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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ATM 사용 원천제한했던 우체국... 대법원 "이유 없는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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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인 ATM 사용 원천제한했던 우체국... 대법원 "이유 없는 차별"

입력
2023.10.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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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후견인과 창구 동행해야만 출금
우체국, 지금은 출금 제한 조치 수정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적장애인은 현금지급기(ATM) 등 비대면 방식을 이용해 현금 인출을 못하도록 제한한 과거 우체국의 내부 규정은 '정당하지 못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고모씨 등 지적장애인 18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장애인 차별행위 중지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고씨 등은 2018년 1월 법원에서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받았다. 한정후견은 질병이나 장애, 노령으로 일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후견인을 지정해 법률행위 등을 수행하도록 하는 제도다. 당시 법원은 지적장애인이 금융 거래를 할 때는 인출일 전부터 30일을 합산한 거래 금액이 100만 원을 넘을 경우 한정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했다. 300만 원이 넘을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우체국 은행은 법원이 지정한 것보다 엄격하게 규정을 운영했다. 지적장애인이 돈을 인출하려면 반드시 통장과 인감을 지참해 은행 창구에서만 거래하도록 하고, 금액이 100만 원 이상이면 한정후견인이 창구까지 동행하도록 강제했다. 고씨 등은 이런 규정은 차별이라며 2018년 11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모두 고씨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한정후견인과 동행을 요구하는 행위는 지적장애인을 정당한 이유 없이 차별한 것"이라며 이 같은 규정 강제를 중지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더해 우체국이 차별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금을 원고 1인당 50만 원씩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2심도 같은 판단을 내렸지만, 우체국이 2020년 6월부터 내부 지침을 수정해 차별을 시정한 점을 감안해 배상금 액수를 1인당 20만 원으로 줄였다.

대법원 역시 "한정후견 대상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나 제한은 후견 사건을 담당하는 가정법원이 심리 절차를 거쳐 판단하는 것"이라며 "한정후견 대상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우정사업본부 등이 임의로 제한하는 것을 정당화할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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