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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재활’, 새로운 삶을 디자인하다

입력
2023.09.04 20: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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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가 호흡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가 호흡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근육병이나 루게릭병 같은 희소 신경 근육 질환이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고 등으로 척수가 손상되면 팔다리가 마비돼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환자들은 생활 자체를 힘겨워하고 호흡까지 힘들다면 절망감에 싸여 체념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겨우 치료해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고 손목도 조금 움직인다고 해도 절망적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에 희망을 잃는 사람이 적지 않다. 팔다리 마비 상태에서 인공호흡기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의료인조차도 추가 치료가 별 의미가 없다고 여기게 된다.

환자 당사자는 어떤 생각을 가질까. 아무리 애써도 별도리가 없는 상황에 체념하고 절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물이 넘쳐날 때는 그 소중함을 모르다가 사막에서 한 방울의 물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게 된다.

이처럼 환자 스스로는 작은 변화에도 기뻐하고 행복해하며 인공호흡기를 사용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삶을 긍정적으로 여기곤 한다. 우리도 생각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먼저 치료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대표적인 것이 기관절개 시술에 관한 것이다. 기관절개술은 급성 호흡 마비가 발생한 많은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필요한 시술이다.

그러나 기관을 절개하면 말하고 삼키는 것에 장애가 오고 가래 같은 기도 분비물이 늘어나며 폐렴 같은 합병증도 많이 발생한다. 또한 기도에 살이 자라나 기도가 좁아질 수 있으며 기도 분비물 제거를 위해 사용하는 석션 카테터로 인해 가래가 더 생길 수 있으며 높은 흡입 압력 때문에 기도가 손상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호흡기를 계속 사용해야 하고 자발적으로 기도 분비물을 배출할 수 없는 환자는 기관 절개 상태를 영구적으로 유지해야 할 때가 많다. 다행히 호흡 재활 기법을 잘 활용하면 기관 절개를 봉합한 상태에서도 호흡 보조와 기도 분비물을 제거할 수 있기에 기관 절개 상태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치료법들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지마비 환자가 인공호흡기를 매일 사용해야 한다면 그 시점부터 환자는 의존적인 상태가 되고 결국 식물인간처럼 침상에서 제한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체념하게 된다.

불필요한 기관절개는 봉합하고 인공호흡기도 필수 사용 시간을 정확히 설정해 주면 충분히 사회활동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선입관으로 치료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게 문제다. 기관절개를 봉합하거나 인공호흡기를 잠시라도 중단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중환자실 환자처럼 외부와 격리된 채 지내는 환자가 여전히 많다.

하반신 마비 환자가 이동하기 위해 휠체어를 보조 도구로 활용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처럼 개인 이동형 인공호흡기도 생명 유지 장치라는 무거운 생각에서 벗어나 호흡을 도와주는 보조기로 가볍게 여길 필요가 있다. 덧붙여 호흡재활 기법을 잘 활용해 기관 절개 상태도 벗어나게 해 준다면 많은 환자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이처럼 치료로 많은 것을 개선할 수 있다. 따라서 중증 호흡부전 환자는 제한적인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이들을 응원하고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특히 의료인의 선입관은 적극적으로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기에 간접적으로 환자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선입관을 버리고 호흡재활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중증 호흡부전 환자의 삶은 새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강성웅 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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