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한 달 만에 '월북 미군' 카드 꺼낸 북한의 3가지 노림수
알림

한 달 만에 '월북 미군' 카드 꺼낸 북한의 3가지 노림수

입력
2023.08.17 04:30
3면
0 0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광복절 78주년'을 맞아 평양 만수대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주민들과 군인들이 헌화했다고 16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광복절 78주년'을 맞아 평양 만수대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주민들과 군인들이 헌화했다고 16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16일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지난달 1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월북한 지 한 달 만이다. 그의 '망명' 의사를 전하며 "미국사회에 환멸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뒤늦게 킹 이병을 전면에 내세운 건 △미국의 인권 공세에 반발하고 △한미일 정상회의와 한미 군사연습에 맞대응하고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위한 다목적 카드로 읽힌다. 그러면서 "조사는 계속된다"고 압박했다. 반면 미 정부는 상당 기간 해결하기 곤란한 난제를 떠안게 됐다.

①북한 "킹 이병, 인종차별 반감에 월북"... 미국 문제제기에 역공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트래비스 킹은 공화국 령내에 불법침입한 사실을 인정했다”며 “미군 내에서의 비인간적인 학대와 인종차별에 대한 반감을 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넘어올 결심을 하였다고 자백했다”고 전했다. 인권을 침해당한 미국을 피해 북한으로 도피했다는 주장이다.

마침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인권문제로 또다시 궁지에 몰릴 수 있는 처지다. 미국은 8월 유엔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17일(현지시간) 회의를 소집해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실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북한이 킹을 방패 삼아 미국의 공세를 피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날 김선경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 “만일 안보리에서 어떤 나라의 인권문제가 취급돼야 한다면 각종 사회적 악폐로 부패할 대로 부패한 반인민적인 악의 제국인 미국부터 취급돼야 마땅하다”고 강변했다.

18일 JSA 견학 중 월북한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의 사진. WISN-TV 캡처

18일 JSA 견학 중 월북한 미군 트래비스 킹 이병의 사진. WISN-TV 캡처


②한미일 정상회의·한미군사훈련 앞두고 맞대응

킹 이병 카드는 18일 한미일 정상회의와 21일부터 11일간 진행될 한미훈련에 맞서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한미일이 공조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상황에서 미국에 자국민의 안전이라는 ‘골칫거리’를 떠넘겨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북한은 다음 달 9일 정권수립일을 맞아 ‘민간 무력 열병식’을 예고했고, 앞서 5월 발사 실패한 ‘군사정찰위성’을 다시 쏠 가능성도 크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미국이 군사와 인권 측면에서 북한을 옥죄는 상황을 감안하면 북한은 미군병사의 월북사건을 최대한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대진 한라대 교수는 “중간조사 결과를 계속 발표해 대미 대응국면마다 적절히 활용하는 한편, 과거 월북 미군 사례들처럼 체제 선전 수단으로 대내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내다봤다.


③"미 고위급 북한에 와라"... 북미 대화 이끌어낼 지렛대

과거 북한은 억류된 미국인을 '인질' 삼아 미 고위급의 방북을 이끌어냈다. 이번에도 같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미국은 2009년과 2010년 빌 클린턴·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각각 북한으로 건너가 자국민을 데려왔다. 당시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다. 사실상 정상급 회담이나 마찬가지다.

2017년 6월에는 조지프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북해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송환했고 앞서 2014년 11월 제임스 클래퍼 당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미 공군 전용기를 타고 날아가 케네스 배와 매슈 밀러와 함께 돌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시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찾아 한국계 미국인 3명과 함께 귀국길에 오른 전례도 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 이후 북한과 미국은 직접 대화한 적이 없다. 되레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 파트너 국가들에 핵공격을 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그런 행동을 하는 어떤 정권이든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거칠게 북한을 압박했다. 하지만 북한이 킹 이병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미국을 대화로 유도할 지렛대를 확보한 셈이다.


김진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