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자제' 바이든, 외교 총력전
이스라엘군 "지상군 투입 지연 없어"
이란·헤즈볼라에 확전 명분 될까 우려
미국이 '중동의 경찰'로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 있을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지 11일밖에 되지 않은 데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이라 그야말로 파격적 결정이다.
양측 희생자가 17일 기준 4,200명을 넘어섰고 5차 중동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전쟁에 더 깊이 발을 들이는 것은 독배가 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방인 이스라엘에 대한 굳건한 지지 확인'과 '확전 억지'라는 상충하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성공하면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외교적 치적이 되겠지만 실패하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상처를 입는다. 미국 언론은 그의 이스라엘행이 "엄청난 도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중대 시점에…" 바이든, 18일 이스라엘 간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7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8시간 동안 회동한 뒤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방문 계획을 발표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연대를 재확인할 것"이라며 이스라엘 엄호가 1차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의회에서 50년간 외교 정책을 다뤄 외교 전문성을 자신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설득해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란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의 참전도 막아야 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 방문에 이어 요르단으로 이동해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을 만난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도 만나 중재를 당부한다.
미국은 군사력을 동원한 전쟁 억지력 강화에도 나섰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군은 병력 2,000명의 중동 배치를 준비 중이다. 다만 이들은 전투가 아닌 군사 자문과 의료 지원 임무를 맡게 되며, 지상전 투입을 염두에 둔 보병 파병은 제외될 것이라고 WSJ가 전했다. 이스라엘 앞바다 동지중해에는 미군 핵 항모전단이 배치된 상태다.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마이클 에릭 쿠릴라 미국 중부사령관도 16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이스라엘군 고위 지휘관들을 만났다고 미 CNN방송이 전했다.
가자 지상전 돌입 목전서 '확전 변수'
바이든 대통령이 중동에 체류하는 동안에는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에는 작전 준비 시간을, 팔레스타인 가자 주민들에게는 대피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명분을 챙기게 된다"고 분석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막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후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이 발표됐다"고 전했다.
다만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의 뜻대로 확전을 포기할지는 미지수다. 조나단 콘리쿠스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 역시 하마스를 물리치기 위한 우리의 작전을 지지할 것으로 믿는다"며 "그의 방문으로 가자 진입이 지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CNN에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행이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 등을 자극해 확전의 명분을 제공하는 최악의 수가 될 우려도 존재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직후 이스라엘의 지상 작전이 시작된다면, 이스라엘이 미국의 공격 승인을 받은 모양새가 된다. NYT는 "미국의 힘이 배후에 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의 중동 내 병력 증강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의도와 달리 미국의 개입을 심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이란, '확전' 거듭 경고… 비우호적인 아랍국들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은 전쟁 개입 경고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17일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응답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란 국영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아랍 국가들도 이스라엘 비판에 동참하면서 미국의 힘을 빼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16일 블링컨 장관과의 회동에 몇 시간 늦게 나타나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은)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 군사작전"이라고 비판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면서 중동 질서 재편을 꾀한다.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을 도모했던 중국은 돌연 "이스라엘의 대처는 자위권 행사 범위를 벗어났다"며 팔레스타인 편에 섰다. "중국과 러시아는 대만 문제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 미국의 관심을 (중동으로) 돌리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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