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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저지는 배경, 목표는 수서행 KTX"... 애매해진 철도 파업 명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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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저지는 배경, 목표는 수서행 KTX"... 애매해진 철도 파업 명분

입력
2023.09.16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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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SRT 노선 확대'로 경부선 SRT 감축
철도노조, 파업 이유 "시민 불편 해소" 강조
결국엔 '철도 경쟁 체제' vs '코레일·SR 통합'

철도노조 파업 이틀째인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KTX 서울역사 내 전광판에 열차 중단 관련 정보가 표시돼 있다. 최주연 기자

철도노조 파업 이틀째인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KTX 서울역사 내 전광판에 열차 중단 관련 정보가 표시돼 있다. 최주연 기자

전국철도노동조합이 총파업 이틀째인 15일 파업 목적을 '민영화 저지'가 아닌 '수서행 KTX 도입'이라고 밝혔다. "철도 민영화 저지는 철도 노동자의 숙명이지만 이번 총파업은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해서"라는 것이다. 상급단체·현장 집회 등에서 '민영화 저지' 구호가 나오자 목적을 분명히 했지만 '시민 불편'이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파업 명분이 애매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① 파업 발단은 수서~부산 SRT 감축

국내 고속철도는 공기업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KTX와 2013년 설립된 공공기관 수서고속철도(SR)가 운영하는 SRT로 구분된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경부선 종착지가 KTX는 서울 용산구 KTX서울역, SRT는 강남구 수서역이다.

철도노조와 국토교통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철도 파업 발단은 국토부가 이달 1일부터 SRT 수서~부산 노선을 11.2% 감축하고(하루 최대 4,920석) 남는 열차를 신설된 경전·전라·동해선에 투입한 것이다. KTX만 다니던 3개 노선에 SRT도 투입해 '철도 경쟁 체제'를 만든다는 게 국토부 구상이다. 반면 철도노조는 그동안 철도 공공성을 위해 코레일-SR 통합을 주장해 왔다.

운행 감축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는 불만도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지난달 부산 시민 1,000명 대상 여론조사 결과, 최근 1년간 수서행 SRT 이용 시 좌석 부족으로 불편했다는 응답이 10명 중 4명(41.9%), 수서행 KTX 도입 찬성이 10명 중 7명(71.2%)이었다.

② 노조 "해법은 수서행 KTX" 국토부 "경쟁 무너져"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14일 대전지방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대전역 동광장에 모여 출정식을 열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14일 대전지방본부 소속 조합원들이 대전역 동광장에 모여 출정식을 열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SRT 운행 체계 개편 이후 예매 대란 등 혼란이 생기자 국토부는 SR, 부산시와 협의해 전보다 SRT 부산 지역 예매 할당을 늘리고 서울~부산 KTX를 하루 왕복 3회 증편하기로 했다. 하지만 철도노조는 국토부가 후속 대책으로 내놓은 '부산 할당 좌석 늘리기'나 '경부선 KTX 증편'에 대해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부산 시민은 전보다 예약 가능한 좌석이 늘었어도 수서와 부산 사이 '울산 신경주 동대구 김천 대전' 시민들에게 불편을 떠넘기는 꼴이라는 것이다. 또 서울역과 수서역 간 거리가 멀어 기존 수서행 SRT 이용객은 서울역이 종착지인 KTX를 타면 환승 등 번거로움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만 아직까지 부산 외 지역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크게 불거진 적은 없다. 철도노조는 시민 불편에 대해 취합된 게 없다고 했고, 국토부도 "이달 1일 시행해 데이터를 뽑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시민 불편의 실체가 아직까지는 구체적이지 않은 셈이다.

노조는 증편된 경부선 KTX의 종착지를 서울역이 아닌 수서역으로 바꾸는 '수서행 KTX' 도입이 근본 해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국토부는 KTX가 기존 SRT 노선이던 수서~부산을 다니면 코레일-SR 경쟁 체제 자체가 무너진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용 요금, 선로 사용료, 예매 시스템 등 실무 측면에서도 당장 시행하기 어려운 요구"라고 말했다.

노조는 "열차 운행 계획을 바로 변경할 수 없고, 운행 시기를 비롯한 세부 사항 검토도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수서행 KTX 투입을 전제로 협의를 시작하면 파업을 철회한다"고 했다.

③쟁점은 KTX·SR 통합 문제로 귀결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철도 민영화 저지 공공성 확대 서울지역 공동대책위' 결성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철도통합 이미지를 형상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철도 민영화 저지 공공성 확대 서울지역 공동대책위' 결성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철도통합 이미지를 형상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스1

국토부는 줄곧 "민영화를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해명했고, 철도노조도 "SRT 노선 확대가 민영화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고 했다. 다만 이번 파업의 기저에는 SR 설립 이후부터 반복된 '철도 통합 문제'가 깔려 있다. 노조는 기본적으로 코레일과 SR 분리 경영이 철도 공공성을 후퇴시킨다고 본다. SR은 '알짜배기' 노선 SRT만 운영하고, 코레일은 벽지 노선·화물철도 등 수익성 떨어지는 일반철도에서 생기는 적자를 KTX로 충당하는 구조라 경쟁 가속 시 수익성 낮은 노선부터 폐지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만약 수서행 KTX가 도입된다면 철도 통합과 관련해 일종의 상징성을 가질 수도 있다. 이런 점까지 감안하면 통합에 선을 긋고 있는 국토부가 수서행 KTX를 수용하기는 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조도 참여한 거버넌스 분과위원회에서 장기간 논의한 결과 위원회가 (통합 여부) 판단을 유보해 공기업 간 경쟁체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파업 이틀째인 이날 오후 1시 기준 열차 운행률은 평시 대비 70.3% 수준으로 떨어졌다. 화물열차 운행률이 22.8%로 가장 크게 낮아졌다. 수도권 전철(76.1%)과 KTX(68.4%) 등도 운행이 줄어 출퇴근 시간대 시민 불편이 이어졌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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