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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태국인의 한국여행 보이콧… 총리까지 “조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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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태국인의 한국여행 보이콧… 총리까지 “조사하겠다”

입력
2023.11.03 10: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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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서 "한국 입국장서 퇴짜 맞았다" 토로
태국 출신 불법 체류자 탓 강도 높은 심사


태국 인기 가수 암 추띠마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게시글. 한국에서 일어난 태국인 불법체류자 체포 사태를 두고 "죄송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다. 방콕인사이트 캡처

태국 인기 가수 암 추띠마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게시글. 한국에서 일어난 태국인 불법체류자 체포 사태를 두고 "죄송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다. 방콕인사이트 캡처


“최근 한국 입국장에서 입국을 거절당했다. 과거 한국을 네 차례 방문했을 때 단 한 번도 문제가 없었고, 이전처럼 왕복 항공권, 호텔 예약 내역을 모두 증빙 서류로 제출했는데도 결국 한국 땅을 밟지 못한 채 강제 귀국했다. 지금까지 불허 이유를 모른다. 이젠 한국에 가고 싶지 않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자신을 태국인 여성이라고 소개한 네티즌이 올린 글이다. 현재까지 1,000만 건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고, 수만 건 넘게 공유되면서 뜨거운 논란을 촉발하고 있다.

"범죄자 된 것 같아" 불만

2일 태국 방콕포스트와 타이거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SNS에는 한국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엄격한 입국 심사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사연은 제각기 다르지만, 결론은 하나다. ‘한국 입국 절차가 불필요하게 까다롭다’는 것.

한국과 태국은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돼 있어 관광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태국인은 90일까지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다. 다만 관광 목적임을 입증하기 위해 △여행 계획서 △호텔 및 항공권 예약 내역 △통장 △급여 전표 등의 서류가 필요하다.

한 태국인 여성이 한국 입국 심사대에서 거절당한 경험담을 올린 엑스(X·옛 트위터) 계정. 엑스 캡처

한 태국인 여성이 한국 입국 심사대에서 거절당한 경험담을 올린 엑스(X·옛 트위터) 계정. 엑스 캡처

그러나 태국인들은 서류가 완벽했음에도 거부당했다고 입을 모은다. 한 태국인 여성은 “다른 서류는 문제가 없었지만 내 월급과 비교해 너무 많은 돈을 들고 왔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절당했다”며 “이번 한국 여행을 위해 5년간 돈을 모은 것도 문제가 되느냐”고 분노했다.

또 다른 태국인은 “입국 심사관이 내가 과거에 한국을 네 번 방문한 기록을 보고는 ‘왜 다른 나라를 찾진 않느냐’고 물었다”면서 “마치 내가 예비 범죄자인 것처럼 끊임없이 심문했다”고 말했다. 신분이 확실히 보장되는 경우에도 결과는 비슷하다. 태국의 한 대학 교수는 “20여 곳의 나라를 여행했으나, 한국에서만 입국을 거부당했다”고 영문 일간지에 밝혔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한 불만 공유 수준을 넘어 한국인 전체에 대한 비판과 ‘한국 보이콧’으로 이어지는 점도 문제다. 조회수 100만이 넘는 한 게시글에는 ‘한국은 케이팝도 있고 정말 번영하는 곳이지만 국민들 생각은 뒤처져 있다’ ‘한국 사람은 태국인에 대해 인종차별적’ 등과 같은 내용이 담겼다고 타이거는 보도했다. 현재 ‘#แบนเที่ยวเกาหลี(한국여행 금지)’라는 해시태그는 엑스의 검색 트렌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관광객 줄면 한국에도 악재

한국 정부가 강도 높은 입국 심사에 나선 건 불법 체류자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현재 한국에 ‘피너이’(작은 유령)로 불리는 불법 체류 태국 노동자가 14만 명 이상 거주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3월 인천의 한 클럽에서 열린 태국 유명 가수 암 추띠마의 콘서트장에서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은 불법 체류 외국인 83명을 적발하기도 했다.

태국 매체 역시 이러한 사실을 인정한다. 방콕포스트는 “한국에 입국한 태국인 중 상당수가 농업·숙박업·제조업 등에 불법 취업하는 경우가 많아 생긴 일이란 분석이 많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 단속망을 피해 지내는 태국인들 때문에 합법적으로 여행 온 태국인 관광객들도 피해를 보는 셈이다.

입국 금지 조치가 국가 간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자 태국 정부도 나섰다. 스레타 타위신 태국 총리는 지난달 31일 국무회의를 마친 뒤 “한국 출입국관리소에 의해 태국 국민이 지속적으로 추방되는 문제를 정부가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입국 경험담을 올린 엑스(X·옛 트위터) 게시글 사이에 한국 대신 일본이나 대만으로 여행을 가자는 제안이 올라와 있다. 엑스 캡처

한국 입국 경험담을 올린 엑스(X·옛 트위터) 게시글 사이에 한국 대신 일본이나 대만으로 여행을 가자는 제안이 올라와 있다. 엑스 캡처

태국이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영화 등 ‘한류’ 인기가 높은 나라이자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을 찾는 사람 수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갈등은 한국에도 악재다. 태국인 관광객이 한국에 대한 관심을 끊고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크다.

올해 3월 한국을 방문한 태국인은 4만3,084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이던 2019년 3월 당시의 81.1%까지 회복됐다. 그러나 하반기는 50%대로 떨어졌다. 그사이 일본을 찾는 태국인 수는 크게 늘었다.

지난해 11월 일본은 한국보다 태국인 관광객을 1.78배 많이 유치했는데, 올해 5월에는 2.6배로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온라인에선 한국에 대한 부정적 글과 함께 “차라리 일본이나 대만을 가는 게 낫다”는 주장도 이어진다. 짜른 왕아나논 태국여행사협회 회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선) 양국 정부가 불법 노동자 입국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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