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생산성 제고, 저출생 대안' 주장에
"직장 그만두고 부모 봉양이 현실" 반박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저성장에 대응하려면 돌봄 등 사회보장시스템부터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일 이 총재는 한은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공동 주최한 '글로벌 무역 파고 어떻게 극복하나' 세미나에서 '저출생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주장에 대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비관했다.
노동인구의 1인당 생산성을 높이려면 일에 집중해 창의성을 꽃피울 수 있는 환경이 전제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돌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시스템으로는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이 총재는 "인구가 줄어드니까 젊은 사람들 생산성을 높이려고 '창의적 기업을 만들면 좋다'고들 하지만 사회보장이 잘 안 되면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부모를 봉양할 수밖에 없다"며 "집안에 이미 한두 분 그런 분이 계시지 않나"고 청중을 향해 되물었다. 그는 '자식이 부모를 돌봐야 한다'거나 '교육을 시켰으니 노후엔 자식이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유교문화도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해외 노동자를 데이케어 등 노인 돌봄 인력으로 쓰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지만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앞서 5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우리나라는 이미 장기 저성장국"이라며 "문제는 구조개혁을 어떻게 할지 모르는 게 아니라 이해당사자 간 사회적 타협이 어려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이 교수는 기조연설자로 나서 "인구수가 국가경쟁력을 결정하지 않는다"며 1인당 GDP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노동력이 줄어드는 대신, 노동 절약형 기술을 발전시키고 노동의 질을 개선하면 1인당 생산성은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술이 진보하고 노동의 질이 향상되면 2050~2060년 우리나라 연평균 성장률은 1.5% 수준에 머물겠지만, 1인당 GDP는 2.9%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는 "케이팝을 보면 새 활로를 찾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