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팔로어만 154만 명에 달하는 스타 돼지
많은 이의 식습관 변화시킨 '에스더 효과'도
전 세계에 식용으로 길러지는 돼지의 삶을 알리고, 많은 이의 식습관 변화를 일으킨 반려돼지 '에스더'가 이달 19일 1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에스더의 보호자인 스티브 젠킨스, 데렉 월터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에스더가 아빠 젠킨스 옆에서 편안히 잠들었다"며 "에스더는 우리 곁에 없지만 그에 대한 기억과 유산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에스더의 사망 소식을 알렸다. 이들은 "우리는 모든 동물이 에스더처럼 사랑받을 자격이 있음을 세상에 계속 보여줄 것"이라며 "에스더를 사랑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캐나다에 사는 에스더는 SNS 팔로어만 154만 명에 달할 정도로 전 세계인으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어서 젠킨스가 쓴 '대단한 돼지 에스더'(책공장더불어)가 번역 출간됐고 젠킨스와 월터가 국내 개농장에서 구조된 오브차카 종 '앨리스'를 입양했다.
이들이 에스더를 입양하게 된 계기도 유명하다. 안락사될 위기의 미니피그를 입양했는데 알고 보니 300㎏에 달하는 일반 돼지였던 것이다. 이들은 에스더를 포기하는 대신 농장동물 보호소를 설립하고 사람들에게 돼지의 사랑스러움을 알려왔다.
에스더가 다섯 살 때는 유방암에 걸렸지만 대형동물 진단을 위한 컴퓨터단층촬영(CT)기기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젠킨스와 월터는 에스더를 위한 CT기기 구입 모금에 들어갔고 60만 달러(약 8억1,200만 원)를 모아 유방암 수술을 성공시키고 남은 돈은 동물보호소에 기부하기도 했다.
젠킨스와 월터는 에스더의 생전 당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에스더의 지능이 놀라운 수준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관련기사: "견공 친구 잃고 눈물 흘리는 돼지, 감정 있는 생명체 맞죠") 이들은 "집에 있는 모든 문, 특히 냉장고 문을 열 줄 안다"며 "'완벽한 절도'를 위해 우리가 안 볼 때를 기다렸다가 몰래 음식을 꺼내 먹는다"는 일화를 전했다.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는 "돼지는 사람들이 흔히 아는 것처럼 더럽지 않다"며 "인간이 그렇게 만들었을 뿐, 경이로울 정도로 깔끔하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에스더가 좀 더 살아서 육식을 줄이거나 채식을 시작하게 하는 이른바 '에스더 효과'를 더 널리 알렸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무지개다리 건너서도 이곳에서처럼 행복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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