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로봇이 사내 물품 배달" 혁신적 디지털 문서수발실 만든 장승래 디버 대표

입력
2023.08.16 04:30
14면
0 0

아날로그 문서수발실을 디지털로 전환...로봇이 물품 전달 예정
배달원 현재 위치 알 수 있는 디지털 퀵 배송도 제공

기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데도 제대로 되지 않는 분야가 문서 수발실이다. 문서 수발실이란 기업에 배송되는 우편부터 각종 물품을 한꺼번에 받아 보관했다가 담당 부서나 직원에게 전달하는 사내 우체국 같은 곳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외부인 출입 통제 등 보안과 업무 편의성을 위해 문서 수발실을 운영한다.

그런데 문서 수발실의 문제는 우체국처럼 사내 물품 전달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받아 놓은 물이나 과일 등이 제때 찾아가지 않아 썩기도 한다.

기업의 마지막 아날로그 보루처럼 남은 문서 수발실을 혁신적으로 바꾸기 위해 칼을 빼든 신생기업(스타트업)이 있다. 장승래(52) 대표가 2019년 창업한 디버다. 이 업체는 로봇까지 도입해 자동화한 문서 수발실 '디포스트'와 디지털 퀵 배송 서비스 '디버'를 운영한다. 2가지 서비스를 한 몸처럼 유기적으로 엮어 연쇄효과를 발휘한 것이 이 업체의 장점이다. 장 대표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나 혁신 서비스에 대해 들어봤다.

장승래 디버 대표가 디지털 기술을 도입한 문서 수발실 디포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기업이 갖고 있는 문서 수발실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바로 물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이달 말 이후 디포스트에 물품을 전달하는 로봇도 도입한다. 안다은 인턴기자

장승래 디버 대표가 디지털 기술을 도입한 문서 수발실 디포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대부분의 기업이 갖고 있는 문서 수발실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바로 물품을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이달 말 이후 디포스트에 물품을 전달하는 로봇도 도입한다. 안다은 인턴기자


이달 말 LG사이언스파크에 로봇이 문서 나르는 무인 디포스트 설치

장 대표는 디포스트를 통해 기존 문서 수발실의 두 가지 문제를 겨냥했다. 제때 물품 전달이 안 되고 물품 수령인 이름과 휴대폰 번호 등을 손으로 기록하며 발생하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다.

기업에 설치되는 디포스트는 기업 선택에 따라 유인 또는 무인으로 운영된다. 유인 지점은 디버 직원이 한 명씩 배치돼 물품을 관리한다.

디포스트 지점에 물품이 도착하면 이를 스캔해 받을 사람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로 즉시 알려준다. "제때 찾아가지 않으면 여러 번 알림 문자를 보내고 그래도 찾아가지 않으면 폐기해 수발실을 쾌적하게 관리하죠. 디포스트 직원들이 물품 발송도 대신 해줘요. 이용 기업들이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퀵 서비스를 신청하고 물품을 디포스트에 맡기면 퀵 서비스 디버에서 배송해요."

무인 지점은 모든 것이 자동화돼 있다. 직원 대신 택배기사들이 물품을 스캔하면 도착 알림 문자가 자동 발송된다. 이후 수령인이 디포스트를 방문해 무인 단말기에 필요 정보를 입력하고 보관함에서 물품을 찾아간다. "앞으로 단말기에 사원증을 대면 물건을 찾을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무인 디포스트에 로봇도 도입된다. 장 대표는 LG전자, LG유플러스와 손잡고 다음 달부터 서울 마곡지구에 조성된 LG사이언스파크 내 무인 디포스트에서 로봇 배송을 시작한다. 직원들이 디포스트에 가지 않아도 로봇이 직원 자리로 수령한 우편물과 물품을 갖다 준다. "LG전자가 디포스트에 클로이 로봇을 제공하고 LG유플러스는 로봇 관제를 맡죠. 빠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중 로봇 배송을 시작합니다."

현재 디포스트 지점은 총 45개다. 장 대표는 올해 말까지 지점을 70개로 늘릴 예정이다. 이용 기업 숫자는 3,000개에 이른다. "공유 사무실 위워크, LG유플러스, 한섬, 하이브 등이 고객사죠."

