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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피해 해외로 도피하고도... "불법수익도 내 돈" 소송전 벌이는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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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사 피해 해외로 도피하고도... "불법수익도 내 돈" 소송전 벌이는 치과의사

입력
2023.10.10 04:00
수정
2023.11.26 15:2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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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네트워크 치과' 개설하고 대성공
의료법 위반 수사 시작되자 해외 도피
도망친 美서 "돈 내놓으라" 소송 남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명 치과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다 의료법 위반 수사를 피해 미국으로 달아난 치과의사가 국내 최대 로펌을 선임해 무차별 소송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치과그룹이 본인 소유이니 지점 원장들이 받은 각종 환급액의 소유권도 자신에게 있다는 주장인데, 정작 관련 수사는 모두 회피하고 있어 법을 기만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외도주 후 끝없는 '내 돈 내놔' 소송

치과의사 김모씨는 2000년대 이른바 ‘네트워크 치과’로 알려진 A치과그룹을 설립·운영했다. 그의 치과는 전국에 120여 개 지점을 낼 정도로 유명했고 '반값 임플란트' 등을 앞세워 막대한 수익도 올렸다. 김씨 측이 치과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대고 명의 원장과 동업하는 계약이었으나, 실제로는 일정액이나 매출액의 20%를 급여로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2012년 의료인 1명이 1개 의료기관만 개설·운영하게 한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치과그룹 운영은 불가능해졌다. 김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프랜차이즈를 운영했다. 그러자 대한치과의사협회 등은 A치과그룹을 고발했고, 대표 고모씨와 주요 지점 원장들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3월 유죄 판결이 확정됐다. 죄질이 불량해 면허가 취소된 의사도 있었다.

정작 김씨는 수사가 본격화하자 해외로 도망쳤다. 그는 10년 넘게 미국에 머무르면서 그간 벌어들인 엄청난 돈을 바탕으로 최근 국내 최대 로펌을 선임해 지점 원장들에게 정부 환급금 등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전남지역의 한 지점 원장이었던 B씨도 김씨의 피해자 중 하나다. 그는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받은 요양급여비를 달라"며 김씨가 제기한 27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A치과그룹 실질적 소유주'인 만큼 B씨가 받은 요양급여비도 자신의 것이라는 게 김씨 주장이다. 김씨는 B씨가 A치과그룹에서 벗어나려 해당 요양급여비로 갚은 계약상 채무를 횡령이라며 형사고소까지 했으나, 지난달 검찰은 불기소처분했다.

형사판결 지렛대 계속 수금... "소권 악용 극치"

서울중앙지법 민사36부(부장 황순현)도 지난해 10월 B씨를 상대로 한 김씨의 손해배상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요양급여비 자체가 김씨 소유라고도, B씨가 횡령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12일 2심 선고 결과가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김씨의 '수금'은 진행형이다. 그는 7월 A치과 원장 29명을 상대로 19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을 또 냈다. 과거 탈세 혐의로 조사받으면서 대신 세금을 냈으니, 이후 원장들이 환급받은 세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다. 아직 A치과 간판을 걸고 있는 의사 대부분은 10여 년간 거액의 계약금을 분납해야 김씨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어 난감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씨는 엄연히 기소가 중지된 피의자다. 해외 도피 중 과세 처분 등에 불복해 소송을 낸 경우는 있어도, 김씨처럼 불법으로 드러난 사안과 관련해 소송을 남발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더구나 김씨는 앞선 형사소송 결론을 민사소송의 지렛대로 삼고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하다. 불법 유무와 관계없이 원장들의 형사처벌로 본인이 이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만큼 각종 환급액의 소유권도 인정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법조계에선 '소권 악용의 극치'라고 지적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가장 시급한 건 김씨를 빨리 잡아와 수사부터 받게 하는 것"이라며 "파생 이익에 대한 소송을 막을 길이 없으니 돈만 있으면 죄를 짓고도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는 게 아닌가 싶다"고 우려했다. B씨는 "계속 A치과 간판을 달고 있으면 면허까지 취소될 판이라 벗어나려 했을 뿐"이라며 "지점 원장들은 이미 형사 책임을 졌는데, 정작 도망간 회장은 온갖 소송으로 옭아매니 버틸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유디치과’ 관련 반론보도문]

한국일보는 지면과 인터넷 기사를 통해 ‘유디치과’를 개설한 김종훈 전 회장이 의료법 위반으로 수사가 개시되자 미국으로 도피했고, 도피 중에 각 지점 원장들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있으며, 유디치과에서 탈퇴하기 위해서는 김 전 회장에게 많게는 100억 원대의 양도대금을 납부해야 하는 영업권 양도·양수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유디치과와 김 전 회장 측은 “김 전 회장의 미국 이주는 수사가 개시되기 5년 전에 이뤄졌고, 110여개의 유디치과가 운영중인 상황에서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총 5건이며, 영업권 양도·양수 계약은 지점 탈퇴와 관계없이 진행되어 왔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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