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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다!'

입력
2023.08.06 2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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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우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 명예회장

편집자주

보는 시각과 시선에 따라서 사물이나 사람은 천태만상으로 달리 보인다. 비즈니스도 그렇다. 있었던 그대로 볼 수도 있고, 통념과 달리 볼 수도 있다. [봄B스쿨 경영산책]은 비즈니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려는 작은 시도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청년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청년좌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다'는 말은 젊은 사람이 황망하게 운명을 달리할 경우에 쓰이곤 한다.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이다. 행간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언제 죽을지 모르니 평소 착하게 열심히 살라는 교훈도 있고 살아생전에 주변 사람들에게 잘하라는 뜻일 수도 있다.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청년 좌담회에서 "중학생이던 아들이 왜 나이 든 사람들이 우리 미래를 결정하느냐? 자기 나이로부터 평균 여명까지 비례적으로 투표해야 한다고 하더라, 되게 합리적이지 않으냐"라고 하면서, "미래가 짧은 분들이 왜 (청년들과) 1대 1 표결을 해야 하느냐"고 했단다. 투표권에 차등을 두자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이 발언은 청년 유권자의 정치 참여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한 말이었고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단서를 달기는 했다고 하지만, 어르신들이 노여워할 만도 하다.

설상가상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은 "김 위원장 말이 맞다.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했단다. 잠깐만이라도 생각해 보면, 누구의 생이 더 길고 누구의 생이 더 짧게 남았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기업현장에서도 '연령'이 경영관리의 이슈가 되거나 핵심원칙이 되기도 한다. 구조조정이나 매년 임원 인사발령을 할 때,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적용하기도 하고, 승진보상을 할 때 연공서열에 입각해 하기도 한다. 요즘 세태는 연공서열주의가 불합리하고 마치 악한 제도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연령 및 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일정기간 업무수행 기량이 향상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므로 업무 상황에 따라서는 합리적인 원칙일 수도 있다. 그래서 현실 경영에서는 연공주의와 능력주의 성과주의 등을 혼합해 적용한다. 어느 한 가지만을 100% 적용하지는 않는다.

10여 년 전부터 우리나라 제조업 생산현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정년이 유명무실해졌다. 정년퇴직 후 재계약을 해 평생 일하고 있는 시니어 노동자들도 많다. 연봉 수입도 꽤 많다. 용접 등 뿌리산업의 근간을 나이 드신 분들이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오지 않으니 외국인 노동자들이 후대를 차지하고 있어 미래 우리나라의 산업경쟁력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유대 사회에서 랍비가 있어 공동체 문제해결의 지혜를 얻는 것처럼, 기업에서도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통해 퇴직 임직원의 경륜과 통찰력을 기업경영의 문제해결에 활용되도록 한다. 나이 많은 분들은 긴 세월 동안 쌓은 경험과 지혜를 토대로 문제의 본질을 상당히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고 효과적인 해결안을 제안할 수도 있다.

물론 나이가 많아도 나잇값을 못 하는 분들도 있고 그들의 경험이 변화된 요즘 환경에 유효하지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으로 윗분 말씀이 다 옳고 젊은 청년들의 생각은 미숙하다거나 반대로 윗분의 말씀은 다 진부하고 쓸모없는 잔소리이고 젊은 청년들의 생각만이 옳다고 간주해 버리는 편견과 편 가르기 정치적 행태다.

어떤 회사에 인터뷰하러 간 적이 있다. 동료들끼리 서로 욕하고 선후배를 흉보는 회사였다. 그 회사는 결국 문을 닫았다. 반면 구성원들 간에 격려하고 칭찬하며 서로 배우고자 협력하는 회사가 있었는데 그 회사는 지금까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누구나 태어나 나이를 먹어가다가 죽는 날을 맞이한다. 그날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 남의 나이를 따지기에 앞서 자신의 인품과 역량이 얼마나 훌륭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스스로 성찰할 일이다.

이춘우 서울시립대 교수·(사)기업가정신학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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