디버가 디지털로 관리하는 문서 수발실 서비스 '디포스트' 모습. 디버 제공

디버가 디지털로 관리하는 문서 수발실 서비스 '디포스트' 모습. 디버 제공


실시간 위치 확인 되는 퀵 서비스

퀵 배송 서비스 디버는 전화 접수에 의존하는 다른 퀵 서비스와 달리 앱과 웹으로 주문받는 철저한 디지털 서비스다. "기존 퀵 서비스는 전화로 접수하다 보니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엉뚱한 배달 사고가 일어나요. 디버는 앱과 웹으로 접수해 이런 오류가 발생하지 않죠."

배달원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는 실시간 배송 추적도 장점이다. 앱을 켜면 배달원 이름, 얼굴 사진과 함께 현재 위치가 표시된다. "누가 배달하는지 알아야 안심할 수 있어서 얼굴 사진을 넣어요. 배달원들은 불편할 수 있지만 신뢰를 위해 필요하죠."

오토바이뿐 아니라 승용차를 배달에 도입한 것도 차별화 요소다. 기존 퀵 서비스는 자동차로 배달하면 경상용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요금이 오토바이보다 2배가량 비싸다. 그런데 디버는 승용차를 이용해 요금이 오토바이와 동일하다. "가격 경쟁력이 있죠. 오토바이에 실을 수 없는 큰 짐이나 깨지기 쉬운 물건, 꽃이나 수제 케이크 등을 승용차로 배달해요."

이런 장점 때문에 기업들이 많이 찾는다. "하루 배송량이 2,000여 건, 누적 배송 건수가 150만 건 이상입니다."

기업뿐 아니라 개인도 '빠름이라는 앱을 이용해 신청할 수 있다. 빠름 서비스는 2020년 개인 대상의 퀵 배송과 심부름 서비스를 하는 업체 보내다를 인수하며 시작했다. "올해 말부터 각종 심부름을 해주는 서비스도 추가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앱에 관련 기능을 넣기 위해 개발 중이죠."

디버에 가입한 배달원은 약 5만 명이다. 직장인, 주부 등 누구나 신청하면 24시간 내 성범죄 조회 등 승인 작업을 거쳐 배달원이 될 수 있다. 특수고용직인 이들은 근무 시간을 선택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 "하루 한 번만 배달하거나 주말에만 일할 수도 있어요."

장 대표는 "배달원들 입장에서 드는 돈이 적고 받는 돈이 많다"고 강조했다. "다른 퀵 서비스의 경우 출근비라고 부르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는데 디버는 그런 게 없어요. 디버가 받는 주문 수수료는 이용료의 15%죠. 나머지 85%를 배달원이 가져요. 다른 퀵 서비스는 수수료로 20~25%를 받아요. 또 배달원 이용료도 다른 업체들은 1~2주일 후에 주는데 디버는 당일 지급해 인기죠."

자동관제 시스템으로 24시간 모니터링

언뜻 보면 디포스트나 디버 모두 간단해 보이지만 쉽게 따라하기 힘든 특허 기술이 있다. "운영관제팀이 자동관제 시스템을 이용해 24시간 디버를 살펴보며 문제를 사전 차단해요. 자동관제시스템이 한곳에 오래 머무는 등 지연 배달이 예상되면 운영관제팀에 경고를 보내요. 그러면 관제팀에서 전화나 메신저로 배달원에게 연락해 문제를 확인하죠."

자동관제시스템은 내부 개발팀에서 직접 개발했다. "디포스트의 클라우드 관리와 로봇 이용, 디버의 자동관제 및 앱 서비스 등에 모두 7건의 기술 특허가 걸려 있어요. 이 밖에 로봇 배송 관련해서 추가로 3건의 특허 출원을 준비 중입니다."

덕분에 매출이 계속 오르며 올 상반기 창업진흥원으로부터 성장 가능성이 높은 아기 유니콘에 선정됐다. 매출은 2019년 8,000만 원에서 지난해 51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 원 입니다. 2027년 1,000억 원 매출을 올려 증시 상장하는 것이 목표죠."

