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자체합동추진단 존속기한 1년 연장
"부울경보다 주체 더 많아...협의 애로"
의회 의석 배분 놓고 세종-충남 팽팽
충청권 메가시티 내년 1월 출범 '불발'
충청권 특별자치단체(특자체)의 내년 1월 1일 출범이 ‘공식’ 무산됐다. 충청권 특자체는 ‘수도권 블랙홀’에 대응할 유력한 대항마로 거론되던 특별지자체(메가시티)지만, 한 치 양보 없는 집안싸움으로 각종 협의, 이견 조율에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는 탓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경기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추진 등 수도권이 더욱 결집하는 분위기인 만큼, 관련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하고, 결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 행정안전부와 충청권 특자체 합동추진단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던 합동추진단의 존속기간이 내년 12월 31일로, 1년 연장됐다.
내년 1월 1일 출범 불발
행안부 관계자는 “부울경 메가시티 때보다 더 많은 4개의 지자체가 각종 협의를 거치면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계획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 같다”며 “특자체가 출범해 사무를 개시하면 1개월 내에 기구를 폐지하는 조건을 달아 충청권 특자체 합동추진단의 활동기간을 내년까지 1년 연장했다”고 말했다. 내년 1월 1일을 목표로 추진됐던 특자체 출범이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한시 기구인 추진단이 활동 기간 연장으로 요청했고, 행안부가 수용했다는 뜻이다.
2022년 10월 행안부로부터 한시적 기구로 승인받은 합동추진단은 지난해 말 세종시 지방자치회관에 사무실을 꾸린 뒤 4개 시도에서 파견된 구성원들이 ‘원팀’이 돼 업무를 시작했다. 당시 충청권 메가시티 설립을 위한 연구를 시작한 지 1년 도 안돼 특자체 설립 주체가 발족하는 등 충청권 4개 시도의 속도감 있는 업무 추진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합동추진단 관계자는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고, 연내 특별지자체 구성도 마무리해 내년엔 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며 “그러나 공동 사업발굴에서부터 특자체 사무소 위치, 의회 구성 등 곳곳에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각 지자체ㆍ의회는 특자체 사무소 위치와 특별의회 의원 배분 문제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 각 지방의회 운영위원장과 사무처장이 참여하는 회의체에서 특별의회 의원 정수는 16명으로 확정됐지만 의석 배분 문제를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대전시와 세종시 충북도는 균등분할 원칙에 따라 각 시ㆍ도가 4석씩 갖자는 입장이지만, 충남도는 인구비례 원칙을 들어 세종이 3석을 갖고 충남은 5석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균등 의석’ VS. ‘인구비례 의석’
유인호 세종시의회 운영위원장은 “국가의 불균형 발전은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 그에 따른 수도권 국회의원의 높은 비율이 빚은 측면도 있다”며 “충청권 특별의회 의석을 인구 비례로 배분할 경우 전체의 이익보다는 일부의 이익이 대변되고, 그에 따라 의회에 대한 신뢰성도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균등 의석으로 시작하고, 이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선 보완하자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한일 충남도의회 운영위원장은 “균등 의석으로 일단 시작하고 이후 의원 정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면 그때 의석을 늘려주겠다고 하는데, 우리 입장은 그때 가서 할 거면 지금 하고 들어가자는 것”이라며 “세종 3석과 충남 5석도 충남이 대승적 차원에서 양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방 위원장은 이 요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오는 10일로 예정된 4개 시ㆍ도의회 운영위원장, 사무처장 회의 불참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인구 비례로 보면 세종이 1석을 갖고 충남은 7석을 져야 한다”며 “그러나 그렇게 해선 일이 안 될 것임을 알기에 최소한의 요구로 세종 3석, 충남 5석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은 이 뿐만이 아니다. 특자체 사무소 위치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언젠가는 행정수도로 격상될 세종시에 놓자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라면서도 “특별의회 의석 배분 과정에서 사무소 입지가 ‘빅딜’의 재료 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동사업 발굴도 지지부진
충청권 특자체 출범 목적은 그간 각종 개발에서 소외됐던 4개 광역 지자체가 공동 사업을 발굴, 힘을 합쳐 실현함으로써 상생과 균형발전에 기여하자는 것.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공동사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추진단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원하는 사업이 모두 다르고, 어떤 지자체에선 필요하지만 다른 지자체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 하나 하나 조율하다 보니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세세한 합의 과정 없이 일을 추진했다가 중도에 붕괴한 부울경 메가시티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4개 시도 간의 공동사업 발굴과 제시가 늦어지자 오히려 민간협력 사업이 주목받을 정도다. 대표적인 게 2025년에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되는 충청권 도심항공교통(UAM) 사업이다. 지난달 25일 SK텔레콤, 한국공항공사, 한화시스템, 티맵모빌리티로 구성된 ‘K-UAM 드림팀’ 컨소시엄이 4개 시도와 충청권 초광역 UAM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합동추진단 관계자는 “사무소 입지, 의회 의석 배분, 공동 사업 등 강하게 밀어붙이고 싶은 대목이 적지 않다”며 “그러나 4개 지자체보다 우리가 앞서 달리거나 이들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만한 발언, 행동이 있을 경우 역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특자체 출범 준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