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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알아서 하겠다고 했지만...중국의 '석탄 사랑' 내버려 둘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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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알아서 하겠다고 했지만...중국의 '석탄 사랑' 내버려 둘 순 없다

입력
2023.07.22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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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탄소중립, 중국이 결정해야"
케리 기후특사 성과 없이 19일 중국 떠나
"탄소 33% 배출국 중국 설득, 기후대응에 필수"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5일 중국 베이징의 거리에서 유모차를 탄 아이가 햇빛을 가리려 양산을 들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5일 중국 베이징의 거리에서 유모차를 탄 아이가 햇빛을 가리려 양산을 들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최근 기록적 폭염과 폭우는 ‘기후재난의 서막’이다. 위기감이 치솟은 시기에 전 세계 탄소의 45%를 배출하는 미국과 중국이 베이징에서 지난 16일부터 나흘간 기후변화 협상을 벌였지만,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시선은 중국에 쏠렸다. 중국의 탄소 배출량은 33%에 달하지만, 협상 중에 “중국의 탄소중립은 외부에서 통제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중국은 지금도 석탄발전소를 무서운 속도로 늘리고 있다. 국제사회는 "탈석탄을 해도 경제 성장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중국을 회유하고 있지만, 강제할 수단은 없다.

중국이 석탄 발전을 포기하지 않는 건 왜인지, 중국을 설득할 현실적 대안은 무엇인지를 국제 에너지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중국 "탄소중립 속도, 알아서 정하겠다"

지난 17일 존 케리(왼쪽) 미국 기후변화 특사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별대표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7일 존 케리(왼쪽) 미국 기후변화 특사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별대표와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는 중국의 리창 총리,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셰전화 기후변화 특별대표 등과 회담했으나 빈손으로 떠났다. 공동 기자회견이나 성명 발표도 없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기후대응 속도를 높이자'는 케리 특사의 요청에 퇴짜를 놨다"고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케리 특사가 베이징에 체류 중이었던 17, 18일 전국회의 연설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중국의 경로, 방법, 속도는 중국이 결정해야 하며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번 협상의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 기후협약을 둘러싼 두 국가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탈석탄 시기를 앞당기고 메탄 감축 계획을 공개하는 더 빠른 기후대응을 중국에 요구한다. “기후는 인류 공동의 문제이므로 정치적 문제와 독립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게 미국이 내세우는 명분이다.

중국은 미국을 믿지 않는다. 기후변화 대응 압박을 중국의 성장을 저지하고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것으로 본다. 왕이 위원은 케리 특사에게 “기후협력은 중·미관계의 더 넓은 환경과 분리될 수 없다”고 했고, 셰 특사는 중국 친환경 사업에 대한 관세 부과 등 미국의 ‘징벌적 조치’ 해제부터 하라고 요구했다.

석탄 배출량만 43억톤인데… 이걸 어떻게 내버려 두나

2021년 8월 중국 상하이의 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2021년 8월 중국 상하이의 한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다. 상하이=로이터 연합뉴스

그럼에도 중국 없는 기후대응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딜레마다.

중국의 탄소 배출량 중 상당 부분을 석탄 발전이 차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6년 중국 석탄화력발전소에서는 탄소 43억 톤이 배출됐다. 이는 2020년 한국 배출량(6억5,000만 톤)의 6배가 넘는다.

중국은 석탄발전소를 계속 늘리고 있다. 지난해 중국이 신규 허가한 석탄발전소의 설비용량(106GW)은 영국 전체(105GW)에 전기를 공급할 정도다. 그린피스는 중국이 올해 1분기에도 이미 20.4GW의 신규 석탄을 승인했다고 분석했다.

케리 특사가 19일 "중국을 몰아세우지 않고 대화하고 관계를 형성하며 그들의 이익에도 도움이 될 행동을 하도록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며 중국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 건 이 때문이다.

서방 연구기관들, 일제히 "탈석탄이 중국에도 이익"

2018년 중국 간쑤성 북서부 둔황에 설치된 100MW 규모 태양광발전소 전경. 신화통신=연합뉴스

2018년 중국 간쑤성 북서부 둔황에 설치된 100MW 규모 태양광발전소 전경. 신화통신=연합뉴스

서방 연구기관들은 중국을 설득하기 위해 "탈석탄은 중국에도 이익이 된다"는 연구를 쏟아내고 있다.

