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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해 경찰서 로비에 용변까지... 술꾼 행패가 민생치안 최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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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해 경찰서 로비에 용변까지... 술꾼 행패가 민생치안 최대 걸림돌

입력
2023.09.25 04:30
수정
2023.09.25 08:5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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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경찰, 피의자 용변까지 치우는 등 고생
엔데믹 이후 주취자 급증... 올해 벌써 66만건
치안업무 방해 도 넘어... 처벌 수위도 낮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19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대낮부터 술을 거나하게 마신 60대 남성 A씨가 파출소에서 소란을 피우다가 체포돼 경찰서 유치장으로 옮겨졌다. A씨는 이송되는 도중 경찰서 로비 등 여러 곳에서 변을 보고 말았는데, 이 때문에 경찰서 1층은 냄새 폭격을 맞으면서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형사들과 다른 직원들이 땀을 뻘뻘 흘려가며 군데군데 남은 A씨의 흔적을 치우긴 했지만, 밤까지 경찰서 로비엔 불쾌한 냄새가 진동했다. 경찰서를 찾은 민원인들은 "이게 무슨 냄새야"라며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다.

그러나, 하루 종일 경찰서를 사실상 마비 상태로 만든 A씨에게 적용되는 혐의는 경범죄처벌법상 관공서 주취소란죄가 전부. 가장 강한 처벌이 벌금 60만 원에 그친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예전의 일상이 돌아오면서, 경찰 신세를 지는 주취자들도 다시 급증하고 있다.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가 처리해야 할 가장 큰 일은 '민생치안'이 아니라 바로 '주취자 처리'가 되고 말았다. 경찰관들 사이에선 "똥·오줌·토사물 치우려고 경찰 됐냐"는 푸념까지 나올 정도다.

파출소 최대 업무=주취자 관리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112에 접수된 주취자 신고는 66만2,813건에 이른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주취자 신고 건수는 97만6,392건인 지난해 수준을 넘어, 100만 건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 기간 대폭 줄었던 술자리가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으로 풀이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신고가 접수되는 술꾼들 탓에, 일선 경찰관들의 한숨은 깊다. 서울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은 "지구대·파출소 바닥에 소변을 보거나 순찰차에 토하는 주취자가 허다하지만, 출동 경찰관이 다 수습해야 한다"며 "아예 치우기 편하려고 파출소에 '구토 용기'를 준비해 둘 지경"이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주취자에게 '범죄 의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워, 이들을 의율하기도 쉽지 않다. 경찰관에게 직접적 '위해'를 가하지 않는 이상, 지구대나 파출소에서 욕을 하거나 술주정을 부려도 공무집행방해나 관공서주취소란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일선 지구대의 한 팀장은 "시민 안전을 위해 주취자를 지구대로 동행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밀치고 욕하는 일이 빈번한데,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술꾼 때문에 경찰력 낭비

주취자 처리 자체도 골치 아픈 일이지만, 더 큰 문제는 민생치안에 투입되어야 할 경찰력이 주취자 보호에 낭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칼부림 등 이상동기 범죄가 급증하면서 현장 경찰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술꾼들이 치안 인력 상당수를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김상원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취자를 관리하느라 경찰관들이 해야 할 주된 업무가 방해받는 경우가 잦다"며 "주취자 문제를 즉시 엄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주취자에게 피해를 입은 경찰이 민사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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