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경선 후보 13명 한자리에
전날 추가 기소 트럼프 "승리 가능"
과반 넘는 압도적 지지율 등에 업어
"내가 (대선에 다시) 출마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나를 쫓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아이오와주(州) 주도 디모인에서 열린 공화당 연례 모금 행사 '링컨 데이 디너'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형사 기소를 당하는 등 사법 리스크가 줄줄이 불거진 건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할 주인공이기 때문이란 취지의 발언이었다.
아이오와는 공화당의 첫 경선 투표를 실시해 '대선 풍향계'로 불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에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한때 공화당 '잠룡'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양강 구도가 점쳐졌지만, 표심은 트럼프 쪽으로 기울었다. 공화당 대권 주자 중 압도적 지지율 1위를 등에 업은 트럼프가 '1강 체제' 굳히기에 나섰다는 외신들의 평가가 잇따른다.
'줄기소' 트럼프, 아이오와서 '대세' 굳히기
이날 행사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디샌티스 주지사 등 13명의 공화당 경선 후보가 모였다. 하지만 주인공은 트럼프였다. 뉴욕타임스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공화당 유력 후원자 등 1,200명이 참석한 행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맨 마지막 연설 순서에 배정됐다. 후보들 가운데 연설을 시작하기도 전에 기립 박수를 받은 건 그가 유일했다. 10분간의 연설에서 그는 특유의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보복이란 주장을 되풀이했다. 불과 하루 전 정부 기밀문서 유출과 관련된 증거 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악재를 비웃기라도 하듯, 내년 대선에서 이길 후보는 자신뿐이라고 강조했다. 사업가와 정치인을 거치며 수 천 건의 소송에 대처해 온 '맷집'을 과시한 것이다.
물론 올해 들어 차원이 다른 사법 불명예를 안게 된 건 트럼프에게도 암초다. 트럼프는 지난 3월 '성추문 입막음' 관련 기업문서 조작 혐의로 '역대 미 대통령 중 첫 기소'된 데 이어, 지난달엔 백악관 기밀문서 무단 반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최근엔 2021년 1·6 의회 난입 사태를 선동한 혐의로 세 번째 기소까지 임박했다. 그의 정치활동위원회(PAC) '세이브 아메리카'가 최근 2, 3년 사이 트럼프 변호사 비용에 쓴 돈만 5,600만 달러(716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을 정도다.
외신은 "기소 이후 더 강해졌다"... 과반 넘는 지지율 덕
그럼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법리스크가 대선 가도를 가로막지 못할 거라고 자신한다. 그 원천은 지지율이다. 최근 파이브서티에이트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52.4%로, 2위 디샌티스 주지사(15.5%)를 멀찍이 따돌렸다. 현지 매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에서 대세 굳히기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는 12명의 공화당 경쟁자들이 등장한 같은 공간에서 자신이 가장 지배적인 세력임을 입증했다"고 했고, 로이터통신은 "트럼프는 기소 이후 오히려 당내 주도권이 더 강해진 모습"이라고 전했다.
경선 후보들에게 아이오와는 중요한 승부처다. 대선이 있는 해에 전국에서 가장 먼저 당원 대상 경선인 '코커스'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민주·공화당이 각각 대선 후보를 뽑는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는 앞으로 있을 경선 표심을 가늠할 수 있어 대선 풍향계라고도 부른다.
물론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이겼다고 대통령 당선을 보장받는 건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만 해도 재선에 실패한 2020년 아이오와 코커스에선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한 반면, 2016년엔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게 패해 2위에 그쳤음에도 미국의 45대 대통령이 됐다. 내년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는 1월 1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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