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레인에 붉은색 중국공산당 표어 등장
서방 젊은이들, '풍자' 문구 추가하며 응수
시, 페인트 덧칠로 흔적 지워... 논란 확산
유럽 그라피티(담벼락 낙서) 예술 성지인 영국 런던의 '브릭 레인'이 중국에 대한 찬반 정서 충돌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 중국인 작가가 중국공산당 표어로 브릭 레인을 도배하자, 이에 반감을 품은 다른 예술가들이 중국 정부나 공산당은 물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난하는 그라피티로 다시 이를 뒤덮으며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주말(5, 6일) 부강·자유·평등·법치·애국 등 중국어 단어 12개가 브릭 레인 한쪽 벽면에 붉은색 페인트로 그려졌다. 모두 중국공산당이 꼽는 12개의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이었다. 이 벽면에 원래 있었던 그림들은 흰색 페인트칠에 뒤덮여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느닷없이 등장한 중국공산당 표어에 유럽 젊은이들은 비판과 조롱으로 응수했다. 각 단어 앞에 무(無)·불(不)자를 '첨언'해 '무자유' '불평등' 등으로 읽히도록 한 것이다. 일부 작가는 시 주석 얼굴 그림 위에 '독재자' 단어를 새기기도 했다.
세계적 대문호의 글귀도 등장했다. "권력에 맞서는 인간의 투쟁은 망각에 맞서는 기억의 투쟁"이라는 밀란 쿤데라의 말,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는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의 구절 등이 벽면에 새겨졌다. 톈안먼 민주화 운동 등을 부정하는 중국공산당의 모순적 태도를 풍자한 것이다.
결국 애초 중국공산당 표어를 벽면에 적어 논란을 부른 중국인 유학생 왕한정이 직접 항변에 나섰다. 그는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내가 쓴 표어는 중국은 물론, 전 세계가 지향하는 가치"라며 "사회주의 건설을 통해 서방의 거짓 자유에서 벗어나라"고 썼다. 자신의 '작품'을 비방한 서방인들이 오히려 자유의 가치를 부정한 것이라고 맞받은 셈이다. 중국 유명 논객인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도 자신의 SNS 계정에 "서방 주류의 사람들이 편견을 버린다면 중국공산당의 핵심 가치도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글을 올리며 두둔했다.
런던 당국은 논란이 확산하자 8일 '불법 낙서'라는 이유로 해당 담벼락을 모두 흰색 페인트로 덧칠했다. 한 중국 네티즌은 웨이보에 "다른 작가의 그림을 지우고 공산당 구호를 적은 중국인 작가나, 이를 비방하는 서양 작가들이나, 흰색 페인트로 이 모두를 다시 뒤덮은 런던시나, 모두 표현의 자유(라는 무대)에서 패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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