최근 중국이 석탄 발전을 늘리는 배경엔 '재생에너지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크다. 중국은 땅과 바다가 넓어서 재생에너지만으로도 필요한 전력을 충당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데다, 태양·풍력 자원이 풍부한 북서부와 전력 수요가 집중된 남동부의 거리가 멀어 전력 수송이 불안정하고 전력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남부에 기록적인 가뭄이 들어 중국 전력 17.4%를 담당하는 수력발전소가 멈춘 것도 불안을 더했다.

영국 기후싱크탱크 ‘E3G’의 벨린다 셰페 중국정책고문은 21일 한국일보에 "지난해 남부 주요 도시의 공장이 멈추고 며칠간 순환 정전이 이어지는 등 전력당국이 곤욕을 치렀다"며 "이후 재생에너지에 대한 우려가 생겼다"고 했다.

중국에 풍부한 석탄으로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하겠다는 기조가 강해진 것도 그즈음이다. 최근 내몽골 지역의 쿠부치발전소는 설비 용량 16GW 중 12GW를 재생에너지로, 4GW는 석탄 발전으로 채웠다.

미 매리랜드대 국제지속가능센터가 분석한 중국의 연도별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소 설비용량과 국제 신규 용량 대비 중국 용량 비율 비교 표. 2016년 이후 전 세계에 설치된 재생에너지의 26~65%가 중국에 설치되고 있다. 신규 석탄발전소는 연 49GW에서 27GW로 줄었는데, 지난해 가뭄 이후 신규 착공 용량이 50GW로 급등했다. 매릴랜드대 제공

미 매리랜드대 국제지속가능센터가 분석한 중국의 연도별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소 설비용량과 국제 신규 용량 대비 중국 용량 비율 비교 표. 2016년 이후 전 세계에 설치된 재생에너지의 26~65%가 중국에 설치되고 있다. 신규 석탄발전소는 연 49GW에서 27GW로 줄었는데, 지난해 가뭄 이후 신규 착공 용량이 50GW로 급등했다. 매릴랜드대 제공

그러나 이는 근시안적인 대책이라는 평가가 많다. 중국은 석탄 발전 이용률이 52%(한국은 70~80%)에 불과할 만큼 석탄발전소 과다 상태다. 이미 전력의 29.4%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고, 올해에만 전 세계 태양광 신규 설비(344GW)의 절반(154GW)이 중국에 설치된다. 태양광 산업은 중국 기업이 세계 시장을 장악할 만큼 중국의 핵심 사업 분야이기도 하다.

추이이윈 미국 메릴랜드대 국제지속가능센터 연구원은 한국일보에 "중국의 전력 수요가 늘더라도 2035년이면 석탄발전소 이용률은 35%로 떨어져 좌초자산이 될 것"이라며 "이 자본을 지역 간 전력망을 연결하고 송전이 원활하도록 전력 시장을 개편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탈석탄 이끌어내려면…

2021년 중국 장수성 우시시에서 중국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초고압직류송전선(HVDC)을 정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전력난은 신규 석탄발전소가 아니라 전국 전력망을 보강하고 전력 시장을 개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시=AFP 연합뉴스

2021년 중국 장수성 우시시에서 중국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초고압직류송전선(HVDC)을 정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전력난은 신규 석탄발전소가 아니라 전국 전력망을 보강하고 전력 시장을 개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시=AFP 연합뉴스

이런 주장은 중국 내부에서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국유 전력회사 대당국제발전은 지난 4월 "석탄발전소의 도전과 기회는 청정에너지 전환에 있다"며 "석탄에 더 높은 가격을 부과하는 등 전력 시장을 개선해 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이런 설득이 통할지는 불투명하다. 벨린다 정책고문은 "중국은 미국의 압박을 받아 행동했다는 모양새를 취하기 싫어서라도 추가적인 선언을 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국제사회에서 탈탄소 흐름을 가속화하고 중국에 전력 시장 개방이나 전력망 연결에 대한 기술적 확신을 심어주는 등 중국이 움직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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