투자는 LG유플러스, SJ투자파트너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 등에서 누적으로 45억 원을 받았다.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LG유플러스는 올해 중 추가 투자하는 방안을 얘기 중입니다."

장승래 디버 대표가 배달원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는 디지털 퀵 배송 서비스 '디버' 앱을 보여주고 있다. 장 대표는 문서 보관실 디포스트와 퀵 배송 디버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연쇄효과를 내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장승래 디버 대표가 배달원의 현재 위치를 알 수 있는 디지털 퀵 배송 서비스 '디버' 앱을 보여주고 있다. 장 대표는 문서 보관실 디포스트와 퀵 배송 디버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연쇄효과를 내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회사 몰래 창업했다가 집까지 날려

장 대표는 1995년 LG유플러스의 전신인 데이콤에서 통신기술자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전국을 돌며 시외전화 기지국 간 통신망을 설치하는 일을 했어요. 하도 출장을 많이 다녀 기록을 했더니 연간 283일 출장을 갔어요."

평범한 직장인에서 창업가로 삶이 바뀐 것은 LG유플러스 출범 뒤 다닌 경영대학원이 계기였다. "대학원을 다니며 창업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회사 몰래 스텔스 창업을 했어요. SM, YG 등 연예기획사와 계약해 빅뱅, 신화, 싸이 등 유명 한류 스타들의 얼굴을 우표로 만들어 판매하는 콘텐츠 스타트업이었죠. 사업이 아주 잘됐죠. 소녀시대 우표로만 7억 원을 벌었어요."

하지만 직장을 다니며 회사를 운영하려니 버거웠다. 매출이 잘 나왔지만 저작권료 지출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결국 투자를 받지 못해 집까지 팔고 사업을 접었다. "첫 번째 사업은 자가에서 시작해 집을 팔고 월세살이로 끝났죠."

"영화 '실미도' 같았던 사내 벤처" 파부침주 심정으로 재도전

첫 번째 사업 실패는 상처이자 아쉬움으로 남았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2018년 LG유플러스에서 처음으로 사내 벤처를 모집할 때 지원했다. "당시 우버 같은 공유경제에 관심이 많아 정보를 찾아봤죠. 퀵 서비스보다 저렴하고 택배보다 비싼 배송 서비스를 하면 승산이 있을 것 같아 디버 사업 아이디어를 냈죠."

그런데 보기 좋게 떨어졌다. "LG유플러스의 통신사업과 배송사업이 무슨 관련 있냐는 반응이었어요. 그렇게 탈락했는데 패자부활전에서 한 팀을 더 뽑으며 턱걸이로 선정됐죠."

사내 벤처는 기대와 달리 순탄치 않았다. 쓸데없이 사내 벤처를 만들어 직원들을 밖으로 내보낸다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그 바람에 영화 '실미도'에 나오는 키워 놓고 버린 특수부대 같은 신세가 됐죠. 투자 얘기도 꺼내지 못했고 분사 사실도 내부에 알리지 못했어요."

장 대표는 파부침주(破釜沈舟, 도끼로 솥을 깨고 배를 가라앉혀 결사적으로 싸운다는 뜻) 심정으로 LG유플러스에 사표를 내고 분사했다. "당시 사내 벤처를 못마땅하게 여긴 LG유플러스 대표가 파부침주라는 말로 벤처 정신을 갖게 했어요. 사내 벤처 하다가 잘 안 되면 회사가 다시 받아주는 조건이었는데 돌아올 생각을 하면 제대로 사업하겠냐는 비판이었죠.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뛰쳐나왔기 때문에 독자 생존할 수 있었어요."

그는 대기업이 사내 벤처 제도를 적극 도입하기를 바란다. "대기업들이 사내 벤처로 스타트업을 많이 키우면 좋겠어요. 사내 벤처가 실패해도 그 경험이 대기업의 좋은 자산으로 남아요. 대기업은 조직의 틀 안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사내 벤처가 이런 고정된 사고방식을 깨주죠."

최연진 IT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