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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도 이성 만남 원해요" 국내 유일의 시니어 데이트앱 만든 김민지 시놀 대표

입력
2023.11.08 05: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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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0세대 위한 만남 앱, 10년간 사업 준비
늘어나는 노년층 겨냥, 해외 동포까지 서비스 확대 예정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둘 중 하나를 해결해야 한다. 없는 시장을 만들거나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김민지 대표가 올해 3월 창업한 시놀은 후자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처음이자 유일하게 50대 이상 나이 든 '어르신'(시니어)들의 모임과 이성 만남을 위한 앱 '시놀'을 만들었다. 대부분 이성 만남 앱이 20, 30대 젊은 층을 겨냥한 반면 시놀은 반대로 움직였다. '왜 이성 만남을 젊은 사람들만 원한다고 생각하나.' 고정관념의 타파가 김 대표의 출발점이다.

회사 설립보다 앞서 지난해 말 앱을 내놓고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가입자가 지난달 기준으로 2만 명을 넘어섰다.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고 입소문으로만 퍼진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실적이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김 대표를 만나 혁신적 발상의 배경을 들어봤다.

김민지 시놀 대표가 서비스를 소개하는 안내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가 만든 시놀 앱은 50대 이상의 은퇴 세대를 겨냥한 만남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예원 인턴기자


10년 전부터 '액티브 시니어' 연구

혁신적 발상은 어느 날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다. 김 대표는 10년간 이 사업을 준비했다.

전남외국어고교를 나온 그는 영국 런던의 로열홀로웨이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학업을 마치고 2010년 처음 취직한 곳이 미래에셋증권이다. 거기서 그는 5년간 은퇴컨설팅부에서 일하며 노인 시장을 연구했다. "당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은퇴 이후 연금 시장을 중요하게 보고 증권사 중 유일하게 은퇴컨설팅부를 만들었어요. 그때부터 우리보다 고령화가 앞서 진행된 일본을 연구하며 '액티브 시니어'에 관심을 가졌죠."

액티브 시니어란 고용노동부에서 신중년으로 정의한 58~65세의 활동적인 중장년을 말한다. "저는 75세 이전까지 액티브 시니어로 봐요. 신체적으로 건강해 등산·여행 등 야외활동에 무리 없는 세대죠."

그는 액티브 시니어를 제일 큰 소비계층으로 봤다. "50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44%를 차지해요. 당연히 마케팅 관점에서 이들을 주목하는 게 맞죠. 반면 육아시장은 전체 인구의 7%를 놓고 치열하게 싸워요. 제게는 44%의 틈이 엄청 큰 틈새시장으로 보였어요."

여기에 2020년부터 확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두 가지를 크게 바꿔 놓았다. 우선 노인들의 스마트폰 이용률이 코로나19 이전 30%에서 79%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노인들이 코로나19로 외출을 못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카카오톡, 쿠팡을 하기 시작했어요. 노인들이 문제없이 앱을 사용하게 됐죠."

두 번째로 1인 노인가구가 증가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만 65세 이상 노인의 34%가 1인 가구입니다. 만 60세로 확대하면 53.4%가 혼자 살아요. 문제는 65세 이상 노인의 28%가 우울증을 앓아요. 배우자 사별이나 이혼, 졸혼, 자녀와의 교류 감소 등의 영향이죠. 혼자 된 노인들은 다시 결혼하지 않아도 외로움을 이겨낼 수 있는 친구를 원해요."

상품이 아닌 시간을 판다

그래서 정한 사업 목표가 "상품이 아닌 시간을 팔자"는 것이다. 즉 경제력 있는 은퇴세대들의 시간을 공략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미래에셋증권을 다니며 회사 몰래 시험 삼아 첫 번째 창업을 했다. "2014년 말 사업 경험을 쌓으려고 창업했어요. 운동 강사가 찾아가서 1대 1 맞춤 운동을 제공하는 후케어스라는 회사죠. 수익률이 40%에 이를 정도로 너무 잘돼 사업에 전념하려고 미래에셋증권을 그만뒀어요."

하지만 경쟁업체들이 등장하며 수익률이 떨어졌고 코로나19가 확산돼 후케어스의 방문 서비스는 타격을 입었다. "후케어스 사업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최대 주주 지분만 유지하고 있죠. 그때 스마트폰으로 앱 결제를 하는 60대를 보며 미뤘던 은퇴세대 대상의 사업을 시작할 적기라고 판단해 2022년 1년 동안 시놀 앱을 개발했어요."

시놀 앱 이용 화면. 마음에 드는 이성친구를 발견하면 문자를 보내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시놀 제공


'젊은이는 가라' 만 50세 이상만 회원 가입 가능

시놀은 시니어 놀이터의 약자다. 50~70대를 위한 모임과 만남을 앱으로 제공한다. 아직은 안드로이드폰만 지원하고 애플의 아이폰용 앱은 애플의 검수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회원 가입하면 나타나는 다양한 모임에서 활동하며 친구를 사귀면 된다. "여행, 문화, 건강, 기타 등 주요 4개 분야에 걸쳐 골프, 등산, 산책 등 320개 모임이 있어요."

