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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피폭 막아준다고?" 12년 만에 돌아온 '요오드 영양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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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피폭 막아준다고?" 12년 만에 돌아온 '요오드 영양제' 논란

입력
2023.08.29 04: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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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오염수 대응책'으로 온라인 급속 확산
전문가 "요오드 섭취 적절한 대처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과장 광고 봇물
공포·불안 노린 루머... 가짜뉴스 억제해야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요오드 영양제 목록. 인터넷 캡처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요오드 영양제 목록. 인터넷 캡처

“진짜 효능이 있나요?”

경기 고양시에 사는 주부 이모(55)씨는 최근 지인에게서 받은 인터넷 게시물을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일본 오염수 대처 방안’이라는 제목의 글은 방사능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표 해결책으로 ‘요오드 영양제’를 제시하고 있었다. 해당 게시물을 공유한 이웃 중에는 실제 영양제를 구매한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씨는 “피폭을 막는다”는 내용이 못 미더워 결국 구매를 포기했다.

일본 오염수 방류 공포가 확산하면서 시민들도 속속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요오드 영양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소문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면서 효과를 문의하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잘못된 정보”라고 단언한다. 이 영양제는 12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도 반짝 인기를 끈 제품으로, 대중의 불안감을 이용한 상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요오드 영양제는 만능 방사능 치료법?

요오드 영양제의 효능을 옹호하는 논리는 이렇다. 인간이 섭취한 요오드는 전부 갑상샘으로 모인다. 이때 방사성 요오드와 자연산 요오드가 서로를 밀어내는, 이른바 ‘길항 작용’을 해 미리 영양제를 먹어두면 갑상샘에 흡수되는 방사성 요오드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유기농 요오드 제품을 섭취하고, 요오드가 다량 함유된 소금과 해조류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과학적으로 아예 틀린 얘기는 아니다. 실제 방사능 유출이 심할 경우 요오드 알약은 갑상샘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강건욱 서울대 핵의학과 교수는 28일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아이들의 갑상샘암 발병률이 높아졌다”며 “요오드 알약을 먹었다면 방지할 수 있었던 비극”이라고 설명했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도 “핵 사고가 일어난 직후에는 요오드 알약을 통해 정상 수치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유럽에선 혹시 모를 핵 사고에 대비해 국가 차원에서 국민에게 나눠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전력 관계자가 27일 후쿠시마현 후타마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희석을 완료한 오염수의 샘플을 채취하는 기계를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도쿄전력 관계자가 27일 후쿠시마현 후타마에 있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희석을 완료한 오염수의 샘플을 채취하는 기계를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우리가 겪는 오염수 방출 사태에 맞는 대처법이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갑상샘은 제한된 시간 동안만 요오드를 저장해 방사능 노출 전후 1, 2시간 안에 복용해야 제 기능을 발휘한다. 아직 불확실성만 높은 상황에선 의학적 효능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스트론튬, 세슘 등 다른 방사성 물질도 함께 유출될 수 있는데, 마치 요오드 영양제가 만능 해결사인 양 포장하는 것도 위험하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마케팅 일환으로 과대광고를 한 것”이라며 “한국인들은 해조류를 많이 섭취해 관련 영양제를 따로 먹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불안감 기댄 상술 재연... 제재 필요

사실 요오드 영양제 효과 논란은 2011년에도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자 일부 업체들이 요오드 알약으로 방사능 피폭을 막을 수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 문제가 됐다. 오죽하면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요오드 함유 식품은 방사능 방어에 효과가 없다.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말라”고 공개 당부를 할 정도였다.

결국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불안감과 공포는 수그러들지 않는데, 당국의 적절한 대응이나 설명은 부족하다 보니 허위 정보가 재생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적 이익을 노린 과대광고라면 취한 이득에 비례해 과태료를 무는 등의 제재가 필요할 것”이라며 “시민들 스스로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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