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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가 쿠란 모독했다고?”...‘성당 방화’ 파키스탄 폭동, 하루 만에 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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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가 쿠란 모독했다고?”...‘성당 방화’ 파키스탄 폭동, 하루 만에 진압

입력
2023.08.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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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과 성당 방화...당국, 용의자 129명 체포
인구 96%가 무슬림...신성모독시 사형 선고도

16일 파키스탄 중동부 펀자브주 자란왈라에 위치한 한 성당이 무슬림 폭도의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이날 가톨릭 신자들이 이슬람 경전 쿠란을 모독하는 것을 봤다는 주장이 나오며 일부 무슬림들의 폭력 행위가 시작됐다. 자란왈라=AP 연합뉴스

16일 파키스탄 중동부 펀자브주 자란왈라에 위치한 한 성당이 무슬림 폭도의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이날 가톨릭 신자들이 이슬람 경전 쿠란을 모독하는 것을 봤다는 주장이 나오며 일부 무슬림들의 폭력 행위가 시작됐다. 자란왈라=AP 연합뉴스

파키스탄에서 “가톨릭 신자들이 이슬람 경전 쿠란을 모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무슬림 수 천 명이 성당과 가톨릭 신자의 집에 불을 지르는 등의 폭동을 일으켰다. 그리고 폭력 행위에 가담한 이들 129명이 체포되며 하루 만에 상황이 진압됐다고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파키스탄 중동부 펀자브주(州) 자란왈라시(市)에 사는 일부 무슬림들이 가톨릭 신자인 라자 아미르와 그의 친구가 쿠란 구절이 적힌 종이에 모욕적인 글을 써 땅에 내동댕이 치는 걸 목격했다고 주장하며 폭동에 불이 붙었다. 분노한 무슬림들은 성당에 들이닥친 뒤 불을 지르고 벽돌을 던졌다. 가톨릭 신자의 집과 일부 개신교 교회도 피해를 봤고, 이 과정에서 약탈 행위도 일어나 많은 이들이 피신해야 했다.

이번 폭동으로 인해 최소한 성당 한 곳이 불에 타고 네 곳이 훼손됐으며, 수십 채의 주택이 불에 탔거나 심하게 파손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칼리드 묵타르 신부도 “자란왈라의 성당 17곳 대부분이 (무슬림들의) 공격을 당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개입해 공포탄을 쏘는 등 진압을 시도했음에도 폭동이 가라앉지 않자 군병력까지 투입됐다. 경찰은 밤새운 수색 끝에 폭력을 주도한 용의자 129명을 체포하고 상황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아미르와 그의 친구는 신성모독죄로 기소됐지만 아직 체포되지는 않았다. 인구의 약 96%가 무슬림인 파키스탄에서는 이슬람과 이슬람 성직자를 모욕한 죄가 인정되면 최대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당국이 선고를 내리기 전 이와 관련된 소문이 퍼져 살인이나 집단 폭행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BBC는 전했다. 앞서 2009년 펀자브주 고르자 지역에서도 무슬림들이 신성모독을 이유로 주택 60채를 불태우고 6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이날 폭동을 두고 파키스탄 안팎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다. 안와르울하크 카카르 신임 파키스탄 과도정부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법을 어기고 소수자들을 겨냥한 자들을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도 종교적 자유를 언급하면서 파키스탄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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