김현수의 장타력 회복을 통합우승의 선제조건으로 꼽았다. 김 전 감독은 “김현수가 올 시즌 타점(88점)은 높지만 장타력이 다소 떨어졌다”며 “그러니 상대팀은 김현수와 무조건 승부를 하려 한다. 김현수는 홈런(6개)도 20개 정도 쳐줘야 하는 선수”라고 말했다.

김용수 전 중앙대 감독이 현역시절 LG 유니폼을 입고 역투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김용수 전 중앙대 감독이 현역시절 LG 유니폼을 입고 역투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선발과 마무리에서 모두 리그 최상위 레벨에 올랐던 장본인답게 마운드 분석에는 긴 시간을 할애했다. 평가내용도 냉정했다. 김 전 감독은 “선발은 무너져가는 단계고, 계투와 마무리는 아주 안 좋은 과정을 겪고 있다”고 총평했다. 그는 특히 마무리 고우석을 언급하며 “공이 너무 높다. 직구와 슬라이더 외에 종으로 떨어지는 공이 하나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즌 막판 합류한 최원태에 대해서도 “볼이 가볍고 높다. 전과 비교해 제구도 흔들린다”며 “힘을 뺀 채 제구만 생각하고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상가상 아담 플럿코(11승 3패)마저 미국으로 돌아갔다. 김 전 감독은 그만큼 마운드 운용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 4점을 먼저 내주면 따라가기 힘들다”며 “단기전이니만큼 한 투수에게 5, 6이닝을 맡기기보다는 투수들이 2, 3회씩 책임질 수 있도록 교체주기를 짧게 가져가는 게 낫다”고 설명했다.

가혹한 평가를 내린 김 전 감독이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는 여전히 LG 마운드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다. 그는 한국시리즈 상대가 결정된 5일 본보와 통화에서 “KT도 플레이오프를 치르며 투수진에 구멍이 생겼다”며 “결국 KT 타선이 얼마나 터지느냐의 문제인데, LG는 마운드를 잘 재정비해서 이에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전 감독은 2000년대 투수코치로 친정팀의 긴 암흑기를 함께했다. 그는 “선수들이 개인 욕심을 부리다 보니 팀플레이가 되지 않았다”고 당시 부진의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시리즈를 앞둔 후배들에게 건네는 조언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그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며 “오랜만의 통합우승 도전이기 때문에 들뜰 수 있는데, 마음을 차분히 하고 평상시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통합우승 후 눈물을 흘리겠다”고 말한 주장 오지환에게는 “울긴 왜 우나. 올해 야구하고 끝낼 거냐”며 농담 섞인 타박을 했다. 그는 “지면 어떤가. 올해 열심히 했으니 (우승을 못 해도) 내년, 내후년에 또 기회는 온다는 생각으로 덤덤하게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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