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짚고 느릿한 걸음... '묵묵부답' 출석
'백현동 배임·대북송금·위증교사' 혐의 다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형사법정에 서서, 자신의 인신 구속을 두고 검찰과 한판 승부를 벌였다. 제1야당 대표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검찰과 이 대표 간 치열한 법정 다툼은 일과시간을 훌쩍 넘겨 저녁에서야 끝났다.
이 대표의 영장심사는 26일 오전 10시 7분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시작됐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위증교사 혐의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뇌물·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1일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지 닷새 만인 이날 심사가 이뤄졌다.
24일 만에 단식을 중단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31분 검은 정장 차림에 지팡이를 짚은 채 회복치료 중인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서영교·천준호·고민정 의원 등과 짧은 인사를 나눈 뒤 곧장 차량에 탑승했다. 이 대표를 태운 차량은 예정된 심사 시각(오전 10시)을 넘긴 오전 10시 3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 후문에 모습을 드러냈다. 차량에서 홀로 내린 이 대표는 오른손엔 지팡이를, 왼손엔 '국회' 마크가 그려진 우산을 들고 느릿한 걸음으로 법정으로 향했다. 별도 부축은 받지 않았다.
이 대표는 앞서 6차례 검찰 출석 때마다 "정치검찰의 조작 수사"라며 일장연설을 한 것과는 달리, 이날은 묵묵부답이었다. '영장심사를 받게 된 심경이 어떠냐'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어떻게 방어할지' 등 취재진 질문이 쏟아졌지만, 이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일절 답하지 않았다. 내딛는 발걸음에만 시선을 둔 채 법원 청사로 들어갔다.
법정 안에선 검찰과 이 대표 측의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 측은 검사 8명이 출석해 구속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대표 측에서는 6명의 변호인단이 방어에 나섰다.
유 부장판사는 이날 '백현동-대북송금-위증교사' 순서로 양측 주장을 듣고 난 뒤 궁금한 점을 묻는 순서로 심사를 진행했다. 이 대표도 일부 직접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사가 장시간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해 40분 정도 점심시간이 주어져, 이 대표는 미음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법정 밖에서도 종일 열띤 장외전이 펼쳐졌다. 법원청사 앞 삼거리에서는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하는 지지자들과 그의 구속을 촉구하는 보수단체가 둘로 나뉘어 각각 "민주주의 지켜내자" "이재명 구속"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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