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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하는 동물원으로 팔려갈 뻔한 서울대공원 침팬지 남매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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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 하는 동물원으로 팔려갈 뻔한 서울대공원 침팬지 남매 근황

입력
2023.09.21 09: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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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이·관순이 반출 철회 1년
행동 풍부화 등 사육환경 개선
동물입반출 등 꾸준한 관심 필요


서울대공원이 공개한 침팬지 광복이(앞쪽)와 관순이의 모습. 서울대공원은 콘크리트 바닥 대신 천연 바닥재인 코코피트를 깔고, 긍정적 강화훈련을 하는 등 사육환경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공원 제공

서울대공원이 공개한 침팬지 광복이(앞쪽)와 관순이의 모습. 서울대공원은 콘크리트 바닥 대신 천연 바닥재인 코코피트를 깔고, 긍정적 강화훈련을 하는 등 사육환경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공원 제공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복지를 갖춘 곳을 찾아 반출하겠다."

서울대공원

지난해 8월 서울대공원국제적 멸종위기종 침팬지를 동물쇼를 일삼는 인도네시아 동물원으로 보내려다 결국 이를 철회했다. 침팬지 반출 계획의 국제 인증 위반 가능성을 제기한 본보(2022년 3월 15일) 보도 이후 서울대공원으로 민원이 빗발치고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는 등 거센 비난 여론에 따른 것이었다. (☞관련기사: [단독] 서울대공원, 멸종위기동물 또 반출… 국제 인증 위반 논란)

서울대공원은 당시 침팬지 남매인 '광복이'(14세)와 '관순이'(11세)의 반출을 철회하면서 "반출 전까지는 조금 더 야생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도록 행동 풍부화와 긍정강화 훈련 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광복이, 관순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사육환경 개선, 메인 무리와의 합사는 아직

행동 풍부화를 위해 사육사들이 만들어준 타이어를 갖고 놀고 있는 침팬지 관순이의 모습. 서울대공원 제공

행동 풍부화를 위해 사육사들이 만들어준 타이어를 갖고 놀고 있는 침팬지 관순이의 모습. 서울대공원 제공

20일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약속대로 광복이와 관순이의 거주 환경은 이전보다는 나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는 서울대공원에 두 침팬지의 사육 환경을 직접 확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광복이와 관순이가 낯선 사람을 만날 경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해옴에 따라 대공원 측의 설명과 사진을 통해 바뀐 환경을 확인했다.

대공원 측은 먼저 "기존에 지내던 콘크리트 바닥 대신 천연 바닥재인 코코피트를 두껍게 깔아 광복이와 관순이가 보다 자연과 비슷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또 "소방호스를 이용해 제작한 해먹 등 공중 구조물을 달아주고 있다"며 "먹이퍼즐을 활용해 인지능력 향상과 무료함 해소를 유도하는 등 다양한 행동 풍부화(제한된 공간에 있는 동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를 꾸준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전시 방사장과 내실에서만 지내는 것은 동일하지만 2019년 5월 반출이 결정된 후 정적 강화 훈련 대상(사람이 원하는 행동을 좋은 경험을 통해 동물 스스로 할 수 있게끔 교육하는 방식)에서도 제외하는 등 이들을 방치해 온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사육사들이 만들어준 나뭇가지로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광복이. 서울대공원 제공

사육사들이 만들어준 나뭇가지로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광복이. 서울대공원 제공

서울대공원은 여전히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를 통해 광복이와 관순이를 반출할 동물원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반출 결정이 되기 전까지라도 두 침팬지의 열악한 사육환경 개선을 위해 동물단체와 전문가들이 제안한 메인 무리와의 합사를 시도할 수는 없을까.

