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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의 다짐, 꼰대 안되기

입력
2023.08.21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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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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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논문발표 준비로 분주히 지내다 보니 길다고 생각했던 여름 방학이 눈 깜박할 사이에 후딱 지나가고 새 학기 개강이 벌써 눈앞에 다가와 있다. 이 시점에 서면 학생들과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이 늘 교차한다.

‘선생’이란 직업은 길 가다 만나는 ‘이정표’와 같다. 어떤 목적지를 향해 가는 나그네가 정확하게 표기된 이정표를 만나면 가는 길이 보다 수월해지지만, 잘못된 이정표를 만나면 겪지 않아도 되는 수고로움과 고통이 배가(倍加)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교육’은 한 사람의 인생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일이기에 ‘선생’으로서 어떤 정보와 삶의 지혜를 학생들에게 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끊임없이 묻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만남이 기쁘면서도 두려운 이유다.

한 학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선생과 학생이 단순히 지식이란 정보를 전달하고 그 결과로 성적을 주고받는 기계적 만남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삶의 이상성을 함께 고민하는 진정한 사제지간(師弟之間)의 관계를 형성하려고 한다면, 우선 선생이란 이유로 혹은 나이가 많다거나 경험과 지식이 앞선다는 단순한 이유로 기성세대가 형성한 기존의 가치관이나 행동양식을 고착화하고, 후속 세대에게 그것에 따르기를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즘 ‘MZ세대’라는 말이 시선을 끌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삶의 방식과 문화가 바뀌어 가고, 세대별로 그러한 시대에 적응해 나가는 고유한 특징을 가지게 마련이다. 좋은 삶의 방식과 건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힘의 논리에 의한 일방적 지시나 복종이 아니라, 세대 간에 상호 개방된 사유와 신뢰를 바탕으로 부단한 대화를 통한 양보와 협력, 즉 공공의 가치를 함께 창출하기 위한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

공자도 '화이부동'(和而不同), 즉 "(타인과) 조화와 협력을 이루는 것을 중시하지만, 피차간의 차이와 다름을 무시하고 하나의 원리에 전면적인 찬동을 이루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화(和)'는 서로의 차이점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독립된 인격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사회를 하나의 이념체계에 예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원성'의 원칙과 개방성, 독립된 인격성을 존중하고 지켜나갈 때 비로소 확보될 수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살아온 경험과 삶의 방식에 안주하려고 하고, 그것을 일반화하고 절대화하여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려는 경향을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공자는 나이 육십을 '이순(耳順)'이라고 표현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게 되면 선입관이나 편견 없이 참과 거짓,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열린 마음(open mind)을 항상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한 것으로, 부단히 자기반성이 따라야 한다.

언젠가부터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필자의 딸보다 어린 나이가 됐다. 이번 학기는 최소한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서 '나 때는 말이야'에서 시작되는 '꼰대스럽다'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여야겠다. 학생들이 소크라테스가 삶의 방향성과 의미를 끊임없이 묻고 있는 '음미되지 않은 삶을 살 가치가 없다'고 한 말의 절실한 의미를 이번 수업을 통해 마음으로 깨달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박승현 조선대 재난인문학연구사업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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