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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난 두 풍경… 중추절 '월병 판매' 급감, '복권 구매'는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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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난 두 풍경… 중추절 '월병 판매' 급감, '복권 구매'는 폭증

입력
2023.10.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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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경기 위축세에 명절 씀씀이는 줄고
취업난 시달리는 청년층 사행 심리 커져

중국의 중추절(추석) 전통 음식인 월병. 올해 중추절을 앞두고 중국 내 월병 판매량이 약 5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국의 중추절(추석) 전통 음식인 월병. 올해 중추절을 앞두고 중국 내 월병 판매량이 약 55%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국에서 전통 명절 '중추절'(추석)을 맞아 월병과 복권 판매량이 상반된 추이를 나타냈다. 대표적인 중추절 음식인 월병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한 반면, 복권은 2배 이상 많이 팔린 것이다. 더딘 내수 경제 회복세가 명절 씀씀이를 위축시키고, 사행 심리는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직원 선물용 월병 대량 주문 올해 들어 '뚝'

중국의 각종 유통업체들은 올해 유독 중추절 시즌 월병 판매가 줄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의 중국 전문매체 에포크타임스는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닷컴의 자료를 인용해 "중추절을 앞두고 있던 8월 중순 기준 월병 판매량이 9만1,000상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16만 상자에 비해 약 43%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매출액으로 따지면, 작년 대비 55%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 타오쥐의 관리자는 "기업 등 단체 주문이 특히 급감했다"며 "예컨대 지난해 5,000개를 구매했던 한 기업은 올해 수백 개만 구매했다"고 말했다. 장쑤성 쑤저우에 있는 한 월병 제조업제 관계자도 "올해 중추절을 앞둔 시기에 장쑤성과 저장성, 상하이 지역의 월병 주문이 30~40% 감소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송편 격인 월병은 중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명절 선물 중 하나다. 중국의 월병 생산량은 2015년 32만8,000톤에서 지난해 43만7,000톤으로 8년 새 33% 증가했다. 당초 중국 제과산업협회는 올해 중추절 월병 생산량이 5%가량 소폭 증가할 것으로도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엔 소비자들이 외면한 셈이 됐다. 미국에서 중국 전문 시사평론가로 활동 중인 왕허는 에포크타임스에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부자든 서민이든 돈을 아끼고 있다"며 "예전에 직원 선물용으로 월병을 대량 구매했던 기업들이 지금은 이런 비용을 줄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년층 붐볐던 복권방, 최근엔 청년층이 주요 고객"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쇼핑몰 내 복권 판매점에서 중국인들이 당첨 여부 확인을 위해 구매한 복권을 긁고 있다. 웨이보 캡처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쇼핑몰 내 복권 판매점에서 중국인들이 당첨 여부 확인을 위해 구매한 복권을 긁고 있다. 웨이보 캡처

실제 중국 내수 경기는 올해 초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폐기하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섰음에도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8월 소매 판매가 잠시 반등했으나, 최악의 청년실업률(6월 기준 21.3%)이 증명하듯 투자와 소비의 선순환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이 같은 경제적 난국은 복권 판매량 급증을 낳았다. 중국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복지·체육 복권 판매액은 529억6,000만 위안(약 9조7,7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53.6% 증가한 수치다. 올해 1~8월 누적 판매액도 3,757억6,000만 위안(약 69조3,2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6% 늘어났다. 제로 코로나 시기였던 2020년엔 판매액이 전년 대비 20.9% 감소했지만, 위드 코로나 원년인 올해 복권이 더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에포크타임스는 "과거 중국 복권방은 중·노년층이 주요 고객이었던 반면, 최근 들어선 젊은이들로 북적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 청년층 사이에선 생일 등 기념일 때 복권을 선물하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재정부는 "신규 복권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며 구매량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중국 젊은이들의 복권 구매가 사회적 현상이 되고 있다"며 중국 경제난과 복권 구매량 폭증이 무관치 않다고 짚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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