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보험사, 보험금·지연손해금 지급해야"
"아내 탄 승용차 밀었다는 직접 증거 없어"
"사망보험금 노린 범행 동기도 입증 어려워"
전남 여수시 금오도에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를 확정받은 남편에게 사망보험금 12억 원을 지급하라는 최종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박모씨가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등 3개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12억 원 상당의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2일 확정했다.
박씨는 2018년 12월 금오도 선착장 방파제 인근 경사로에서 아내 A씨가 탄 차를 바다로 밀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2020년 9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고의적 살인이 의심된다"며 A씨의 사망보험금을 그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박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보험사 손을 들어줬다. 살인 혐의에 무죄가 확정됐어도 "박씨가 고의로 사고를 발생시킨, 고도의 개연성이 입증돼 보험금을 안 줘도 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교통사고분석 감정서 등에 비춰 박씨의 고의적 개입 없이 승용차가 경사면을 따라 (바다로) 내려갈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 또 사고 발생 20여 일 전 사망보험금 수익자가 A씨 상속인에서 박씨로 변경된 점 등을 감안할 때 10억 원이 넘는 보험금이 주된 범행 동기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무죄 확정 판결 등을 근거로 "박씨가 승용차를 경사로를 따라 밀었다는 직접적 증거가 없고, 그가 보험금 수익자 변경을 주도하거나 강권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금전적 이득의 기회가 중요한 살인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원심 판단에 대해서도 "박씨가 보험설계사로 일하면서 지속적으로 수입이 있었고, 급박하게 돈을 조달해야 하는 정황이 없는 등 금전적 이유만으로 고의로 사고를 일으켰다고 섣불리 추단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박씨의 고의 살인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대법원은 다만 원심과 달리 △각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 날(2020년 10~11월)부터 항소심 선고 날까지는 연 6% △항소심 선고 다음 날부터 보험금을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손해금(보험금 지급 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했다. 보험사 측 주장이 1심에서 수용된 만큼, 피고 측에 소장이 송달된 시점(2020년 12월)부터 일괄적으로 연 12%의 지연손해금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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