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메세나협 지원으로 韓 유학 부꾸인녀안
4년 만에 음악 석사… 호찌민국립음대 '교수'
메세나협 "유학생 추가 선발 등 다양한 활동,
한국이 돈만 벌어갔다는 말 안 나오게 할 것"
“한국에서 음악을 배워 기쁘지만, 더 기쁜 건 뭔지 아세요? 그걸 베트남에서 가르칠 수 있게 됐다는 거예요!”
4년 전 한국행 비행기를 타며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와 고국에 ‘클래식의 씨앗’을 뿌리겠다는 포부를 품었던 부꾸인녀안(27ㆍ한국명 부은혜)이 성악과 교수로 변신해 금의환향했다. 안 교수는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호찌민국립음대에서 오는 5일 처음으로 강의한다. 그는 2019년 6월 호찌민음대 성악과를 졸업했다. 베트남 최고 음대 출신이지만 갈 곳이 마땅찮았다. 성악을 더 공부하고 싶어도 넉넉하지 않은 집안 형편과 성악 전공자를 뽑는 곳이 거의 없는 베트남 현지 상황 탓이었다. 베트남은 프랑스 지배 영향으로 곳곳에 아름다운 오페라하우스를 가지고 있지만, 클래식 인구는 미미하다. 그렇게 커피숍에서 일하던 중 베트남한인메세나협회 지원을 받아 한국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다. 메세나협회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현지인을 위해 만든 사회공헌 기구다. (관련기사: "한국서 공부해 클래식 황무지 베트남에도 즐거움 전할 거예요") 첫 수업을 이틀 앞둔 3일, 안 교수는 본보와의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4년 동안 많은 한국인 친구와 교수님, 음악단체, 기업인의 도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베트남 대학 제자들에게 한국 음악을 알리고, 베트남 클래식 음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2019년 9월부터 경상국립대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성악을 공부했다. 4년 만인 지난 8월 ‘오페레타 박쥐 중 아델레의 아리아 Mein Herr Marquis 음악분석 및 연주기법 연구’로 음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글로 쓴 논문이었다. 그를 지도한 최강지 교수는 “여러 유학생 중에서도 성실하고 명석했던 학생”이라며 “유학 중 독일어, 이탈리아어, 한국어 등의 다양한 오페라에 출연해 연기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였다”고 평가했다.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는 높은음은 물론 복잡하면서도 경쾌한 움직임의 꾸밈음이 많은 화려한 곡을 소화하는 성악가다.
안 교수는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비롯해 오페라리더스협회 등 음악단체로부터 항공권과 생활비를 지급받았다. 경상대로부터도 전액 학장금과 기숙사 등의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타국에서 석사 학위를 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초창기에 호찌민 집에 왔다가 베트남 전체가 봉쇄되면서 1년 가까이 모든 공부가 중단됐다. 안 교수는 “코로나19로 한국에 올 수 없어 1년 동안 사실상 ‘감옥살이’와 같은 생활을 했다”며 “하지만 그 시기에 한국어를 더 갈고닦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불과 4년 전 한국어 공부를 시작한 그가 코로나19를 전화위복 삼은 덕에 지금 한국어로 논문까지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이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9년 5월 결성한 메세나협회도 ‘1호 유학생’ 안 교수의 성공에 크게 고무됐다. 안 교수 선발 당시 협회를 이끌었던 안효선 전 회장은 “어려운 이웃에게 쌀, 옷 기부 등 ‘돌아서면 잊히는 활동’이 아닌, 두고두고 가슴에 남을 일을 하자며 의기투합한 사업인데, 이번 일로 한국 기업의 메세나가 더욱 활발해지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지 진출 기업인들로 구성된 재외 한인상공인연합회(KOCHAM)와 한국 음악계 가교 역할을 한 최승우 조선오페라단 대표도 “한국이 베트남을 해외 생산기지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정서적 공감을 바탕으로 한 동반자 관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세나협회는 내년 1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음악회를 여는 등 베트남 현지 젊은이들을 위한 더 많은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권택은 회장은 “유학생 추가 선발, 음악교사 교육, 악기 지원 등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훗날 베트남에서 ‘돈만 벌어 갔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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