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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떼먹어 형사고소당한 엄마...벌금은 고작 5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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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떼먹어 형사고소당한 엄마...벌금은 고작 500만 원?

입력
2023.07.27 22: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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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유예·약식기소 등 압박 적어
국회에선 처벌 강화 법 발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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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처벌을 받으면 애엄마가 겁을 먹고 양육비를 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벌금만 내라는 처분이 나오니 압박을 받을 리가 있나요."

양육비이행법 위반으로 전처를 고소한 A(47)씨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가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2021년 7월 법(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양육비이행법)이 바뀌었지만, 실제 처분 결과를 받아든 미지급 피해자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처벌 수준이 낮은 데다 사건이 재판으로 가는 일조차 드물어 양육비 지급을 재촉할 만한 충분한 장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2호 고소인들, 미미한 처벌에 좌절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가 지난해 10월 양육비 채무불이행자에 대한 첫 형사처벌 고소에 나선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양해연 제공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가 지난해 10월 양육비 채무불이행자에 대한 첫 형사처벌 고소에 나선 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양해연 제공

27일 검찰에 따르면, 경기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 형사2부(부장 한문혁)는 이달 7일 양육비이행법 위반 혐의를 받는 A씨의 전처에게 벌금 500만 원의 약식기소 처분을 내렸다. 2021년 7월 개정된 양육비이행법은 양육비 채무자가 감치명령 결정을 받은 날로부터 1년 안에 밀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A씨 사건은 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시행된 후 실제 피해자가 형사 고소한 첫 사례였다.

A씨는 2018년부터 5년간 아이 엄마로부터 양육비 4,300여만 원을 받지 못했다며 지난해 10월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전처가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서 법원이 감치명령(재판부가 직권으로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가두는 조치)까지 내렸지만, 경제적 사정 등을 이유로 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후로도 신상공개, 운전면허 정지 등의 제재를 가했으나 전처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사실상 마지막 수단으로 형사 고소를 택했던 A씨는 검찰의 처분에 좌절했다. 약식기소에 머물면서 전처가 양육비 지급을 또다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주지 않는 돈을 즉각 내게 할 정도의 결과가 아니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며 "전처가 벌금을 내는 데 돈을 쓰면서 오히려 양육비 마련이 늦어질까 봐 걱정만 커졌다"고 토로했다.

당황스러운 건 A씨뿐만이 아니다. A씨와 함께 경찰에 고소장을 낸 송모(47)씨는 5월 검찰로부터 기소유예 결정을 받고 재판조차 가지 못했다. 수사가 이뤄지자 전남편이 13년간 주지 않았던 양육비 1억3,000여 만 원을 한 번에 보냈다는 이유였다. 송씨는 "결국 돈을 받아내긴 했지만 기소유예라는 결과가 미지급자들에게 '기소 직전까지 돈을 안 주고 버텨도 된다'는 뜻으로 잘못 받아들여질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회, 형사처벌 강화 법안 발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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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이라는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하다는 입장이다. 이영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 대표는 "양육비 문제로 수년간 힘들었던 피해자의 처지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고 말했다. 두 사건의 법률 대리를 맡은 민승현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양육비 미지급이 죄로 인정됐다는 의의는 있지만, 애초에 처벌 자체가 무겁지 않아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양해연이 집계한 양육비이행법 위반 형사 고소 건은 15건으로, 이 중 정식으로 재판에 회부된 건 1건뿐이다.

국회는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대표발의했다. 감치명령을 받고 1년간 양육비를 받지 못할 때에만 형사 고소가 가능하다는 요건을 삭제하고, 검사가 기소유예할 시 △미지급된 양육비 지급 △지급 계획 제출 △향후 미지급 시 연체금리 등을 고려한 손해배상액 부담이라는 요건을 하나라도 지키지 않으면 즉시 기소하게끔 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현행법상 양육자로서 형사처벌까지 오는 과정은 험난한 반면 채무자 입장에서 쉽게 빠져나갈 구멍은 너무도 많다"며 "양육비 이행을 강제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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