서울대공원 측은 "관순이는 메인 무리에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지만 광복이는 기존 수컷들과의 투쟁 위험성이 있어 합사가 어렵다"며 "광복이만 외톨이로 둘 수 없어 현재로서는 둘을 함께 지내도록 하는 게 가장 좋다"고 답했다. 또 두 침팬지의 번식을 막기 위한 중성화 계획에 대해서는 "현재도 관순이는 임플라논(임시피임)을 하고 있다"며 "향후 해외 반출이 힘들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광복이를 중성화해 관순이와 함께 지내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야생동물 수의사인 최태규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는 "합사와 중성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에서 이를 고려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다만 현재 보유하는 침팬지를 잘 사육하되 앞으로 다른 침팬지를 또 데려와 번식시키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동물 반출입, 앞으로 개선될까

어릴 적 침팬지 광복이(왼쪽)와 관순이 모습. sbs동물농장 유튜브 캡처

어릴 적 침팬지 광복이(왼쪽)와 관순이 모습. sbs동물농장 유튜브 캡처


침팬지 사육사가 당시 광복이, 관순이의 반출 결정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반출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열악한 사육환경 시설을 설명하던 모습. 유튜브 캡처

침팬지 사육사가 당시 광복이, 관순이의 반출 결정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반출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열악한 사육환경 시설을 설명하던 모습. 유튜브 캡처

서울대공원이 당초 10년 넘게 사육하던 광복이와 관순이를 다른 동물원으로 보내려 한 이유는 비순혈 개체로 유전적 보전가치가 낮다는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사육공간이 부족해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원 간 동물 이동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문제는 각종 동물을 쇼에 동원하고, 현지 동물단체가 동물을 위해 방문하지 말아야 하는 곳으로 소개한 동물원으로 이들을 보낸다는 데 있었다.

더욱이 이러한 계획은 서울대공원이 2019년 획득한 세계 최고 수준의 동물원 인증 기준인 AZA 인증 위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AZA 규정에 따르면 △AZA 인증 기관은 동물 반출 시 AZA 인증 기관으로 양도를 우선으로 하고 △AZA 인증을 받지 않은 기관으로 양도할 때는 동물을 적절히 보호할 자격이 없는 곳으로 양도해서는 안 된다. 쇼를 하는 동물원으로 보내는 것이 이 규정을 위반했다는 게 동물단체들의 지적이었다.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7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복이, 관순이의 반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동물보호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7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복이, 관순이의 반출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AZA 인증 위반 논란까지 일으키며 무리하게 침팬지들을 보내게 된 배경은 서울대공원이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동물매매 중개업체에 동물 반출입을 의존해 온 관행에 있었다. 이러한 본보의 지적에 서울대공원은 중개업자를 끼는 동물거래 방식이 아닌 물 반입∙반출 가이드라인(본보 4월 26일)을 만들기로 했다. (☞관련기사: 중개업자 끼고 동물거래? 서울대공원 관행 바꾼다)

지난해 12월 제작된 가이드라인에는 서울대공원의 반출 동물과 동일한 동물이 해당 동물원에서 공연을 하고 있을 경우에는 반출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동물이 공연을 할 경우 시민단체 등 내외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반출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대공원 측은 "최근 동물 중개업체를 통한 동물 수급은 없었고, 해당 동물원과 직접 협의해 교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공원의 이 같은 결정은 시민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서울대공원은 당초 가이드라인은 만들었지만 이미 거래가 성사된 광복이와 관순이의 반출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침팬지 광복이와 관순이를 사랑하는 시민들'은 서울대공원과 서울시청 앞에서 두 침팬지를 체험동물원으로 보내지 말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11차례나 열었다.

서울대공원이 시민들의 민원에 공개한 광복이, 관순이의 모습. 독자 제공

서울대공원이 시민들의 민원에 공개한 광복이, 관순이의 모습. 독자 제공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가 지난해 6월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대공원의 침팬지 해외 반출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오세훈 시장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김보경 대표 제공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가 지난해 6월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대공원의 침팬지 해외 반출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오세훈 시장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김보경 대표 제공

곰보금자리프로젝트에서 활동하는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은 "시민들의 관심이 반려동물에서 나아가 전시동물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시민들의 힘이 정책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집회를 기획한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는 "광복이와 관순이가 사는 환경이 조금이나마 나아진 게 확인돼 다행"이라면서도 "이곳보다 더 좋은 환경으로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제는 이들을 위한 다른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반출 철회는 시민들이 동물원 동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이들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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