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단속하고 순방 외교전 벌였지만
이란은 끄떡없고 팔레스타인 주민만 고립
미국의 중동 외교가 벽을 만났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은 미국의 노력에도 확전으로 치닫는 중이고, 민간인들을 구출·대피시키려는 계획도 통하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 각각 통화했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소탕 명분을 지지하되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게 메시지의 핵심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필라델피아 연설에서도 “(이스라엘이 봉쇄한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위기에 시급히 대처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도 14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민간인 보호 책무 등을 포함하는 전쟁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동 우방국을 돌며 확전 저지에 나섰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 이스라엘의 적대 세력이 참전할 여지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출발해 요르단, 카타르,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을 방문했다.
이번 전쟁이 중동의 지역 전쟁으로 번지고 미국이 더 깊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대형 악재다.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복원 계획이 무산되고, 에너지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발생하면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주변은 일촉즉발 분위기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지상전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반이스라엘 진영의 구심인 이란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4일 유엔 본부 이란 대표부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와 대량 학살이 즉시 중단되지 않으면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공습 대피령을 내린 가자지구는 이미 아비규환이다. 미국이 가자지구 내에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를 설치하는 방안을 유엔, 이스라엘, 중동 국가들과 논의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가자지구에 체류하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약 600명을 이집트와의 국경을 통해 탈출시키는 방안에 이집트 정부와 합의했지만, 이집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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