회원 가입은 만 50세 이상인 1973년 이전 출생자만 가능하다. 젊은 세대는 아예 가입할 수 없다. 취미 모임이 많아 기혼자도 가입할 수 있다. 그래서 부부가 함께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모임은 단체 미팅이다. "남녀 여럿이 짝을 맞춰 함께 만남을 갖죠. 매달 모임이 열려요. 얼마 전 열린 모임은 여성 신청자가 더 많았어요. 1대 1 만남을 부담스러워하는 여성들이 단체 만남에 적극 참여하고 있죠. 처음에는 서로 서먹하지만 살아온 얘기를 나누며 밥 먹고 게임을 하다 보면 금세 친해져요."

이와 별개로 동네 친구를 소개해 주는 '단짝' 기능도 있다. 앱을 켜면 현재 위치를 중심으로 가까운 이성친구 4명이 뜬다. 하루에 4명까지 무료로 소개받을 수 있고, 그 이상 소개받으려면 돈을 내야 한다. "이성 친구의 나이와 사는 곳, 직업, 종교, 결혼 유무, 음주량, 주요 관심사가 함께 표시돼요."

마음에 드는 상대가 있으면 '편지쓰기' 버튼을 눌러 편지를 보내면 된다. 이를 받은 사람이 대화 수락 여부를 결정하면 바로 대화방이 열린다. "편지를 정성스럽게 장문으로 써야 대화 가능성이 높아요. 대화방이 열리면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만남도 약속하죠."

중요한 것은 맞춤법을 틀리면 안 된다. "여성들은 맞춤법 틀린 문자나 편지를 아주 싫어해요. 많은 중년 남성들이 이런 여성의 특성을 잘 몰라서 맞춤법 틀린 글을 많이 보내요."

편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프로필 사진이다. "프로필 사진이 무섭게 보이면 안 돼요. 가깝게 찍거나 아래서 찍으면 얼굴이 무섭게 나와요. 사진을 찍어보지 않은 중장년들이 주로 하는 실수죠."

범죄 우려 차단 위해 1,500개 금지어 설정

이성 만남을 소개하는 만큼 개인정보를 거짓으로 올려 상대를 속이거나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거짓 정보로 금품을 요구한 경우가 있다. "돈을 목적으로 만남을 갖자는 메일을 보낸 이용자가 있었죠. 그런 경우 발견 즉시 이용자 번호(아이디)를 영구정지해요. 대화방이 열릴 때 공개 장소에서 만남을 가지라는 주의 사항을 내보내죠."

상대가 거짓 정보를 제시한 경우 시놀에 신고하면 된다. 3회 신고를 받으면 아이디가 영구정지된다. "한 번만 신고가 들어와도 해당 아이디는 관리자 화면에 붉게 표시돼요. 그러면 관리자가 해당 인물의 이용 내력과 개인 정보를 확인한 뒤 상대에게 조심하라고 문자 메시지로 알려주죠."

더불어 대화방에서 사용할 수 없는 1,500개 금지어를 만들어 자동 차단 조치했다. "비속어와 욕설은 물론이고 성매매에 주로 쓰이는 '고딩' '조건' '카친' 등의 단어는 금지어여서 입력이 아예 안 돼요. 60, 70대들은 잘 모르는 단어지만 만일을 대비한 조치죠."

김민지 시놀 대표가 앱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젊은 세대만 만남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그는 늘어나는 노년층을 겨냥한 사업이어서 유망하다고 본다. 김예원 인턴기자


86세 노인도 가입...해외 진출 예정

가입자는 어느덧 2만 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남성이 75%다. 최고령 가입자는 86세다. "80세 이상 가입자도 10명 넘어요. 아직은 남성이 많지만 여성 가입자도 꾸준히 늘고 있어요."

만남의 성공률은 의외로 높다. "만남 성공률이 평균 25%입니다. 4명 중 1명꼴로 만남이 이어지죠. 그렇게 만나는 경우가 4,000명이 넘어요."

만남으로 이어지는 속도는 젊은 층보다 빠르다. "오랫동안 옆에 배우자가 있다가 없어진 상황을 견디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그래서 지방에서 비행기 타고 올라오는 장거리 만남도 마다하지 않고 적극 이성 친구를 찾죠."

시놀의 수익 모델은 과금제다. 포인트에 해당하는 '시럽'을 10개당 5,000원씩 판매한다. "시럽은 추가로 이성 친구를 소개받을 때 사용해요. 하루 4명까지 무료 소개를 받지만 그 이상 넘어가면 2명당 시럽 3개를 써야 하죠."

굳이 비싸게 받지 않는 이유는 이용자의 만족도 때문이다. "젊은 층을 겨냥한 만남 앱은 최대한 만남으로 이어지지 않게 해야 수익이 생겨요.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돈을 덜 벌어도 어르신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죠."

덕분에 아직까지 큰돈을 벌지는 못하고 있다. “아직 매출이 미미해요. 2030년까지 월간 이용자 50만 명을 확보해 100억 원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죠. 투자는 에이유엠벤처스에서 3억5,000만 원을 받았어요."

앞으로 김 대표는 시놀을 실제 공간까지 확대할 생각이다. "은퇴 후 들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고급 클럽 같은 '시놀 살롱'을 만들고 싶어요."

더불어 해외 동포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올해 말 해외 동포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국가별 앱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노인들이 교포사회에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서비스죠.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 등 한인 사회가 잘 형성된 20여 개국에서 먼저 시작해야죠."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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