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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치러달라"...3억 빚 떠안은 모녀, 장례비 남기고 세상 등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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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 치러달라"...3억 빚 떠안은 모녀, 장례비 남기고 세상 등졌다

입력
2023.10.17 12:23
수정
2023.10.17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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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남편이 사망하며 남긴 빚
상속포기 절차 몰라 그대로 떠안아
장례비용 800만 원 관리비도 남겨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진 모녀가 상속된 가장의 빚 3억 원을 떠안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속 포기 절차를 안내받지 못한 모녀는 "빚이 많아 힘들다"는 유서와 함께 장례비와 아파트 관리비를 남기고 세상을 등졌다.

16일 광주 북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7분쯤 광주 북구 연제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서 나란히 쓰러져 있는 A(81)씨와 그의 딸 B(52)씨를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신고했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둘은 이미 숨진 상태였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모녀의 집에선 "빚이 많아 너무 힘들다" "서로 의지하고 살았는데 한 사람이라도 잘못되면 더 이상 살 수 없다" 등의 내용이 포함된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옷장에 돈을 남겨뒀으니 장례를 치르는 데 써 달라"는 당부도 적혀 있었다. 모녀의 옷장 안에서는 장례비 800만 원이, 유서 옆 봉투에서는 아파트 관리비 명목의 40만 원이 발견됐다.

모녀는 수도권에 거주하다 최근 광주로 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공기업에 다녔고 A씨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등으로 매달 110만 원가량을 받는 등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다. 모녀가 살던 아파트도 B씨 소유였다.

이들은 2019년 A씨 남편이 사망하며 남은 3억 원가량의 빚 때문에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속 개시를 알게 된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상속 포기를 하면 빚을 탕감받을 수 있는데, 모녀가 이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해 그대로 빚을 물려받은 것이다.

A씨는 최근 "빚을 갚으라"는 독촉을 많이 받아 동생에게 수차례 힘들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동생이 1,300만 원가량을 모녀에게 건네기도 했지만 빚을 모두 갚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아파트 17층이었던 모녀의 집 창문이 열려 있었고 창문 아래에 의자가 놓여 있던 점, 별도 외부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을 근거로 모녀가 투신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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