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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은 나라 세운 초대 대통령… 여운형 '이중 서훈' 근거 없어"[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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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은 나라 세운 초대 대통령… 여운형 '이중 서훈' 근거 없어"[인터뷰]

입력
2023.08.11 04:3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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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보훈부 장관 인터뷰]
"광복회와 갈등은 침소봉대… 이간질하는 세력 있다
이종찬 광복회장도 이승만기념관 대찬성, 백선엽 존경
북한 위한 독립운동 인정 못 해… 범위 명확히 할 필요"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8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본보와 인터뷰에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진영논리에 빠져 폄훼돼 있다"고 말했다. 윤서영 인턴기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8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본보와 인터뷰에서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진영논리에 빠져 폄훼돼 있다"고 말했다. 윤서영 인턴기자

국가보훈부는 윤석열 정부 들어 간판을 바꿔달았다. 창설 62년 만에 보훈처에서 부로 격상됐다. 특히 올해 한미동맹과 정전협정 체결 70년을 맞아 가장 주목받는 부처다. 윤석열 대통령도 연일 참전용사와 애국지사의 뜻을 기리며 보훈의 가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관건은 '누구'를 영웅으로 기억할 것이냐에 달렸다. 박민식 장관은 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첫손에 꼽았다. 그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진영논리에 빠져 폄훼돼 있다"며 "그가 나라를 세운 초대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장관은 과거 '친일파가 아니라는 데 장관직을 걸겠다'고 공언한 백선엽 장군에 대해서도 "편향된 인사로 구성됐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회의를 심의한 결과에서 조차 '추가 자료를 충분히 보충하라'는 내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진보 정부에서 서훈을 다시 받은 여운형 선생(2008년 노무현 정부)과 홍범도 장군(2021년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동일 공적으로 이중 서훈을 줄 수 없기 때문에, 파격적으로 독립과 무관한 사유를 들어 서훈을 줬다"면서 "특히 여운형 선생의 경우 보훈심사위원회 기록도 찾기 힘들 정도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고 일갈했다. 사회적 논란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서훈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진보 정권에서 여운형 선생, 홍범도 장군이 서훈을 다시 받은 데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이라고 말했다. 윤서영 인턴기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진보 정권에서 여운형 선생, 홍범도 장군이 서훈을 다시 받은 데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 "이라고 말했다. 윤서영 인턴기자

-'이승만 기념관' 건립과 관련해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나. 우상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의 공과 과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그럴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공이 90%, 과가 10%라고 본다. 우상화라는 표현은 합당치 않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는데도 재평가돼야 하는 이유가 뭔가.

"이 전 대통령은 독립운동과 국가수호는 물론 한미동맹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까지 책임진 현대사의 기념비적 인물이다. 어느 나라든 '건국의 아버지들'을 기리며 그 나라의 정체성을 되새긴다. 이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서 첫 번째 반열로 평가돼야 하는 인물이다."

-이승만 기념관을 두고 이종찬 광복회장이 '괴물 기념관'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

"오해다. 이 회장도 기념관 건립에 대해선 대찬성한다. 이 회장의 작은할아버지인 독립운동가 이시영 선생이 이승만 정부 시절 초대 부통령을 지낸 인물인 만큼 이 전 대통령의 활동에 해박하다.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면 제 생각과 95% 정도 일치한다. 다만 독립지사의 후손으로서 북한의 김일성 기념관처럼 신격화하는 기념관이 돼선 안 된다는 차원에서 '괴물 기념관'이란 표현을 쓴 것뿐이다."

-이 광복회장과는 백선엽 장군의 친일행적 문구 삭제, '1948년 건국론'을 두고도 꽤 갈등이 있는 것으로 비치는데.

"직접 이 회장에게 여쭤봤는데, 그분도 1919년 건국론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1919년은 임시정부가 수립돼 왕정에서 민주공화정으로 전환한 대한민국 원년이지, 건국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백선엽 장군의 경우에도 절차적으로 공감대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정도다. 이 회장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군인 출신으로, 백선엽 장군을 존경하는 것으로 안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7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이종찬 광복회장과 만나 손을 잡고 걷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7일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이종찬 광복회장과 만나 손을 잡고 걷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그런데도 왜 자꾸 불화설이 나오나.

"불화설은 침소봉대된 거다. 이 회장과 며칠 전에도 만나서 밥 먹었고, 자주 소통하는 사이다.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세력이 있다. 그들이 이 회장의 권위를 빌려 보훈부에 타격을 주려고 한다. 광복회도 한마음은 아니다. 나한테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이 많이 있을 거다. 그들과는 언제든 논쟁할 준비가 돼 있다."

-현 정부는 친일 논란 보훈유공자에 관대하고, 독립유공자 중 사회주의 활동을 한 이들에 대해선 엄격한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도 있다.

"보훈부의 역할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다. 독립운동가 중에 사회주의 활동을 했다고 무조건 배제하는 게 아니다. 독립운동의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일제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되찾기 위한 독립운동이어야 하는데, 이게 또 다른 전체주의 국가인 북한에 또 빼앗길 수 있는 활동을 했다면 이걸 과연 독립운동이라고 할 수 있나. 북한 건국에 기여한 김원봉에게 절대 서훈을 줄 수 없는 이유다. 이처럼 국가유공자는 법과 규정에 따라 명확히 집행되고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 관대하고, 누구에게 엄격한 이중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없다."

-지난 진보 정권의 보훈 정책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고 했다.

"이중 서훈을 받은 여운형 선생, 홍범도 장군의 경우 청와대에서 지시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여운형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 건국과 민족통일을 위해 헌신한 공적', 홍범도는 '일제 치하 항일무장투쟁의 상징으로 국민통합 및 민족정기 선양, 고려인의 민족정체성을 형성하고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공적'으로 최고 등급인 대한민국장을 받았는데, 모두 독립과는 무관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보훈처 혁신위원회에서 문 전 대통령이 언급한 김원봉을 특정해 서훈해야 한다고 권고했던 것도 자료로 확인했다. 너무 황당한 일이다.

-내년 총선 출마설이 계속 나온다.

"과거 경험을 통해 선거 출마는 제 의지보다 국민들의 요구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배웠다. 현재 제게 맡겨진 임무는 보훈부 장관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책임지는 것이다. 내가 가진 역량의 100%를 국가 보훈을 반석 위에 세우는 것에만 쓰고 있다."


김경준 기자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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