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열환자 속출로 중단 위기에 처했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계속 진행된다. 각국 대표단이 회의를 열어 당초 예정된 12일까지 대회를 이어가기로 결정하면서다. 하지만 참가자가 가장 많았던 영국에 이어 미국, 싱가포르까지 퇴영하면서 파행 운영은 불가피해졌다. 기대했던 수조 원 경제효과는커녕 국가 이미지에 지우기 힘든 생채기를 냈다. 이 와중에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여도 야도 “네 탓” 공방만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번 잼버리는 폭염 탓만 할 수 없는 총체적 파행이었다. 장마 때 생긴 물구덩이가 그대로 방치됐고, 급수 부족으로 편의점에는 얼음과 물을 사려는 대원들로 수백 미터 줄이 늘어섰다. 그늘을 위한 덩굴터널은 임시천막으로 땜질됐고, 참가자 4만여 명에 병원 병상은 50개에 불과했다. 곰팡이 계란을 비롯한 부실 급식,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천막 샤워실, 비위생적인 화장실까지 어느 하나 정상인 게 없을 정도다.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만 있었으면 이 지경까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폭염대책을 다 세워놨다”고 자신만만해하더니 이제 와선 입을 닫고 있고, 집행을 맡은 전북도 김관영 지사는 “참가자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는 유체이탈 화법을 쓴다. 여야 책임 공방은 더 볼썽사납다. 대통령실이 “전 정부에서 준비한 것"이라고 포문을 열자 국민의힘이 맞장구를 치고 더불어민주당이 반박하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다. 심지어 야영장에서 발생한 성범죄 논란을 두고도 음모론 공방을 벌인다. 이 또한 국제적 망신이다.
늦었지만 한덕수 국무총리가 “정부가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나서며 다소나마 정상화 국면에 접어든 건 다행이다. 12일 폐막까지 손상된 국격을 조금이나마 회복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원인 규명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모의고사 격인 작년 프레잼버리는 왜 취소됐는지, 1,000억 원 넘는 예산은 어떻게 사용됐는지, 운영 부실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잘 따져보길 바란다. 윤석열 정부의 숙원 사업인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전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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