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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우리집이?" 민간 아파트 주거동도 '철근 뺀 무량판'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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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우리집이?" 민간 아파트 주거동도 '철근 뺀 무량판' 공포

입력
2023.08.02 04:30
수정
2023.08.02 15:0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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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아파트는 주차장만 무량판 공법
전수조사 대상, 민간 293곳 중 일부
주거시설에도 무량판 공법 적용
전문가 "민간서 문제 더 나올 수도"

1일 경기 파주시 초롱꽃 마을 3단지(파주 운정 A34) 지하주차장에 보강 공사를 위한 천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1일 경기 파주시 초롱꽃 마을 3단지(파주 운정 A34) 지하주차장에 보강 공사를 위한 천막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사태에 거론된 '무량판 공법'이 일부 민간 아파트에선 사람들이 숙식하는 '주거동'에도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을 건설업계 이권 카르텔로 규정하고 민간까지 전수조사를 예고함에 따라 파장이 일파만파 번질 수 있다. 건설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민간 아파트 293곳 전수조사

그래픽=김대훈 기자

그래픽=김대훈 기자

국토교통부는 조만간 2017년 이후 무량판 공법이 적용된 민간 아파트 293곳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1일 밝혔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전수조사 지시에 따른 것이다.

점검 대상은 LH가 무량판 공법을 본격 도입한 2017년 이후 준공되거나 현재 시공 중인 민간 아파트로 각 지방자치단체가 선별했다. 그 이전 준공 아파트는 정밀안전점검(2~4년 주기)을 한 차례 이상 받았다는 점을 들어 조사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민간 전수조사는 파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LH 아파트는 91곳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무량판 구조의 보강 철근이 누락된 곳이 15개 단지의 지하주차장으로 한정된 반면, 이번 조사 대상에 오른 일부 민간 아파트의 경우 주차장뿐 아니라 주거시설까지 무량판 구조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만약 민간 아파트마저 철근 누락이 밝혀진다면 '불안전 사회'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무량판 공법으로 지었다고 해서 무조건 안전에 이상에 있는 건 절대 아니지만 국민 불안이 큰 만큼 이른 시일 내 민간 무량판 아파트 현황을 종합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널리 퍼진 무량판 아파트

무량판 공법은 내력벽이나 수평 기둥인 '보' 없이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다. 과거만 해도 벽으로 천장을 지탱하는 '벽식 구조' 아파트가 일반적이었지만,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2010년 이후 무량판 공법 아파트가 널리 퍼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벽이나 기둥처럼 진동이나 소리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적어 층간소음을 잡는 데 탁월하고, 개방감을 위해 층고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특히 친환경을 위해 아파트를 헐지 않고 오래 유지하는 장수명 주택이 주목받으면서 내부 구조를 쉽게 바꿀 수 있는 무량판 공법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서울 강남 개포동 재건축 일부 아파트도 무량판 공법으로 지어졌다.

다만 기둥으로만 천장을 지탱하는 구조라 설계나 시공을 잘못하면 천장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 1990년대 붕괴 사고가 난 삼풍백화점도 무량판 구조였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정확한 공법대로 설계·시공이 된 것인지를 따져야지, 공법 자체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민간 아파트, '철근 누락' 나오나

문제는 민간이 지은 무량판 공법 아파트에서도 '철근 누락' 사실이 밝혀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민간 시행사는 공공보다 수익 극대화를 위한 비용 절감에 더 적극적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시공은 물론 설계 작업까지 하도급하는 문제는 LH보다 심각할 수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LH는 그나마 컨트롤타워 역할이라도 하지만 민간 시행사는 전적으로 시공사에 모든 걸 맡긴다"며 "민간에서 더 많은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 대상 중 64%인 188곳이 준공된 아파트다. 이미 사람이 살고 있다는 얘기다. 만약 해당 아파트 주거동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된다면 그 파장은 현재로선 가늠할 수 없다. 책임 공방, 법적 분쟁, 손해배상 봇물 등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정부는 우선 단지별로 배치된 하자보수예치금을 활용해 무한 보강에 나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입주민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입주민이 하자 보수 외 손해배상을 요구할 경우 시공사와 감리사 등 배상 책임을 누구에게 돌려야 할지도 논란거리다. 더구나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가 이미 폐업했다면 책임 소재 자체를 가리기 쉽지 않다.

현재 공사 중인 단지(105곳)의 경우, 조사 결과에 따라 입주 예정자들의 전면 재시공 요구가 뒤따를 수도 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인 인천 검단신도시 LH 아파트 역시 GS건설이 모두 헐고 새로 짓기로 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2017년 이전에 지은 아파트들도 전면조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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