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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놔두고 네이버만 압박하는 정부

입력
2023.10.18 00: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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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이익에도 공헌 없는 외국 대기업
기울어진 운동장에 놓인 한국의 기업들
국내기업 위한 공정경쟁 질서 확립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구글은 2022년 한국에서의 매출 3,000억 원대에 대해 169억 원의 법인세를 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 연구진들의 추정에 의하면 한국 매출은 구글의 주장 대비 30배 정도인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한국의 인터넷 대기업들과 비교해서도 그 매출액은 국내 1위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이 수천억 원의 세금과 수백억 원대 통신비를 부담하고 있는 데 비해, 해외 기업들은 고작 수백 명 수준의 매우 작은 한국 지사를 운영하며 한국에 공헌하는 경제적 부가가치는 매우 작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구글의 모국인 미국과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도 기업의 세금 회피를 막는, 최저세금 과세를 포함한 과세 증액을 위한 법안 등을 강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경우 대책 법안 등을 강구하고 있다고 하지만 유럽처럼 1조 원이 넘는 수준의 과세를 한 적도 없으며, 수수료 부과 채널을 단일화함으로써 실효 수수료율을 높이려는 구글의 조치를 막는 시도는 현재까지도 소송 중이며 사실 실효는 없었다. 한국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모국 기업에 대한 보다 나은 혜택이 아니라, 단지 해외 공룡기업과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동등한 수준의 과세와 통신비 부담 수준이다.

해외 기업들이 계속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통신비를 한국 유수 인터넷 기업들은 수백억 원씩 부담하고 해외기업 대비 훨씬 많은 세금을 내는 상황에서, 정부가 우리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권장하며 30조 원 내외 시가 총액의 한국 기업들에 2,000조 원 가치의 글로벌 공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소한 공정한 경쟁을 위해 통신비, 세금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에 대해 감면 등 상응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피치 못할 이유를 담당 기관들이 설명한다고 해도, 10여 년 이상 국내 기업들이 불리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더 이상 국내 기업들에 불공정한 경쟁 조건이 주어져서는 안 된다.

넓은 규제 범위도 문제이다. 미국도 플랫폼 규제를 한다고 하지만, 그 규제는 시총 1,000조 원이 넘는 단 4개 기업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규제기관들이 주장하는 플랫폼 규제의 범위는 수십여 개에서 100개 이상에 이르는 수준이다. 규제 기관들이 독점이라고 주장하는 한국 플랫폼 시장은 구글, 틱톡 등 해외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예컨대 MZ세대가 문자 검색을 거의 하지 않고 대부분 유튜브 비디오 검색을 하는 상황에서, 국내 규제기관들이 주장하는 네이버의 포털 및 검색 시장 독과점은 그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 강도는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각종 명목의 규제가 될 것으로 의심되는 절차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규제도 일부 필요하겠지만 현재 규제들의 상당 부분은 기업들의 노력을 폄하하고, 잠재범죄자로 보며, 사업 의지를 좌절시키는 과다 규제들이다. 규제 기관들은 이런 질문에 대답해 주기 바란다. 플랫폼 기업들이 과다 수수료를 받는다며, 지자체와 정부기관이 만든 중개 플랫폼들이 만드는 대로 실패하는 데도 왜 그들은 플랫폼이 쉽다는 착각을 버리지 못하며 혈세 낭비를 계속하고 있는지? 해외 공룡 기업들과의 경쟁을 도와줘도 시원치 않을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들이 만연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한국 기업들이 계속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자본주의의 주인공이자 한국 경제의 주역인 우리 기업들이 일단 우리 시장에서부터 기본적 존중을 받는 환경이 조성되고 지원되기를 바란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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