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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간 59건 회피 권영준 대법관, 이런 게 사법 리스크

입력
2023.10.11 04:30
수정
2023.10.11 11:1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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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1일 당시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마이크를 만지고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 7월 11일 당시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열린 임명동의안 심사를 위한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마이크를 만지고 있다. 고영권 기자

지난 7월 19일 취임한 권영준 대법관이 지금까지 59건의 대형 로펌 사건을 회피해, 다른 대법관에게 사건들이 재배당(주심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사건을 제대로 심리하지 못하는 ‘반쪽 대법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7월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권 대법관 후보자의 대형 로펌 유착 의혹이 크게 논란이 됐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며 김앤장 등 7곳 대형 로펌에 법률의견서를 써주고 무려 18억 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그는 “최근 2년간 관계 맺은 모든 로펌 사건을 회피하겠다”고 약속했고, 임명동의안이 통과돼 대법관에 임명됐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되기 전 2년간 고문을 맡거나 자문을 제공했던 법인을 이해관계 당사자로 간주한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권 대법관은 취임 후 김앤장·태평양·세종·피터앤킴·율촌·바른 등 대형 로펌이 대리인으로 선임된 사건 59건을 회피했다. 회피는 법관이 사건 당사자들과의 관계 등을 이유로 공정 재판에 우려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사건 심리를 피하는 제도이다.

권 대법관으로선 약속을 지킨 것이지만, 대법원에는 큰 리스크가 아닐 수 없다. 한 해 보통 재판부에서 회피 사건은 10건도 되지 않는데, 두 달간 약 60건은 큰 부담이 되는 수치다. 물론 회피 사건 수만큼 권 대법관에게 다른 사건이 배당됐을 수 있지만, 민사 전문가이면서도 대부분 민사사건을 회피한 것으로 드러나 전문 분야의 장점조차 살리지 못하는 대법관이 되고 있다.

이런 예측 가능한 리스크도 걸러내지 못한 정치권과 임명권자의 책임이 크다. 권 대법관의 18억 원 수수 내역이 드러났을 때, 대법관으로 부적격하다는 지적이 충분히 제기됐었다. 더구나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대법원장 공백사태까지 발생해, 대법원의 업무 적체는 심화하고 있다.

위법이 드러나 탄핵되지 않은 한, 이미 임명된 대법관을 물러나게 할 수는 없다. 인사 검증과 인사청문회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어떤 리스크로 돌아오는지 보여주는 반면교사로 새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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