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와 145㎞'... 아프리카 난민의 '관문'
'난감한' 이탈리아 "EU, 직접 와서 봐라"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섬에 '초비상'이 걸렸다. 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입국하는 난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서다. 이달 11~13일 유입된 난민만 약 8,500명으로, 섬 인구(약 6,000명)보다 많다. 람페두사섬은 북아프리카 튀니지와 145㎞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아프리카발 난민에게 '유럽행 관문'으로 여겨져 왔지만, 올해 난민이 폭증했다.
람페두사섬에 도착한 난민 대다수는 거리에 방치돼 있다. 난민센터의 수용범위(약 400명)를 훌쩍 넘은 인원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섬에 도착하기 전 바다에서 사망하는 이들도 상당하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부는 물론이고 유럽연합(EU)도 '람페두사의 비극'을 끝낼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분 단위'로 들어오는 소형보트... 난민 관리 '마비'
17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통신, 미국 AP통신 등을 종합하면, 람페두사섬에는 난민을 태운 소형보트가 '1분 단위'로 진입하고 있다. 유엔이주기구(IOM)에 따르면, 11~13일에만 199척의 난민선이 섬 해안에 진입했다. 안사통신은 17일 "또 다른 보트 수십 척이 람페두사섬으로 오고 있다"고 전했다.
람페두사섬에 아프리카발 난민이 몰려드는 건 우선 ①튀니지와 가까워서다. 올해 이탈리아로 이주한 난민 약 12만7,000명 중 70%가 람페두사섬에 도착했다. ②튀니지 정부의 반(反)이주민 정책도 영향을 줬다. 튀니지에는 코트디부아르, 기니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건너간 노동자가 많았는데, 최근 튀니지 경제난으로 일자리가 부족해지며 정부가 앞장서서 이주민을 적대시했다. ③겨울이 오기 전 이주를 하려는 계절적 수요에 더해 ④지중해를 강타한 태풍으로 발이 묶였던 이들이 한꺼번에 이주를 하는 것도 최근 난민 폭증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7월 "EU로부터 1억5,000만 유로(약 2,131억 원)를 받는 대가로 이민자 단속 책임을 지겠다"는 협약을 맺은 튀니지는 이민자 은신처를 습격하고 밀항에 활용되는 트럭, 선박 등을 압수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영국 로이터통신은 17일 보도했다.
"와서 직접 봐라" 이탈리아 극우정부, EU 수장에 SOS
람페두사섬의 난민 상황은 심각하다. 통상 난민이 도착하면 난민센터 등록 뒤 임시캠프로 이송되는데, 워낙 많은 난민이 몰려들어 시스템이 무너졌다. 아이들조차 야외 간이침대에서 생활한다. 한 임산부는 람페두사섬으로 향하는 보트 위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선상에서 숨졌다고 안사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극우 성향 이탈리아형제당 대표인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불법 이민을 엄단하겠다"는 구호를 내걸고 지난해 10월 총리에 당선됐는데, 집권 후 오히려 난민 숫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이탈리아로 이주한 난민(12만7,000명)은 지난해 같은 기간(6만4,000명)의 두 배 수준이다. 멜로니 총리는 "난민용 구금센터를 새로 건설하고, 난민을 더 오래 구금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멜로니 총리는 EU 차원의 해결책 마련을 위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17일 람페두사섬으로 긴급 초청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프론텍스(유럽국경·해안경비청)를 통한 지중해 감시를 강화하고, 튀니지 해안경비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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