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 즉시 급여 제한한 것은 '헌법불합치'
영주 또는 결혼이민 자격을 얻지 못한 성인 외국인에게 내국인보다 높은 지역 건강보험요율를 부과한 법은 평등권 침해가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다만 헌재는 보험료를 체납하면 다음 달부터 곧장 보험급여를 끊어버리는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봤다.
헌재는 26일 우즈베키스탄 출신(고려인) A씨와 시리아 국적 B씨가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만장일치로 일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어머니, 성인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A씨는 2019년 헌법소원을 청구할 당시 월 가구소득이 180여만 원에 불과했다. 어머니·배우자와 함께 사는 시리아인 B씨도 월 가구소득이 120여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A씨는 매달 3명 합쳐 31여만 원(장기요양보험료 제외)을, B씨도 3명 합쳐 21만여 원을 지역 건강보험료로 납부해야 했다. A씨와 B씨 가족은 영주나 결혼이민 자격이 아닌 재외동포 또는 인도적 체류자 등 자격으로 국내에 머무르고 있었다.
영주·결혼이민 자격이 없어 소득과 재산 파악이 어려운 성인 외국인의 월별 지역 건강보험료 하한은 2019년 기준 11만3,050원으로 내국인(1만3,550원)의 10배에 달했다. 이런 경우 외국인은 내국인과 달리 성인 자녀와 고령 부모가 '단독' 세대원으로 분류됐다. 그래서 A씨와 B씨가 전체 소득의 20%나 건강보험료로 낸 것이다. A씨와 B씨는 "건강보험료 하한이 외국인의 소득과 재산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이고도 높다"며 "건강보험에 차별적인 세대구성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했다.
하지만 헌재는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A씨와 B씨 가족의 체류 자격에 주목했다. 국내 상주 등을 전제로 하는 영주나 결혼이민이 아니라면, 외국인이 6개월 이상 체류했더라도 한시적으로 국내에 머무르는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영주나 결혼이민 자격이 없는 외국인은 함께 거주하는 가족의 범위를 정확히 파악하기 쉽지 않다"며 보험료 하한과 세대구성 기준을 규정한 법은 평등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다만 영주·결혼이민 자격이 없는 외국인이 보험료를 체납하면 다음 달부터 곧바로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법조항은 재판관 만장일치로 헌법불합치 판단했다. 헌재는 "현행법은 체납횟수와 경제적 사정을 고려하여 보험 급여를 제한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며 "보험료 체납으로 보험급여가 제한된다는 통지절차도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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