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국민 45% "나도 트라우마 겪어"... 아직 이태원을 떠나보내지 못했다 [이태원 1주기]

입력
2023.10.30 04:30
1면
0 0

[이태원 참사 1주기: ⑥국민 인식 여론조사]
한국일보·공공의창·휴먼앤데이터 공동 실시
53% "진상규명 미흡"..."대비 않은 이유가 궁금"
"참사 있었지만 방지책 마련 부족" 응답도 55%

편집자주

여러분 기억 속 이태원 참사는 어떤 의미로 남아있나요? 슬픔, 놀라움, 분노, 비통함... 혹자는 "이제 그만하자"는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분명한 건 당시 생생한 사진·동영상이 실시간으로 퍼지면서 당사자 못지않게 많은 국민들이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호소했다는 점입니다. 그 마음의 상처 1년 만에 얼마나 아물었을까요? 이제 정말 '그만해도 되는' 일로 남겨야 할까요? 한국일보가 1주기 여론조사를 통해 '사실상의 목격자'였던 국민들의 생각을 들어봤습니다.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마련된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의 추모 공간에서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보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토요일 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태원 참사는 그 참상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사고 직후 거리 상황이나 심정지 환자를 살리려는 심폐소생술 장면 등이 여과 없이 전파되면서 사실상 '전 국민이 목격자'였다. 다른 참사의 경우 생존자 진술 등을 통해 사고 순간을 간접적으로 짐작해야 했지만, 이태원 참사는 마치 내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당시 현장을 접할 수 있었다. 이태원 참사를 다른 사회적 재난과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이 동시성과 현장성이다.

다수 국민들이 저마다 '2022년 10월 29일'에 관한 생생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에, 그만큼 비극을 바라보는 시선도 제각각이고, 후속처리를 둘러싼 논쟁도 격렬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유족과 생존자들을 상대로, "이만하면 됐다"거나 "그만 슬퍼하고 싶다"며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과연 지난 1년은 우리가 '이태원'을 미련 없이 떠나보내기 충분한 시간이었을까. 국민들은 참사와 관련한 모든 의혹이 해소됐고, 그 책임 소재가 분명히 가려졌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여론의 방향은 '아직 아니오' 쪽에 가까웠다.

한국일보가 비영리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 및 여론조사전문기관 휴먼앤데이터와 함께 이달 12·13일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인식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808명)를 실시한 결과,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그날'을 주목하고 있었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응답도 과반이었다.

여전히 이태원은 국민적 관심사

그래픽=박구원 기자

29일 휴먼앤데이터가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응답자의 80.7%(매우 50.4%∙대체로 30.3%)는 "이태원 참사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86.8%) 비율이 제일 높아, 청년 자녀를 둔 부모 세대의 관심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안전 이슈인 만큼 대중의 뇌리에 깊이 박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참사의 기억이 정신적 상처로 이어진 경우도 많았다. '참사 이후 트라우마를 겪은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44.7%(매우 12.1%∙대체로 32.6%)에 달했다. 실제 출근 시간 극심한 혼잡도로 악명 높은 김포골드라인에서는 참사 이후 안전을 우려하는 민원이 쇄도했다. 언제든 압사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은 일상 속에 자리 잡았다.

정부 책임론을 정치 이슈로 치부

그래픽=박구원 기자

이런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참사의 원인·경과·처리 과정을 명확하게 조사했어야 했지만, 지난 1년의 진상규명에 대해 시민들 절반은 비판적 평가를 내렸다. 10명 중 4명(39.6%)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했고, "대체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답은 13.4%였다. 특히 "이태원 참사에 매우 관심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71.3%가 정부의 진상규명에 회의적이었다.

의혹 중에서 가장 시급히 밝혀져야 할 것으로는 △경찰∙지방자치단체가 인파에 대비하지 않은 근본 원인(41.1%)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어 △적절한 구호조치 여부(14.8%) △정확한 사망 경위(13%) 등이었다. 유형우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은 "경찰 수사결과는 '군중 유체화'라는 현상만 설명했을 뿐"이라며 "지난해 핼러윈은 거리두기 해제로 인파 운집이 충분히 예상됐는데도, 왜 과거만큼 대비가 안 되었는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진상규명뿐 아니라 방지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55.5%(전혀 31.1%·대체로 24.4%)로 절반을 넘었다. 유가족과 지자체 간 대립이 첨예한 서울광장 앞 분향소 문제에서는 "유가족이 원하는 대로 운영돼야 한다"(39.7%)는 답변이 많았다. 다만 "당장 철거"(24.8%)를 말한 응답자도 적지 않았는데, 이 응답은 "진상규명이 잘 이뤄졌다"고 답한 이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았다. 세월호처럼 이태원에서도 '지속적 추모'와 '정부 책임'을 거론하면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서다.

정부·국회에 대한 실망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전경. 연합뉴스

응답자들은 정부와 국회에 대한 큰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가 드러낸 사회적 문제점'에 관한 질문에서 △정부 대응 체계에 대한 불신(31.3%)과 △사회적 참사 관련 정쟁(17.6%)이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이태원 희생자 최재혁씨의 친구 송영재씨는 "시스템 자체의 부족보다는 행정 조직의 의지나 판단이 부족해 발생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참사 예방에 있어 정부 차원의 노력이 다각도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두드러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은영 소장은 "비율로는 △국민의 안전의식 고취(35.6%)가 1위지만, 답변을 뜯어보면 △과거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25%)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 향상(19.1%) △책임자 처벌 강화(9.7%) 등 개인보다는 국가가 할 일이 더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번 설문조사 표본은 지난달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 기준에 따라 성∙연령∙지역별 가중값을 부여(셀 가중)해 추출했다.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구조화된 질문지를 이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했다.


※2016년 문을 연 공공의창은 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리서치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티브릿지·한국사회여론연구소·휴먼앤데이터·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메타서치·소상공인연구소·PDI·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5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기관이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모아 출범시켰다. 정부·기업 의뢰를 받지 않고, 매달 '의뢰자 없는' 조사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최다원 기자
서현정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