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미플루' 접종, 약 처방 후 귀가
"떨어지는 꿈 꾸고 나니 병원에 있어"
법원 "병원, 부작용 설명 의무 안 해"
독감 치료 주사를 맞고 아파트 7층에서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된 고등학생에게 약 부작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은 병원이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제12민사부(부장 주채광)는 지난달 11일 김모(21)씨와 가족이 경기 시흥시의 A병원과 소속 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김씨에게 5억7,000여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김씨는 16세였던 지난 2018년 12월 오후 8시쯤 근육통과 고열 증상으로 A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의료진은 김씨에게 독감 치료 주사제인 페라미플루를 접종했고, 한 시간 후 증상이 호전된 김씨는 경구약을 처방받고 귀가했다. 하지만 당시 의료진으로부터 경구약과 주사 부작용에 대한 설명은 듣지 못했다.
다음 날 혼자 집에 있던 김씨는 오후 2시쯤 아파트 7층 부엌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이 사고로 요추와 흉추, 척수 등을 다친 김씨는 현재까지 하반신 마비 상태다. 당시 사고 구급활동일지에는 김씨가 추락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무의식 상태라고 적혀 있었다. 김씨는 "엎드려 자고 있었는데 떨어지는 꿈을 꾸고 나니 병원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와 부모는 사고 원인이 정신이상 등을 유발할 수 있는 페라미플루 부작용 때문이며, 이를 고지하지 않은 병원 측에 책임이 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 손을 들어 병원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페라미플루의 부작용으로 정신·신경증상(의식장애, 이상행동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이런 부작용은 특히 소아·청소년들에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A병원은) 김씨와 보호자에게 위와 같은 부작용 발생 가능성, 투약 후 2일간은 김씨가 혼자 있도록 해선 안 되고 행동을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는 점과 요양 방법에 대한 지도·설명 의무를 부담한다"며 "김씨가 돌아갈 때 A병원이 지도·설명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고, 김씨가 집에 혼자 머무는 동안 사고가 발생했기에 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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