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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에 치이고 민주당에 외면당한 매카시… 미운털 왜 박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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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에 치이고 민주당에 외면당한 매카시… 미운털 왜 박혔나

입력
2023.10.04 19: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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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의장 첫 해임… ‘셧다운’ 막고도 굴욕
대립보다 타협… “하원의장 재도전 안 한다”

3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케빈 매카시(공화) 전 하원의장이 연방 하원 투표로 의장직에서 해임된 직후 언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3일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서 케빈 매카시(공화) 전 하원의장이 연방 하원 투표로 의장직에서 해임된 직후 언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국 의회 234년 역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직에서 해임되는 굴욕의 주인공이 된 케빈 매카시 전 의장은 애초부터 의회 내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같은 당인 공화당 내 강경파는 올해 1월 의장 취임 때부터 ‘지나치게 타협적’이라는 이유로 틈만 나면 그를 축출하려 기회를 노렸다. 여당인 민주당도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창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극단주의를 벗지 못했다며 그를 비판해 왔다. 3일(현지시간) 양쪽은 모두 궁지에 몰린 그를 외면했고, 연방하원의 ‘의장 해임 가결’은 그 결과였다.

2002년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에 당선된 매카시 전 하원의장은 2006년 자신이 15년 동안 보좌한 빌 토머스 의원 은퇴로 공석이 된 캘리포니아 22선거구 하원의원에 출마해 9선 고지에 올랐다. 2014년 하원 진출 8년 만에 원내대표로 선출되며 각광받기 시작했다. 2018년 다시 원내대표로 뽑혀 지난해 공화당의 중간선거 승리에 기여했다.

한때 ‘호위무사’ 소리를 들을 정도로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이 지냈지만, 캐릭터는 달랐다. 연초 하원의장 선거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했는데도 당내 강경파들 반대로 15차례 투표 끝에 간신히 의장직에 앉았던 건 이런 이유가 컸다. 강경파를 회유하려 의원 각자에게 해임 결의안 제출 권한을 부여했고, 그 때문에 임기 내내 그들 눈치를 봐야 했다.

야당 소속 하원의장이었지만, 민주당이나 백악관과 대립하기보다 항상 대화와 타협으로 정치를 풀어 가려 했다. 6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연방정부 부채 한도 확대를 놓고 양당이 맞서던 중, 합의안을 전격 도출해 연방정부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피한 것은 드문 ‘윈윈’ 협상으로 꼽힌다. 연방정부 ‘셧다운’(예산 공백에 따른 업무 일시 중단)까지 몇 시간 남지 않은 지난달 30일, 강경파가 요구하는 예산 대폭 삭감안을 삭제하고 정부 예산을 동결한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을 제안해 민주당의 압도적 지지를 끌어낸 것도 그의 타협적 면모를 드러낸다.

하지만 막판에 몰리기 전까지는 물러서지 않았다. 국경 예산 부활과 국방부 진보 예산 삭감 등을 양보 없이 주장했고,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 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강경파를 달래려는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으나, 민주당이 그를 믿을 수 없는 인물로 여기게 만드는 빌미가 됐다.

재임 기간이 9개월에 불과했고 아직 당내 지지자도 많지만, 재도전엔 선을 그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매카시 전 하원의장은 기자들에게 “재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나는 협상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정부는 타협점을 찾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내가 믿는 것을 위해 싸웠다”고도 강조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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