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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직원만" "사다리 타기로" "기재부 갑질"... 공공기관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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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직원만" "사다리 타기로" "기재부 갑질"... 공공기관의 항변

입력
2023.08.10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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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잼버리 K팝 콘서트 지원 인력으로
공공기관 40여 곳에서 직원 1000명 차출
정부 "지원자 위주"... 직원들 "강제 동원"
금융노조 "직원 차출 법적 근거 없다"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작업자들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콘서트 무대를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9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작업자들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콘서트 무대를 설치하고 있다. 뉴시스

“막내 직원 위주로 차출하거나 '사다리 타기'를 통해 뽑았다.”

“공공기관 경영평가, 예산편성권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공권력 행사다.”

정부가 공공기관에 일괄적으로 ‘잼버리 동원령’을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진 9일, 차출 대상으로 지목된 공기업 직원 사이에서 이런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 논란 속에 공공기관 직원 ‘강제 차출’이라는 무리수까지 뒀다는 지적이다.

이날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로부터 11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 지원을 요청받은 공공기관은 40여 곳에 달한다. 모집 인원은 기관당 최대 40명씩 총 1,000명이었으나 뒤늦게 50명을 할당받은 곳도 있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등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공기관이 대부분 포함됐다. 한국마사회, 한국전력공사, 국가철도공단 등도 같은 요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원자 중심으로 자원봉사자를 모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실상 차출이었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실제 “기재부에서 (우리 기관에) 부서마다 1, 2명을 정해 1시간 내 보고하라고 했다”거나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들로 뽑아달라고 했다”는 등 사실상 ‘동원령’이 전파됐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소재 공공기관 직원 A씨는 "휴가 기간이라 직원이 많지 않아 막내 직원이 차출되거나 사다리 타기로 정했다”며 “누가 금요일 저녁 초과근무를 하고 싶겠나"라고 반문했다.

전날 잼버리 대원 3만7,000명이 전국으로 대이동을 하면서 관리 인원이 대거 필요한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인원 차출 과정이 긴급하게 이뤄지다 보니 요청받은 기관들에서도 혼선이 빚어졌다. 무슨 업무에 투입되는지 모른 채 ‘오라고 하니 가야 하는’ 분위기라는 얘기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인원을 지원하라고 연락은 왔는데 정작 무슨 일을 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해 매우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한 금융공공기관 노조 관계자도 "어제는 30명을 요구하더니 오늘은 20명 추가해서 50명을 채우라고 하더라"라며 "회사에서는 숫자를 맞추느라 부산을 떨었다”고 말했다.


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서울웰컴센터를 찾은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이탈리아 스카우트 대원들이 서울관광재단의 잼버리 셔틀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서울웰컴센터를 찾은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이탈리아 스카우트 대원들이 서울관광재단의 잼버리 셔틀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뉴시스

기재부에 따르면 공공기관 직원들은 11일 잼버리 대원이 탑승하는 버스에 한 명씩 배치돼 이들을 K팝 콘서트 장소인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인솔한 후 숙소까지 데려오는 역할을 맡는다. “태풍 '카눈' 북상에 따라 잼버리 대원들이 새만금에서 전국 각지 숙소로 흩어지고, K팝 콘서트 장소 및 일정도 급하게 결정된 점을 고려하면 공공기관 직원 차출이 불가피해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재부의 '협조 요청'이 과도한 공권력 행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공공기관 직원 차출에 법적 근거가 없다"며 "(조합원 차출 문제는) 단체협약 사안인데, '자원봉사'라는 형식으로 꼼수를 부린다면 차후 보상 문제와 자발성 여부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 공공기관에서는 전날 부서당 1, 2명씩 차출해 40명을 꾸렸다가 노조에서 "회사를 상대로 고소한다"고 엄포를 놓자, 회사는 이날 전 직원에게 메일로 '반드시 자발적으로 원하는 사람만 참여 신청하라'고 안내했다. 결국 차출된 어린 직원 대부분이 참여를 취소했고, 할당 인원을 채우려 비노조 고참 직원들이 이름을 올리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다른 공공기관 직원은 “공공기관에 대한 예산과 정원, 임금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갑’인 기재부가 이번 동원 요구를 공문이 아닌 전화로 한 것으로 안다”며 “추후 직권남용 등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재부도 알고 있으니 근거를 남기지 않으려 구두로 압박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곽주현 기자
세종= 박경담 기자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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