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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에 일자리 뺏길라"... 조직적 노동운동 부활의 해 맞은 미국

입력
2023.10.24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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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파업 참여자 46만 명... 2년 전의 12배
"소득 불평등·신기술 일자리 위협 등이 촉발"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넷플릭스 본사 앞에서 파업 중인 할리우드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의 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미국의 올여름은 '파업의 여름'으로 불렸다. 63년 만에 동반 파업을 결의한 할리우드 작가·배우 양대 노동조합은 물론, △미국 최대 배송업체인 UPS 노조 △철도 노조 △스타벅스 같은 식음료 업체 및 호텔 등 서비스 업종 노조들까지 대거 파업에 나선 탓이다.

그러나 이제는 파업의 여름 수준을 넘어선 듯하다. 그보다는 '파업의 해'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는 평가가 최근 힘을 얻는다. 미국 완성차 3사 노조(9월), 대형 비영리 보건의료기관 카이저퍼머넌트 노조(10월) 등의 전례 없는 파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다. 21일(현지시간) 코넬대 노동운동 추적기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선 총 321회의 노조 파업이 있었고, 약 46만 명의 노동자가 참여했다. 아직 한 해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2021년 총 3만7,000명밖에 되지 않았던 파업 참여자 수가 2년 새 12배 이상 폭증한 것이다. 파업에 따른 미국의 누적 근로손실일수는 8월까지 약 741일로, 이미 2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노조 파업이 봇물 터지듯 잇따르는 배경엔 기록적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생활비의 상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기에 더욱 심화된 소득 불평등이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 조합원 등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선 이들은 "기업의 이익이 커지고, 경영진 급여도 올랐는데, 내 삶은 오히려 팍팍해졌다"고 공통적으로 주장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포드의 노동자 중위 임금 대비 최고경영자(CEO) 보수는 2019년 147배에서 올해 281배가 됐다. GM도 203배에서 362배로 격차가 벌어졌다. 스텔란티스 역시 노동자 평균임금 대비 CEO 보수가 232배에서 364배로 늘어났다.

"파업의 급증엔 기술 변화도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다"(뉴욕타임스)는 진단도 나온다.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조직적인 노동 운동의 부활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파업 돌입 약 5개월 만인 이달 초 종료된 미국작가조합 파업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AI 도입에 따른 작가 권리 보장'이었다. AI의 대본 집필이나 재창조의 원천적 금지를 작가들은 주장했다.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UAW 파업에도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데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공정이 단순해 노동력이 30~40% 적게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 기존 노동자들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뜻이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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