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관이 외주직원 불러 시스템 변경
무단으로 가중값 조정해 통계 생산
통계청 자체 감사에서도 파악 못해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청 직원이 통계 시스템을 허가 없이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체 감사를 벌이고도 해당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통계청의 시스템 관리 부실도 함께 드러났다. 감사원은 청와대의 거듭된 압박에 부담을 느낀 직원이 임의로 '통계 시스템 조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통계 조작 의혹'이 제기된 가계동향조사를 담당하던 통계청 복지통계과 A사무관은 2017년 8월 무단으로 ‘가구 사회부문 통합관리 시스템(HIMS)'의 소스 코드를 바꿨다. 시스템을 변경하려면 조사시스템관리과를 통해야 하지만, 그는 시스템을 관리하는 외주업체 직원을 따로 불러 시스템에 손을 댔다. A사무관은 감사원 감사에서 해당 시스템 코드를 바꾼 사실을 인정했다. 외주업체 직원도 “사무관 요청으로 코드를 변경했다”고 감사원에 털어놨다.
당시는 가계동향조사 결과 공표(8월 24일)를 앞두고 가계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나오는 등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정반대 결과가 나오자, 통계청이 부담을 느끼던 시기였다. 그러자 복지통계과는 해당 조사의 응답률이 낮은 문제를 언급하며, 표본과에 새로운 ‘취업자 가중값’ 사용을 의뢰했다. 자영업자까지 임금근로자에 포함시킨 가중값을 적용하면 가계소득이 늘어날 거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표본과가 “통계가 불안정해져 안 된다”고 거절하자, 줄어든 가계소득을 높여야 했던 A사무관은 결국 표본과를 통하지 않고도 새 가중값을 적용할 수 있도록 통계 시스템을 조작했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다.
규정상 통계 생산을 위해선 복지통계과 등 실사(실제 조사하는) 부서가 표본 설계를 담당하는 표본과에 의뢰해 해당 표본에 맞는 가중값을 받아와 적용해 계산해야 한다. 전수조사를 할 수 없는 한계 탓에 통계청은 표본 특성을 고려해 △설계 가중치 △사후 가중치 △무응답 가중치를 적용한다.
시스템을 바꾼 A사무관은 이런 규정을 무시하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게 나온 다른 통계(경제활동인구조사)의 가중값을 허가 없이 임의대로 가계동향조사에 적용했다. 복지통계과는 그해 3‧4분기 가계동향조사에도 표본과 승인 없이 임의대로 가중값을 사용했다. 이렇게 생산된 통계들은 소득주도성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였다.
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는 통계 시스템 관리가 그만큼 허술하게 이뤄져 왔다는 뜻이다. 통계청은 이러한 시스템 변경 사항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프로그램 수정 기록이 남는데도 2017년 이후 여러 번의 자체 감사에서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게다가 A사무관처럼 통계 시스템 접근 권한이 있는 직원이 시스템을 임의로 변경할 수 있을 정도로, 승인받지 않은 통계 시스템 변경을 막을 내부 통제장치 역시 전무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당시에 발견하지 못했던 것은 맞다”면서도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통계청은 당시 복지통계과 A사무관과 과장을 별도 보직 없이 본청으로 인사 조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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