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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저로 떨어진 K탄소배출권 가격...해법은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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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저로 떨어진 K탄소배출권 가격...해법은 동상이몽

입력
2023.09.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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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출권 이월 제도 때문"이라는 재계
환경단체 "무상배출권 많아...공짜로 주는데 사겠나"

2015년 1월 부산 남구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개장식 사진. 연합뉴스

2015년 1월 부산 남구 한국거래소 본사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개장식 사진. 연합뉴스


국내 온실가스배출권 거래 가격이 최근 사상 최저가로 떨어진 배경을 두고 재계, 환경단체와 정치권이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는 기업이 쓰지 않은 배출권을 다음 해에 쓸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로워 배출권 가격이 떨어졌다고 진단한다. 반면 환경단체는 정부가 무상 배출권을 너무 많이 지급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정부는 13일 배출권 할당계획 변경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각계 의견수렴에 나섰다.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란 기업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양에 상한선을 주고 그 이상을 배출할 때 다른 기업이 받은 상한선 즉 '배출 권리'를 사서 해결하도록 한 제도다. 기업이 탄소 저감 설비 투자에 나서게 하려는 취지다. 각 국가나 경제 권역별로 실시하는데 국내 배출권 거래제는 2015년 1월 시작했다.

문제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배출권 가격이 완만히 오르면서 안정세를 이룬 데 비해 국내 배출권 가격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수년째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경기 불황으로 공장 가동률이 줄고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기업인 포스코의 포항제철소 가동이 석 달 동안 멈추며 7월 배출권 가격은 사상 최저인 7,200원까지 떨어졌다. 배출권 가격이 너무 낮아 제도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격 급등 막자고 만든 제도가 급락 유도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재계는 '배출권 이월 제한 조치'를 가격 급락 원인으로 꼽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가격 동향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내고 "배출권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배출권 매도량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현재 제도는 기업이 배출권 순매도량의 두 배까지만 넘길 수 있게 제한하고 있다. 다 쓰지 않은 배출권을 다음에 쓰려면 그 절반만큼을 일단 팔라는 말이다. 그나마 내년부터는 순매도량만큼만 배출권을 이월할 수 있다. 시장에 배출권 공급을 늘려 가격 급등을 막자는 취지였는데 최근 불경기, 포스코 가동 중단 등이 맞물려 국내 탄소배출권 값이 크게 떨어졌다는 게 재계 분석이다. 대한상의는 "2022년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이 2018년보다 10% 줄었다"며 "이월 제한 조치로 배출권이 사라질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기업들이 내다 파는 양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업에 공짜로 나눠주고 한전 자회사는 돈 주고 구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반면 환경단체는 정부가 기업에 공짜로 나눠준 배출권이 너무 많아 제도 실효성을 떨어뜨린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배출권 무상 할당 비율은 배출권 거래제 1차 계획 기간(2015~2017년)에는 100%, 2차 때(2018~2020년)는 97%였다. 3차(2021~2025년)는 90%다. 돈을 받고 할당하는 비율이 높으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질 거라는 기업 우려를 반영한 결과인데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쓰레기종량제를 실시하면서 공짜로 종량제 봉투를 나눠 준 격'이라고 비판한다. 기업들이 공짜로 받는 배출권이 많아 탄소 배출을 조금만 줄여도 내다 팔 수 있는 배출권이 많고 그래서 가격도 떨어졌다는 말이다. 유럽은 전체 배출권의 57%(발전 업종은 100%)를 유상 할당하고 있다.

환경단체 플랜 1.5의 보고서 '고장 난 배출권거래제 쟁점과 대안'에 따르면 국내 탄소 배출 1위 기업인 포스코는 배출권 거래제를 운영한 6년 동안 2018년을 제외하고 배출권이 부족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배출권 거래 등을 통해 1,100억 원의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같은 기간(2015~2020년) 발전 공기업들은 배출권이 7,150만 톤 모자랐고 주요 대기업이 판매한 배출권은 5개 발전 공기업이 대부분 산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 부문의 느슨한 무상 배출권 할당 결과는 간접적으로 한전의 전기요금 상승을 가져온 여러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질타했다.

양이원영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 10여 명은 11일 배출권 무상 할당 비율을 현재보다 낮춘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령으로 지정하는 무상 할당 비율을 법에서 최소 75% 이내로 제한하는 게 뼈대다. 또 배출권 거래가가 급락하지 않게 가격 상‧하한제를 두도록 했다.

정부는 국가 배출권 할당 계획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환경부는 기업이 이월할 수 있는 배출권을 '순매도량만큼'에서 '순매도량 세 배'로 늘리고 배출허용 총량을 현재 목표보다 1,270만 톤 줄이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이달 안에 온실가스 배출권 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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