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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선균 마약 의혹 '강남 일프로'... "폐쇄된 룸에서 뭘 하는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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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이선균 마약 의혹 '강남 일프로'... "폐쇄된 룸에서 뭘 하는지 몰라"

입력
2023.11.01 04:30
수정
2023.11.01 14: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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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비밀보장 덕에 우후죽순 늘어
"의사 마약 제공 의혹?... 예상 가능해"

배우 이선균이 자주 드나든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의 유흥업소 입구. 이서현 기자

배우 이선균이 자주 드나든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의 유흥업소 입구. 이서현 기자

"'저 방 오빠들 이상한 거 한다', 이런 얘기 많이 듣죠."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룸살롱. 허름한 입구와 달리 나선형 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자 흰색 대리석 타일로 치장된 업소 내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각 방마다 10명은 거뜬히 앉을 널찍한 소파와 테이블이 비치돼 있었다. 가게는 이른바 '쩜오(15%)'로 불리는 룸살롱. '텐프로(10%)' 바로 아래 급 술집이다. 40년간 가게를 운영했다는 사장 A씨는 "룸살롱 방 안에서 불법·탈법행위는 일상"이라고 단언했다.

마약류 투약 의혹을 받는 배우 이선균(48)의 단골 술집이 '일프로(1%)'였다는 소문이 돌면서 마약과 성매매 등 룸살롱에서 이뤄지는 내밀한 범법 행태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곳에선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일프로라는 업태는 텐프로의 변종이다. 텐프로는 처음엔 아가씨가 수입의 10%를 '매니저' 측에 주는 가게를 뜻했다가, 점차 상위 10% 여성들이 있는 고급 룸살롱으로 통용됐다. 명칭에서 보듯 일프로는 쩜오나 텐프로보다 높은 단계로 강남 유흥가의 꼭짓점에 있다.

코로나가 불 댕긴 일프로 성업... 고급·폐쇄화 전략

강남 유흥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프로는 3년 넘게 이어진 감염병 국면을 기점으로 크게 성장했다. 그전에도 없었던 건 아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영업제한 여파로 텐프로 업장들의 수입이 급감하자, 단골손님만 모아 몰래 장사하는 식으로 세를 불렸다고 한다. 이 기간 '소수정예, 고급화' 전략의 수익성이 훨씬 높다는 결론을 내린 업주들은 줄곧 일프로 사업에 전념했다.

지금은 운영하고 있지 않은 서울 강남구의 한 일프로 룸살롱 내부. 이서현 기자

지금은 운영하고 있지 않은 서울 강남구의 한 일프로 룸살롱 내부. 이서현 기자

운영 방식은 손님에게 안주와 양주를 제공하고 접대 여성들을 소개해 주는 등 별다를 게 없다. 다만 철저히 회원제를 표방해 폐쇄적 특성이 두드러진다. 가게 정보부터 찾기 힘들다. 실제 강남구 일대 5곳의 일프로 업소를 네이버지도 등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검색해도 주소는 확인할 수 없었다. 간판 역시 없거나 작아 입구 역시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에 지하에 위치한 업장, 2중 자동문, 삼엄한 경비 등 출입을 통제하는 장치는 한둘이 아니었다.

이처럼 비밀을 완벽히 보장하며 서비스는 업계 최고를 제공한다. 접대 여성들부터 그렇다. A씨는 "쩜오 업소에서 에이스 대접을 받는 아가씨가 일프로에선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고 말했다. 내부 인테리어도 대리석 타일이나 전자 벽난로를 설치하고 명화를 걸어 놓는 등 고급 일색이다. 당연히 비용은 상상 이상이다. 다른 룸살롱 관계자 B씨는 "양주 뚜껑을 따는 순간 400만 원의 가격이 매겨진다"면서 "테이블당 1,000만 원이 괜한 소리가 아니다"고 했다.

"연예인 즐겨 찾아... 범법 행위 비일비재"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이 28일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에서 소환조사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이 28일 인천 남동구 인천논현경찰서에서 소환조사를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뉴스1

비밀 보장과 값비싼 대가, 이 두 조건을 충족하려면 연예인이나 프로스포츠 선수 등이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B씨는 "이씨가 자주 드나들던 업소는 일프로 중에도 최고라 영화배우, 야구선수들이 자주 찾았고 한 축구구단은 차를 대절해 단체로 놀러 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입단속이 잘돼 3배 가격을 불러도 기꺼이 일프로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시의 눈에서 벗어난 공간에선 일탈도 쉽다. 업소 측이 대놓고 2차(성관계)를 종용하거나 마약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도 모른 체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고 한다. B씨는 "손님들이 방에 출입금지를 걸면 곧장 무전으로 전파돼 아무도 못 들어간다"고 전했다. A씨도 "솔직히 불법 행위가 의심돼도 1,000만 원을 낸다는데 나가라는 업주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씨에게 마약을 공급한 장본인이 의사라는 의혹도 업계에선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고소득 직종인 의사들도 일프로를 자주 방문하고, 접대 여성들은 피부과나 성형외과의 단골 고객이어서 친분이 두터운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다른 룸살롱 관계자는 "이씨에게 마약을 건넨 의사도 아마 개인적 친분에서 시작돼, 룸살롱 혹은 병원에서 몰래 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룸살롱 내부. 이서현 기자

서울 강남구의 한 룸살롱 내부. 이서현 기자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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