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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뜻이 모여 롤러코스터 입시

입력
2023.10.25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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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에서 2024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치른 수험생들이 교정을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에서 2024학년도 수시모집 논술고사를 치른 수험생들이 교정을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내년 대입부터 의과대학 모집 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에 학원가가 들썩이고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의대 입시 설명회가 발 빠르게 열려 성황이고, '초등 의대 준비반'에 학부모 문의 전화가 쇄도한다. 서슬 퍼런 '사교육 카르텔' 단속에 풀 죽었던 분위기는 이제 온데간데없다. 의대 진학 문턱이 낮아지면 반수생 수는 당분간 역대 최고치를 계속 경신할 것이고, 이른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로 불리는 최상위급 대학도 의사가 되고픈 재학생의 대량 유출을 속절없이 지켜봐야 할 판이다. 의사들의 집단 반발이 있더라도, 붕괴 위기에 처한 지역의료·필수의료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대 증원의 대의는 이런 난리통에 마땅히 받아야 할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 비록 민감한 증원 규모는 쏙 뺐지만 대통령이 직접 의대 정원 확대 의지를 천명한 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자기 발언을 도로 거둬들이느라 종일 분주했다. 대학에 무전공(자유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일부라도 의대를 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했다가, 대통령에게 "불필요한 언급"이라고 질책을 당했다. 국민적 민감 현안인 입시 제도에 괜한 혼란만 키웠다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적성과 소질에 맞는 전공을 찾도록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게 부총리의 지론이고, 그러려면 대학이 '전공 장벽'을 허물고 신입생 30%를 무전공으로 뽑아야 한다는 게 그의 정책적 요구였다. '무전공 입학생 의대 진학'은 그런 요청을 받은 대학들이 '대가'로 요구한 것이었을 텐데, 이런 거래 제안에서 의대 진학 가능성을 내세워 자유전공학부 위상을 높이려는 대학들의 실속이 먼저 읽히는 건 어쩔 수 없다.

# 미래 한국 동량들에게 충분한 전공 탐색 시간을 줘야 한다는 전향적 방침은 그러나 고등학교 교육현장에 예고된 변화와 버성긴다. 내후년부터 전국 모든 학교, 모든 학년에서 시행되는 고교학점제 얘기다. 이 제도 아래서 고교생은 대학생처럼 자기가 듣고 싶은 과목을 골라 수업을 듣게 된다. 갈수록 고도화, 전문화하는 사회 변화 추세에 맞춰, 대학에 들어가기 전부터 어떤 학문 분야가 자신에게 적합한지를 적극적으로 탐색해보라는 주문이다. 고교에서 심화 과목을 선택해 관심사의 깊이를 더하는 것과, 대학에서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내게 맞춤한 관심사를 찾아내는 것. 두 정책의 밑바탕에 깔린 철학의 숭고함과 지당함을 비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결이 전혀 다른 두 정책을, 그것도 뒤바뀐 순서로 이어 붙여 적용하는 것은 학생 입장에서 피곤할 성싶다.

# 고교학점제와 어울리지 않기로는 얼마 전 교육부가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도 만만치 않다. 물론 시안 내용을 보면 여러 모순적 여건 속에서 절충안을 찾아야 했던 정부의 고충과 노력이 어렵지 않게 읽힌다. 특히 수능의 선택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차이 발생, 내신의 고교학점제 학년별 평가방식 차이(이로 인한 1학년 내신 영향력 비대화)라는 부조리를 정면 돌파한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그럼에도 1학년 때 배운 내용 위주로 치르는 공통수능, 절대평가 방침을 깨고 상대평가를 병행하는 내신은 2, 3학년 때 선택과목 위주로 운영될 고교학점제하 학교 수업의 파행을 예감하게 한다. 뭐 하나 선의를 의심할 수 없는 정책들을 보태도 수습할 방도는 당최 보이지 않는 난맥상. 대한민국 입시 제도다.

이훈성 사회정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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