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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젊은 프랑스 대가가 필름으로만 영화 만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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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젊은 프랑스 대가가 필름으로만 영화 만드는 이유

입력
2023.08.31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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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뢰베 감독 신작 '어느 멋진 아침' 내달 9일 개봉
희소질환 아버지 돌봤던 자신의 사연 영화에 담아
"영화는 필름이라는 유형물 안에 있어야 해"

미아 한센-뢰베는 "아버지가 실제 머물렀던 요양병원에서 '어느 멋진 아침'을 촬영했다"며 "연기 지도가 힘든 경우 빼고는 실제 치매 환자들을 출연시켰다"고 말했다. 찬란 제공

미아 한센-뢰베는 "아버지가 실제 머물렀던 요양병원에서 '어느 멋진 아침'을 촬영했다"며 "연기 지도가 힘든 경우 빼고는 실제 치매 환자들을 출연시켰다"고 말했다. 찬란 제공

아버지가 죽어 간다. 시력을 서서히 잃고 기억마저 조금씩 사라지며 몸은 돌처럼 굳어 간다. 희소질환으로 나을 가능성은 없다. 슬픔이 깊어갈 무렵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설렘과 상실감과 무력감이 교차하며 하루하루가 간다. 프랑스 영화 ‘어느 멋진 아침’(9월 6일 개봉)은 30대 여성 산드라(레아 세두)의 평범한 삶에서 특별한 순간을 포착해 내며 가슴을 울린다. 미래의 대가로 오래전부터 주목받아 온 미아 한센-뢰베(42) 감독의 신작이다. 28일 오후 화상으로 한센-뢰베 감독을 만났다.

‘어느 멋진 아침’은 한센-뢰베 감독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희소질환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면서 겪었던 상황과 느낀 감정이 영화의 토대가 됐다. 한센-뢰베 감독은 “저는 항상 일상에 뿌리를 둔 영화들을 만들어왔다”면서 “이번 영화는 하고 싶다고 시작한 게 아니라 꼭 해야만 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아버지가 어떤 존재였는지 영화로 남겨서 기억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한센-뢰베 감독의 아버지는 각본 작업이 끝난 뒤 세상을 떠났다.

레아 세두가 연기한 싱글맘 산다라는 희소질환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면서 새로운 사랑을 모색하는 인물이다. 찬란 제공

레아 세두가 연기한 싱글맘 산다라는 희소질환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면서 새로운 사랑을 모색하는 인물이다. 찬란 제공

‘어느 멋진 아침’은 감독의 이전 작 ‘다가오는 것들’(2016)과 ‘베르히만 아일랜드’(2021) 등처럼 일상에 초점을 맞추며 삶의 비의를 찾아내려 한다. 한센-뢰베 감독은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며 “시간이 지나도 이런 입장은 변함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 모두 철학교수였고 무신론자였던 점이 영향을 준 듯하다”고도 밝혔다.

한센-뢰베 감독은 ‘어느 멋진 아침’을 35㎜필름으로 촬영했다. 26세 때 선보인 장편 데뷔작 ‘모두 용서했습니다’(2007) 이후 ‘에덴: 로스트 인 뮤직’(2014)을 제외하고 장편영화 7편을 35㎜필름에 담았다. 디지털 제작이 대세가 된 지 오래인 영화계에선 눈에 띄는 행보다.

한센-뢰베 감독은 “‘에덴: 로스트 인 뮤직’은 음악이 들어간 롱테이크(장면이 끊기지 않고 오래 지속되는 촬영)가 많아 필름 촬영이 불가능했다”며 “제가 가장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촬영 매개체는 필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과 필름은 인물의 움직임과 색감 포착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저는 필름의 결과물에 더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로 만든 영화는 남는 게 없어요. 컴퓨터 안에 존재가 있을 뿐이죠. 저는 영화는 현실의 한 부분을 필름이라는 유형물 안에 넣는 거라고 봐요.”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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