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안산병원 장기이식코디네이터 김예지 (왼쪽부터) 간호사, 김상진 간담췌외과 교수, 이 모 씨 부자. 고려대 안산병원 제공
지난 8월 9일,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부자간 생체 간이식 수술이 있었다. 오랜 기간 투병 중인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고2 아들이 자신의 간을 기증한 사례다. 수술 결과도 좋아서 환자와 아들 모두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49살 남성 이모 씨는 지난 2015년부터 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화를 앓고 있었다. 집 근처 병원을 다니며 약을 복용하다가 증상이 악화돼 2019년에는 객혈로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진료를 받기 시작했다. 2022년 5월에는 간암까지 발병했고 지난 해부터는 간이식을 고려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간을 기증할 공여자를 찾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간이식은 크게 생체 간 이식과 뇌사자 간 이식으로 나뉘는데, 국내에서는 뇌사자 기증이 드물기 때문에 가족 중에 공여자를 찾을 때가 많다. 보통은 성인 보호자부터 우선적으로 대상자가 된다.
맨 처음 검사를 받았던 환자의 배우자는 간의 크기가 작아 공여자로 적절치 않았다. 환자의 여동생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B형 간염을 앓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슬하에 2명의 아들 중에 첫째 아들도 기흉 때문에 간 기증이 어려웠다. 마지막으로 남은 가족은 이 씨의 둘째 아들이었다.
이 군은 16세로 법적으로는 간 기증이 가능했지만, 수술에 따른 위험성은 항상 존재하기에 이 군의 어린 나이가 의료진과 가족 모두를 깊은 고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의료진은 이 군이 17~18세가 되는 때까지 기다린 후에 이식을 진행하는 차선책도 고려했지만, 이 씨의 상태가 위독했고 무엇보다 간을 기증하겠다는 이 군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같은 날 수술대에 누웠다. 간이식 수술팀이 두 사람 상태를 확인했고 곧바로 수술에 들어갔다. 김상진 간담췌외과 교수가 아들의 간 일부를 잘라내고 이어서 한형준 교수가 아들 간을 환자에게 이식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아들은 빠르게 회복해 11일 만에 퇴원했고, 이 씨도 퇴원을 앞두고 있다.
이 군은 “가족 중에 유일하게 내가 아빠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당연히 간을 기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수술을 받는 것이 조금 두렵기는 했지만 아빠를 살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했다”고 했다.
이 같은 아들의 말에 병상에 앉은 이 씨는 곁에 있던 아들의 팔을 잡아 몸 쪽으로 끌어당기며 “아들이 너무 고맙고 기특해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고 했다. 그는 이어 “간 기증 수술을 받느라 중요한 시기에 입원해 아들의 학업에 지장을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있다”며 자신을 살린 아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수술을 집도한 한형준 교수는 “환자는 간경화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로 내원했고, 계속된 치료에도 간암 재발 위험이 있어 간이식이 불가피했다”며 “수술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중요한 만큼 환자와 기증자 모두 건강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향후 진료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