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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전 대통령 빵집 하세요?"... 평산책방 옆 평산책빵, 꼼수인가 재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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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전 대통령 빵집 하세요?"... 평산책방 옆 평산책빵, 꼼수인가 재치인가

입력
2023.09.13 04:30
수정
2023.09.13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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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평산마을에 평산책'빵' 개점 앞두고
"상도의 아냐"vs"재치 패러디" 갑론을박
상표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침해 소지도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문을 열 예정인 빵집 '평산책빵(왼쪽)'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서점 '평산책방' 간판. 끝 글자만 빼면 글씨체 등도 거의 비슷하다. 양산= 박은경 기자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문을 열 예정인 빵집 '평산책빵(왼쪽)'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서점 '평산책방' 간판. 끝 글자만 빼면 글씨체 등도 거의 비슷하다. 양산= 박은경 기자

문재인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경남 양산시 평산책방 인근에, 이름도 간판도 비슷한 빵집 '평산책빵'이 문을 연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마지막 음절만 다를 뿐 발음이 같은 상호를 두고선 "무임승차를 노린 꼼수 마케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는 논란도 있다.

12일 평산마을 주민 등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주 이 마을에 '평산책빵'이라는 간판을 단 빵집이 개점한다. 문 전 대통령의 평산책방과는 80m 정도 떨어져 있다.

빵집 업주는 이곳에서 경주빵(황남빵)과 비슷한 종류의 책 모양 빵을 판매할 예정이다. 규모는 20㎡(6평) 내외이고, 건물 반쪽은 규방공예 작가가 작업실로 쓴다. 이 작업실 관계자는 "경주에 사는 사람이 임대해서 이번 주부터 책 모양의 빵을 만들어 판다고 들었을 뿐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실제 이날 한국일보가 평산마을을 찾았을 때 빵집 입구엔 '평산책빵' 간판이 달려있었고, 창문을 통해 들여다 본 가게 내부도 냉장고와 각종 집기류 등으로 가득했다. 주변을 지나던 50대 관광객은 간판을 가리키며 "여기도 문재인 대통령이 운영하는 곳이냐"고 물었다. 그렇게 오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상호명도 비슷하고 간판 모양(정사각형 틀에 필기체 글씨)까지도 평산책방과 닮아 있었다. 이웃 주민은 "평산책방과는 아무 상관 없는 곳"이라면서도 "우리도 간판을 보고 처음엔 갸우뚱했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개점 예정인 평산책빵은 평산책방으로 가는 골목 갈림길 끝에 있다. 왼쪽의 책방과 오른쪽 빵집의 거리는 80m 정도다. 양산= 박은경 기자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 개점 예정인 평산책빵은 평산책방으로 가는 골목 갈림길 끝에 있다. 왼쪽의 책방과 오른쪽 빵집의 거리는 80m 정도다. 양산= 박은경 기자

평산책빵을 바라보는 마을주민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개인이 사비 들여 하는 사업에 왈가왈부 참견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상호명은 좀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마치 전직 대통령이 빵집을 하는 것처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평산·지산·서리 3개 마을 주민 12명으로 구성된 발전위원회가 평산책빵 업주에게 '책'을 뺀 '평산빵'으로 상호명을 바꿔달라는 요청도 했다. 70대 마을 주민은 "우리 마을이나 평산책방에서 운영하는 사업장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빵집에 문제가 생길 경우 책방에도 지장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박영설 평산마을 이장은 "조만간 업주를 직접 만나 합의점을 찾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평산책빵 업주는 표절 시비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는 "평산책방을 시작으로 평산책빵, 평산책밥 등이 생기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마을이 더 활성화 되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사업일 뿐"이라며 "상호명 변경은 고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에서도 "이 정도는 재치 있는 패러디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없진 않다.

평산책빵에선 경주빵(황남빵)과 같은 만주 스타일의 책 모양 빵을 판매할 예정이다. 포장 전문점으로 규모는 20㎡(6평) 내외다. 양산= 박은경 기자

평산책빵에선 경주빵(황남빵)과 같은 만주 스타일의 책 모양 빵을 판매할 예정이다. 포장 전문점으로 규모는 20㎡(6평) 내외다. 양산= 박은경 기자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회관에서 바라본 평산책방(왼쪽)과 평산책빵(오른쪽). 양산= 박은경 기자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회관에서 바라본 평산책방(왼쪽)과 평산책빵(오른쪽). 양산= 박은경 기자

상표법이나 부정경쟁방지법 침해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상표법은 소비자가 같은 업종의 유사 상표를 보고 오인해 경쟁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생겨났다. 상호가 특허청에 상표로 등록되어 있으면 보호받을 수 있다. 다만 평산책방은 지난해 12월 상표를 출원했으나 아직 특허청 심사 전이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상표법보다 포괄적인 개념인데, 같은 업종에 국한하지 않고 미처 상표로 등록하지 못한 경우에도 권리를 인정한다. 2016년 글로벌패션 브랜드를 모방한 치킨집 '루이비통닭'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루이비통 측에 1,450만 원을 배상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허청 관계자는 "통상 상표등록은 출원 후 1년 3개월 정도 시간이 소요된다"며 "신고 등 정식으로 민원이 접수되면 행정조사를 통해 권리 침해 여부를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갑작스레 불거진 논란에 문 전 대통령 측은 조심스런 자세를 취했다. 평산책방 관계자는 "우리가 별도 입장을 밝힐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거리를 뒀다.

양산= 글·사진 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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