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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최대 인문지리지 '조선환여승람' 세상에 알려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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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최대 인문지리지 '조선환여승람' 세상에 알려지나?

입력
2023.10.29 16:46
수정
2023.10.3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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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때 편찬, 동국여지승람보다 방대한 분량
학술적·역사적 가치 충분해 문화재 등재 필요
저자 재조명하고 번역해서 문화콘텐츠 발굴해야

“우리나라, 해동천지(海東天地)의 흥망성쇠와 연혁을 계속하고 다음에 조선 땅에서 배출된 인물을 기술하였다. 그 규모가 동국여지승람과 조금 다른 점이 있어 ‘조선환여승람(朝鮮寰輿勝覽)'으로 고쳐 부치니 대개 뜻은 여기에 말미암았다. 역사는 널리 채집하고 교정에 힘쓰고 요긴함에 힘써 취하여 다시금 이어서 간행하였다. 도덕과 명절은 우주의 해와 달이 되어 연혁의 깊은 뜻을 밝게 밑바탕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백성을 교화하고 풍속을 육성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또한 지리와 역사학을 널리 섭렵하는 지름길은 이보다 나은 것이 없을 것이다. 기쁘다. 이 책이 어찌 지금 세상에만 오로지 아름답게 쓰일까? 진실로 백세가 지난 뒷날에도 중국과 오랑캐(일본)의 분별을 깨달을 것이고, 우리나라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 이 책 말고 무엇이 있을까?"

조선환여승람 서문 1929년 이병연

현존 최대 역사인문지리지로 알려진 조선환여승람 목활자본 (사)우리문화융합진흥원 제공

현존 최대 역사인문지리지로 알려진 조선환여승람 목활자본 (사)우리문화융합진흥원 제공

현존 최대 역사인문지리지로 알려진 ‘조선환여승람’이 일반인들에게 소개된다.

(사)우리문화융합진흥원이 11월 3일부터 12월 1일까지 4주 동안 공주대학교 공주학연구원 강당에서 ‘조선환여승람의 가치를 알다’라는 주제로 강좌를 개설했다. 시민 누구나 강연을 들을 수 있다.

강좌를 개설한 (사)우리문화융합진흥원에 따르면 △편찬자 이병연의 삶과 학문 △공주의 읍지와 조선환여승람 △조선환여승람에 나오는 공주지역 주요 누정의 글씨들 △세계유산 공주 공산지와 조선환여승람 △조선환여승람 활용 방안에 대해 강연하고 토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향배(충남대 한문학과), 최영성(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무형유산학과), 윤용혁(공주대 역사학과), 이성배(문학박사), 문경호(공주대 역사교육과), 임덕수(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 등 조선환여승람 연구 교수진이 강연을 한다.

조선환여승람은 공주에 살았던 유학자 이병연(1894~1977)이 1910년부터 1929년까지 20여 년 동안 전국을 돌며 129개 군의 역사·인물·지리·풍속·누정·교량 등을 조사해, 모두 49개 항목으로 상세하게 정리한 백과사전이며 역사·인문지리서다.

조선환여승람은 한문체 목활자본으로 모두 70권 분량이다. 간행기간만 16년이나 걸릴 정도로 방대한 분량이다. 전국 129개 군 가운데 26개 군의 내용만 책으로 출판됐다. 나머지 103개 군의 것은 일제의 감시와 재정난, 6.25전쟁 등으로 출판되지 못한 채 후손들이 보관하고 있다가 1990년 국사편찬위원회에 기증했다. 지리서로는 국내 최초의 상업용 출판물로도 알려졌다.

이병연은 조선환여승람 서문에서 "동국여지승람과 김정호의 대동지지를 바탕으로 역대 지리지의 특성을 계승하고, 지역의 역사적 사실을 정리하고 또 지역을 대표하는 인물을 성씨별로 세분하여 수록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충남 서천의 효자, 효녀, 명망가 등 425명을 33개 성씨로 분류하고 본관에 따라 세분류해 상세하게 기록했다. 지역 유림들의 사상과 미풍양속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기술했다는 것이다.

강연을 맡은 연구진에 따르면 이병연은 일제의 출판 검열을 피해 가면서 지방의 역사를 기록했고. 그 지역의 선비들이 글을 읽고 강론을 펼쳤던 누정을 소개했다. 또 열녀, 효자, 명망가를 소개했는데 이는 이병연이 민족정신을 고취시킬 목적으로 함축적인 의미를 담아 기술했다고 한다. 또 저자 이병연도 조선환여승람 서문에서 "진실로 백세가 지난 뒷날에도 중국과 오랑캐(일본)의 분별을 깨달을 것이고, 우리나라의 소식을 전하는 것이 이 책 말고 무엇이 있을까?"라며 책을 편찬한 이유가 역사의식을 고취하고 민중을 교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동국여지승람이 국가사업으로 편찬된데 비해 조선환여승람은 일제 때 민족사상을 고취하고 미풍양속이 이어지길 바라는, 가난한 한 유생에 의해 방대한 역사·인문지리로 기록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병연은 조선환여승람을 편찬하기 위해 공주에서 보문사라는 출판사도 운영했다. 형편이 어려워 집 뒤에 있는 참나무를 팔아 책 만드는 작업을 이어갔다고 전해진다.

29일 (사)우리문화융합진흥원 관계자는 "공주 유학자 이병연이 평생 정열을 바쳐 기록한 조선환여승람은 근대 문화의 사료적 가치가 충분한데도, 문화재 등재가 이루어지지 않아 안타깝다"며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103개 군의 자료도 하루속히 번역 작업을 통해 문화콘텐츠를 발굴해야 한다"며 충남도와 문화재청 등에 지원과 관심을 촉구했다.

또 이병연의 후손 이향배 교수도 "규모면에서 동국여지승람에 비견할 정도로 방대한 조선환여승람이, 일제 강점기에 일개 선비가 평생을 바쳐 편찬한 저술이다. 일제와 6.25전쟁, 재정문제 등으로 완간하지 못한 게 아쉽다"며 "지방자치시대에 조선환여승람의 활용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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