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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미래를 위한 플랜 B의 중요성

입력
2023.08.14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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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 최대 숙제였지만, 이해관계 집단의 대치와 일부의 기득권 유지 행태로 지연과 미봉을 반복했던 노동·연금·교육개혁. 지속가능한 대한민국과 미래세대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3대 개혁>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모색한다.

교육 개혁 : <9> 노동·연금 그리고 교육개혁

김서영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이 지난달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작성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김서영 통계청 인구총조사과장이 지난달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년 등록센서스 방식으로 작성한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뉴시스


3대 개혁 공통 문제는 인구 감소
인구 확보+최고급 인재 양성 절실
평생·고등 교육에 총력 기울여야

지난 7개월간 26회에 걸친 한국일보 릴레이 칼럼을 통해 연금·노동·교육 개혁의 필요성과 방법에 대한 열띤 논의가 이어졌다. 이로써 3대 개혁이 왜 절박한지와 문제의 핵심이 드러났고,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개혁 과제도 도출됐다.

그렇다면 이제 제안된 내용을 추진하면 개혁의 성공이 보장될까. 물론 아니다. 그렇게 쉽다면, 개혁이 아니다. 상충되는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이념에 따라 해결책에 대한 이견의 골이 깊다. ‘원칙에는 동의한다 해도 내가 손해 보면 안 된다’는 집단 이익 등의 장벽도 험난하다. 정부의 개혁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도 현재로는 알 수 없다. 게다가 정부가 합리적으로 도출된 개혁안을 강도 있게 밀어붙인다고 성공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프랑스 연금 개혁에서 보듯이 국민적 합의가 없으면 강력한 집단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각종 문제들이 정치화되고 이념화돼 대립각을 세우는 지금의 정치 형국에서 정부의 개혁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갑각류가 껍질을 벗어야 성장하듯이, 오래전에 디자인돼 지속 가능하지 않은 법과 제도를 벗어던지는 개혁은 너무나 당연하다. 3대 개혁에 가중되는 어려움은 세 주제가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각각의 개혁이 성공하더라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개혁의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3대 개혁이 맞물린 연결고리는 인구 감소다. 연금 개혁의 핵심적인 문제는 빠르게 늘어나는 노령인구를 더 빠르게 줄어드는 젊은 인구가 부양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력 인구의 재생산 없이 노동 개혁은 무의미하다. 자녀 교육의 어려움이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이기에 교육 개혁을 해야 한다. 이렇듯 3대 개혁의 밑바닥에는 인구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인구가 재생산되지 않으면 그 사회는 소멸해 간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려면 이민정책 실천이나 육아 환경개선 등 인구 증가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정부의 엄청난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2022년 기준 0.78까지 내려앉았고 올해는 0.71 선을 위협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3대 개혁에 성공해도 우리 경제와 사회 시스템은 무너진다. 그렇기에 인구를 증가시키려는 최대한의 노력을 계속하되,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를 대비해 '플랜 B'를 세워야 한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플랜 B는 인구 감소가 오히려 축복일 수도 있다는, 고실업을 예견하는 미래학자들의 정반대 가설에 근거한다. 육체 노동은 로봇이 대체하고 있고, 인공지능(AI) 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화이트칼라 노동도 위협하고, 결국 고실업은 모든 선진국에서 피할 수 없다는 예측이다. 플랜 B는 인구 감소 시 한국 사회를 스위스처럼 최고급 노동력을 갖춘 강소국으로 재편하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고급 노동력은 양질의 고등교육에서 생겨난다. 평생교육과 고등교육에 총력 투자해야 하는 이유이다. AI에 의해 실직한 사람들이 고급 노동력으로 다시 태어나도록 평생 교육체계로 지원하고, 고등교육에 투자해 한국 대학 졸업생이라면 누구라도 굴지의 세계적 기업에서 탐내는 인재로 키워내야 한다. 실제로 더 잘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일수록 초·중등교육보다 고등교육에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한다. 교육으로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을 높이고, 미래 세대가 창출하는 부가가치로 연금·노동의 문제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그래픽=강준구 기자

그래픽=강준구 기자

우리나라의 대학 이수율이 선진국 중 단연 1위이지만,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육투자는 매우 낮다. 2015년 이후 유아 및 초중등 교육에 투자된 비중이 80% 이상인 반면, 고등교육 비중은 15% 내외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초·중등교육에 투자되는 학생 한 명당 교육비가 OECD 36개국 중 1위인 반면, 고등교육은 33위에 불과하다.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지 15년이나 되어 많은 대학들이 고사 직전이니, 대학 스스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은 제로이다.

플랜 B는 줄어들 인구를 최정예화하는 교육혁신을 만드는 계획이다. 3대 개혁 중 플랜B를 향한 교육개혁은 보장성 높인 장기보험과도 같다. 변하지 않는 진리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플랜 B를 위한 합리적인 교육개혁에 저항하는 일은 사회적 공멸을 향해 치닫게 할 뿐이다.


김용학, 연세대 명예교수ㆍ전임 18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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